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셰익스피어에 대해
1. 생애
2.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
3. 셰익스피어 시대의 극장
4. 명성과 평가
Ⅱ. 햄릿
1. 줄거리
2. 햄릿의 비극적 성격에 대한 여러 이론들
Ⅲ. 로미오와 줄리엣
1. 줄거리
2. 로미오와 줄리엣의 몽상적 사랑과 그 허점들
3. 화해의 희극
1. 생애
2.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
3. 셰익스피어 시대의 극장
4. 명성과 평가
Ⅱ. 햄릿
1. 줄거리
2. 햄릿의 비극적 성격에 대한 여러 이론들
Ⅲ. 로미오와 줄리엣
1. 줄거리
2. 로미오와 줄리엣의 몽상적 사랑과 그 허점들
3. 화해의 희극
본문내용
어요. 아주 위험한 상처였답니다. 마냥 울고불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우리집 양반이 ‘아가야, 앞으로 넘어졌나? 철이 들면 뒤로 벌렁 자빠질 거다. 안 그래, 줄?’ 했더니 아씨가 울다 말고 ‘응’ 했어요. (제 1막 3장 中, pp. 392-393)
머큐쇼: 아냐, 주문을 외서라도 불러내야지. 로미오! 익살꾸러기! 미치광이! 정열가! 상사병에 걸린 놈아! 탄식의 모습을 하고 썩 나타나라, 한 가닥 노래라도 부르면 나는 안심이다. ‘아아!’라고만이라도 소리를 질러보라. <사랑>이라든가 <비둘기>라고 한 마디 외쳐다오. 수다쟁이 나의 비너스 여신에게 단 한 마디도 좋으니 달콤하게 속삭여 다오. 비너스의 눈먼 장남이고 상속자인 젊은 에이브러햄 큐우핏을 위해 한 별명을 지어 보라. 코페투아 왕이 큐우핏의 화살을 얻어맞고 거지계집을 사랑하게 되었다네. 이 사람아, 안 들리나? 꼼짝달싹 않네. 이 원숭이 녀석 죽었나. 주문을 외어야겠군. 수리수리사바하. 로잘라인의 맑은 눈동자를걸고, 그녀의 높은 이마와 붉은 입술에 걸고, 예쁜 발목과 쭉 뻗은 곧은 다리에 걸고, 와들와들 떠는 종아리와 깊숙한 허벅지에 걸고, 자, 네 모습을 나타내라! (제 2막 1장 中, pp. 402-403)
이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를 ‘화해’로 본다면 이 작품은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화해의 희극’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머큐쇼와 캐퓰릿 가문의 뿌리깊은 원한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작품의 첫 부분에서 캐퓰릿 가의 하인 샘슨과 그레고리는 자신들이 머큐쇼 가문 사람들과 반목하는 것이 단지 가문의 이름 때문이고 자신들이 섬기는 주인이 캐퓰릿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품 전반을 살펴보아도 두 가문의 갈등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가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습관적으로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캐퓰릿이 자신의 가장 무도회에 온 로미오를 보고 그를 칭찬하며 싸움을 걸려 하는 티볼트를 말리는 다음 대목은 두 집안간의 원한이 절대로 풀릴 수 없는 극심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해결 가능성이 있는 성격의 것임을 암시한다.
캐퓰릿: 내버려 둬라, 상관없다. 거동이 점잖은 게 신사답구나. 솔직히 말해서 이곳 베로나에서는 저 애를 품행이 단정한 좋은 청년으로 알고들 있어. 모두 자랑으로 삼고 있더라. 베로나 시의 재산을 몽땅 준다 하더라도 내 집에서 저 청년에게 해를 끼칠 수 없어. 그러니 참아야 해.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되는 거야. 내 뜻이 그런데, 네가 내 뜻을 받든다면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렇게 상을 찌푸리면 못 써. 그런 얼굴은 연회에 어울리지 않아. (제 1막 5장 中, p. 399)
어떤 사람 또는 대상을 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힘든 일일까?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증오하는 일도 모두 어려운 일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은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를 볼 때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두 가문의 이유 없는 증오와 반목에도 아랑곳없이 서로를 사랑한 것, 그것의 결과는 죽음이었지만 그들이 사랑하면서 누린 마음의 풍요로움은 티볼트가 로미오에 대한 증오로 가슴속에 독기만을 품은 채 죽은 것과는 절대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그 증오보다 더한 괴로움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한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의 대가를 얻지 못해 괴롭다 해도 사랑함으로써 저절로 마음이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랑과 증오라는 상반되는 것들이 이 작품 속에는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사랑은 두 집안간의 증오를 초월하여 죽음까지도 함께 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두 연인의 사랑은 매우 몽상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을 이 작품 전체의 주제로 보기엔 너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둘의 사랑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난 것은 이 작품 속에서 두 집안을 화해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쓰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렌스 신부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결혼시켜 주면서 하는 다음의 대사는 그러한 사실을 짐작케 해준다.
로렌스: 참 로잘라인이 잘 보았어. 너의 사랑은 겉핥기로 책을 암기하는 듯한 것이었어. 철자법도 모르면서 말이지. 하여간 가자. 나와 함께 가자, 어린 난봉장이야. 어느 면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을 듯하다. 어쩌면 이 연분으로 양가의 원한을 진정한 애정으로 전환시키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을 법해. (제 2막 4장 中, p.411)
비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죽음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두 집안간 화해의 희생양으로 쓰인 것들은 많다. 머큐쇼와 티볼트의 죽음도 어떤 면에서 보면 두 집안간의 불화가 불러일으킨 불행이었고, 그들의 죽음은 머큐쇼와 티볼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대표적으로 로미오와 영주, 캐퓰릿 부부와 줄리엣)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머큐쇼, 캐퓰릿 두 집안 간 증오의 또다른 희생양은 바로 영주를 비롯한 전 베로나 시민들이다. 베로나 시민들은 두 집안이 거리에서 소란을 피울 때마다 같이 긴장해야 했고, 영주는 그 소란을 수습하느라 고생할 뿐만 아니라 조카인 머큐쇼를 잃는 슬픔까지 겪어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으로 베로나에 평화가 찾아오는 결말은 이 작품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두 가련한 연인의 희생뿐만 아니라 두 집안 사이의 부질없는 증오 때문에 괴로움을 겪은 모든 베로나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머큐쇼, 티볼트, 베로나 시민들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으면서까지 두 집안을 화해시킨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셰익스피어 역시 증오보다는 사랑이 값진 것임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두 집안간 불화의 희생양으로 삼아 사람들끼리 이유 없이 서로 증오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보여주고, 두 집안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화해하게끔 만든 것이다.
머큐쇼: 아냐, 주문을 외서라도 불러내야지. 로미오! 익살꾸러기! 미치광이! 정열가! 상사병에 걸린 놈아! 탄식의 모습을 하고 썩 나타나라, 한 가닥 노래라도 부르면 나는 안심이다. ‘아아!’라고만이라도 소리를 질러보라. <사랑>이라든가 <비둘기>라고 한 마디 외쳐다오. 수다쟁이 나의 비너스 여신에게 단 한 마디도 좋으니 달콤하게 속삭여 다오. 비너스의 눈먼 장남이고 상속자인 젊은 에이브러햄 큐우핏을 위해 한 별명을 지어 보라. 코페투아 왕이 큐우핏의 화살을 얻어맞고 거지계집을 사랑하게 되었다네. 이 사람아, 안 들리나? 꼼짝달싹 않네. 이 원숭이 녀석 죽었나. 주문을 외어야겠군. 수리수리사바하. 로잘라인의 맑은 눈동자를걸고, 그녀의 높은 이마와 붉은 입술에 걸고, 예쁜 발목과 쭉 뻗은 곧은 다리에 걸고, 와들와들 떠는 종아리와 깊숙한 허벅지에 걸고, 자, 네 모습을 나타내라! (제 2막 1장 中, pp. 402-403)
이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를 ‘화해’로 본다면 이 작품은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화해의 희극’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머큐쇼와 캐퓰릿 가문의 뿌리깊은 원한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작품의 첫 부분에서 캐퓰릿 가의 하인 샘슨과 그레고리는 자신들이 머큐쇼 가문 사람들과 반목하는 것이 단지 가문의 이름 때문이고 자신들이 섬기는 주인이 캐퓰릿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품 전반을 살펴보아도 두 가문의 갈등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가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습관적으로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캐퓰릿이 자신의 가장 무도회에 온 로미오를 보고 그를 칭찬하며 싸움을 걸려 하는 티볼트를 말리는 다음 대목은 두 집안간의 원한이 절대로 풀릴 수 없는 극심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해결 가능성이 있는 성격의 것임을 암시한다.
캐퓰릿: 내버려 둬라, 상관없다. 거동이 점잖은 게 신사답구나. 솔직히 말해서 이곳 베로나에서는 저 애를 품행이 단정한 좋은 청년으로 알고들 있어. 모두 자랑으로 삼고 있더라. 베로나 시의 재산을 몽땅 준다 하더라도 내 집에서 저 청년에게 해를 끼칠 수 없어. 그러니 참아야 해.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되는 거야. 내 뜻이 그런데, 네가 내 뜻을 받든다면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렇게 상을 찌푸리면 못 써. 그런 얼굴은 연회에 어울리지 않아. (제 1막 5장 中, p. 399)
어떤 사람 또는 대상을 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힘든 일일까?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증오하는 일도 모두 어려운 일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은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를 볼 때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두 가문의 이유 없는 증오와 반목에도 아랑곳없이 서로를 사랑한 것, 그것의 결과는 죽음이었지만 그들이 사랑하면서 누린 마음의 풍요로움은 티볼트가 로미오에 대한 증오로 가슴속에 독기만을 품은 채 죽은 것과는 절대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그 증오보다 더한 괴로움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한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의 대가를 얻지 못해 괴롭다 해도 사랑함으로써 저절로 마음이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랑과 증오라는 상반되는 것들이 이 작품 속에는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사랑은 두 집안간의 증오를 초월하여 죽음까지도 함께 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두 연인의 사랑은 매우 몽상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을 이 작품 전체의 주제로 보기엔 너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둘의 사랑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난 것은 이 작품 속에서 두 집안을 화해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쓰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렌스 신부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결혼시켜 주면서 하는 다음의 대사는 그러한 사실을 짐작케 해준다.
로렌스: 참 로잘라인이 잘 보았어. 너의 사랑은 겉핥기로 책을 암기하는 듯한 것이었어. 철자법도 모르면서 말이지. 하여간 가자. 나와 함께 가자, 어린 난봉장이야. 어느 면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을 듯하다. 어쩌면 이 연분으로 양가의 원한을 진정한 애정으로 전환시키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을 법해. (제 2막 4장 中, p.411)
비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죽음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두 집안간 화해의 희생양으로 쓰인 것들은 많다. 머큐쇼와 티볼트의 죽음도 어떤 면에서 보면 두 집안간의 불화가 불러일으킨 불행이었고, 그들의 죽음은 머큐쇼와 티볼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대표적으로 로미오와 영주, 캐퓰릿 부부와 줄리엣)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머큐쇼, 캐퓰릿 두 집안 간 증오의 또다른 희생양은 바로 영주를 비롯한 전 베로나 시민들이다. 베로나 시민들은 두 집안이 거리에서 소란을 피울 때마다 같이 긴장해야 했고, 영주는 그 소란을 수습하느라 고생할 뿐만 아니라 조카인 머큐쇼를 잃는 슬픔까지 겪어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으로 베로나에 평화가 찾아오는 결말은 이 작품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두 가련한 연인의 희생뿐만 아니라 두 집안 사이의 부질없는 증오 때문에 괴로움을 겪은 모든 베로나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머큐쇼, 티볼트, 베로나 시민들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으면서까지 두 집안을 화해시킨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셰익스피어 역시 증오보다는 사랑이 값진 것임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두 집안간 불화의 희생양으로 삼아 사람들끼리 이유 없이 서로 증오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보여주고, 두 집안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화해하게끔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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