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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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맨발을 만나다

준비된 재회

세상 무엇보다 큰 권세

마지막 웃음

천국을 소유한 사람

본문내용

랜만에 한남동 할아버지 집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어주던 젊은 여자 따님이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그런데... 돌아가셨는데....”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팔복>이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아, 그 동영상 만드신 분이세요?”
뜻밖이었다. <팔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걸 아세요?”
“어머니가 인터넷에서 보셨대요.”
“인터넷이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미 할머니조차 인터넷으로 그것을 보셨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며칠 후 낯선 번호가 찍힌 전화가 왔다.
“저, 최바울 목사라고 합니다.”
최춘선 할아버지의 아들임을 직감했다.
“찾아오셨었다구요, 정말 뵙고 싶었는데 너무나 감사드리구요. 전에 목사님에 대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보았습니다. 그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할아버지가 목사님이셨나요?”
“네.”
그냥 전도만 다니시는 줄 알았는데, 목사님이셨다니...
그 분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감사한 것은,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거든요.”
지금껏 가장 궁금했던 것이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였다. 왜 임종을 못 지킨 걸까.
“감독님이 촬영하신 장면이 아버님의 마지막이셨습니다.”
영혼까지 후두둑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나와의 마지막 만남이 그 분의 이생의 마지막이었다니.
“그럼 지하철에서 돌아가신 건가요?”
“네, 감독님이 촬영하신 장면을 보고 아, 저것이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이구나 생각했죠. 그전까지 임종을 못 지킨 불효에 절망했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충성은 열매 가운데 하나요.”
그 말을 하시고 급하게 지하철에 오른 할아버지.
어디 먼 곳에 가시듯 크게 손을 흔들고 웃던 그것이 진정 마지막이었구나.
바로 그 만남 이후에 돌아가신 것이다. 나와 헤어진 후 1호선 수원행 열차에서 전도하다가 의자에 앉아 편안히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마쳤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이 출렁이고 다리가 떨려왔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우연한 만남이었는데, 이전과 달리 너무나 기력이 없고 힘겨워 보였는데, 웬일인지 그 맨발을 만져보고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이 마지막 이별을 고하기 위한 만남이었구나.
“젓가락을 드실 힘도 없으셨습니다. 그래도 날마다 전도를 하러 나가셨지요. 그것이 당신의 꿈이셨으니까요. 전도하시다가 돌아가시는 것이....“
“아, 할아버지, 최춘선 할아버지, 아니 목사님....”
나는 더 이상 전화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후에 최바울 목사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최바울 목사는 아담한 키에 눈매며 목소리가 최춘선 할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맨발로 다니며 이해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전하니 가족들에게도 아픔이요, 힘겨움이었으리라. 자식들도 이해가 안 되는 그 삶들, 그 행적들. 다 이해할 순 없지만 그 속에 어떤 섭리와 의미가 분명히 있었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유학할 때는 5개국어를 능통하게 하셨다는 분, 전국을 다니며 부흥사로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말씀을 깨닫고 나서부터 그 모든 것을 주님처럼 가난한 자들에게 주어야 한다며 엉청난 재산을 다 버리신 분, 독립 유공자였기 때문에 도장만 찍으면 연금이 나오고 자식 대학까지 무료였으나 보상을 받기 위해 독립 운동을 한 게 아니라고, 완전한 독립, 진정한 해방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그걸 안 하셨다는 분, 자신을 위해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라고 성경에 말씀하셨기 때문에 집에 새 점퍼라도 생기면 지나다가 추위에 떠는 아이에게 갖다 주시는 분, 성경에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먹을 것 입을 것을 위해 걱정하지 마라 하셨다고 누가 와서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 마지막 쌀까지 다 퍼주시는 분,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는데, 사고 낸 사람과 합의를 봐야 병원비를 낼 텐데, ‘저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고 그냥 용서해주시는 분, 땅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 믿었기에 등기를 하지 않았고, 그걸 알고 누군가가 그 땅을 자기 앞으로 등기를 해서 소송이 붙었는데 땅을 나누어 받았던 가난한 사람들이 다 증언을 해서 승소를 하자 그 사람이 항소를 했는데 법정에 나가지 않으시고 결국 그 모든 땅을 뺏기신 분.
왜 그러신 것일까. 그 많은 땅을 왜 포기하신 것일까. 일부러 가난과 고난을 자처하고 하나님의 인도만을 구한 것인가? 마치 기인의 행적을 듣는 것 같은데 너무나 부끄러워지고 감동으로 다가옴은 무엇인가.
“수백 명의 고아들을 데리고 이 달동네에서 저 달동네로 이사를 가면서도 찬송가를 부르며 가신 분이니까요. 그 표정에 힘들다, 고난을 받는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으셨지요. 그저 예수 평안, 예수 천국이셨죠.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본 것이 맨발이거든요. 그 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아버님의 발.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아버님은 이사야처럼 사신 거구나. 당신을 ‘광야의 외치는 소리’로 생각하신 거구나. 아무도 듣지 않아도 외치시는, 외쳐야만 하는, 광야의 소리.“
광야가 떠올랐다. 거친 바람이 불고 날은 어둑하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사람 하나, 맨발로 걸어와 외친다. 아무도 듣는 이 없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길을 안다. 그렇게 외치고 사라지는 한 소리에 불과하지만 외쳐야만 한다. 그는 하늘의 심정을 담고 가는 것이다.
“진리는 고독해도 날로 담대합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광야의 외치는 소리’,
그 길, 그 여정, 심연에서 뜨거운 샘물이 꿈틀거렸다.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얻고자 이리 꾸역꾸역 살아가는가.
아, 할아버지,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나의 소리를 들었다.
나의 그 소리는 거대한 울음을 참아내며 힘겹게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만은 아니다.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다른 무엇, 한 인생의 힘겨운 여정이 복합적으로 스치면서, 의자에 앉아 편히 잠드신 풍경과 오버랩되는 슬픔, 그리고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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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24페이지
  • 등록일2006.12.28
  • 저작시기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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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38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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