'백만장자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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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첫사랑
난 남들이 어떤 영화를 어떻게 평하든지 그 영화를 통해 내가 주인공과 함께 행동하고,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울고, 웃을 수 있다면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남들이 아주 재미있었다는 영화도 나한텐 정말 시간낭비인 영화도 있었고, 남들이 너무 지루했다는 영화도 나한텐 정말 기억에 남는 소중한 영화가 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니 전문가가 쓴 영화평으로 그 영화를 판단하는 것도, 이런 리뷰들을 보면서 영화를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우선 자신이 먼저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 후에 리뷰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봤으면 좋겠다.아무튼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남들에게 추천해 줄만한 훌륭한 영화다. 사람들이 말하길 주인공 재경이 은환과 사랑에 빠진 장면이 없어서 혼란스러웠다고 했는데, 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게 딱 어느 순간에 시작했다고 말하기 힘든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건 다들 예를 들어서 설명할 뿐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사랑인지, 단순한 동경인지, 동정인지, 호기심인지 또는 소유욕인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다. 단지 그와 함께 있으면 정말 행복하고, 곁에 없으면 불안하고,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보고 싶고, 그 밖에 말하기 힘든 이 수많은 묘한 감정들이 사람들이 정의 내린 '사랑'인 것이다.
솔직히 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자신을 언제부터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하기 힘들다. 내가 그를 사랑한 것이 그와 처음 만났을 때인지, 아니면 그 후에 어떤 일 때문인지는 나 자신조차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딱 그 시간에 해야지 하고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그러니까 재경이 어느 순간 사랑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재경이 부모님을 잃기 전, 어렸을 때부터인지, 기억을 잃은 후 처음 호텔에서 봤을 때부터인지, 아니면 가기 싫은 학교로 전학 가서 주유소에서 일하는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인지, 같은 반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인지, 자기를 놀릴 때인지,(후레쉬 던지고, 뭐, 이것저것) 아픈 자신을 위해 이불을 덮어주고 땀을 닦아줄 때인지, 그녀로 인해 요리하는 여자를 처음 봤을 때인지, 정신을 잃은 그녀를 업고 병원에 달려갈 때인지, 배추 수확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신에게 그 돈이 니 거냐며 사투리로 마구 욕을 해대는 걸 봤을 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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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첫사랑,   현빈,   이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