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리우스 반틸

본문내용

말하면 인간은 언약을 통해서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피조물이 되었다. 반틸은 하나님과의 언약관계에 있는 피조물로서의 자의식을 '언약의식'(covenant-consciousness)이라고 부른다.
또한 인간은 그가 살고있는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칼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의 경이로운 지혜를 증거함에 있어서, 하늘과 땅은 모두 우리에게 무수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증거는 천문학과 의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자연과학이 설명하게끔 되어있는 한층 심오한 증거뿐만 아니라 가장 무식한 농부라 할지라도 그것을 바로 보게 된다." 인간의 이성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성경을 통해 계시된 하나님을 그의 본성과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능력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책임있고 윤리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다. 이 능력이 바로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된 일반은총(common grace)이다. 이러한 일반 은총론에 따라 반틸은 "인간의 지식 체계는 하나님의 지식 체계의 유추적 복제물(an analogical replica)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시에 반틸은 이러한 일반은총이 자연적 인간에게 일종의 '한계 개념'(limiting concept)로 작용함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아담의 타락 이후 모든 자연인은 중생치 못한 타락한 의식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자연인의 타락한 의식은 본래의 신의식을 누르고 현재의 상태를 하나님과 상관없이 자족적이고 자율적이라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생치 못한 인간의 의식 속에 하나님에 관한 의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연인 속에 있는 인식 능력의 이중구조는 항상 타락한 의식이 신의식을 억압하거나 왜곡하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틸은 일반 은총에 힘입어 기독교인이 자연인에게 복음을 전하거나 그에 대한 대화나 논쟁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독교 변증학은 인식의 착각에 빠져있는 자연인이 쓰고 있는 '철가면'을 벗김으로써 그의 본래의 얼굴, 즉 하나님을 아는 의식을 회복시켜야 한다.
따라서 반틸에게 자연인의 이성은 변증학적으로 단지 소극적 역할을 할 뿐이다. 이성의 역할은 그의 신성에 대한 본래적 감각과 자율성의 원리사이의 자기모순을 인정하는 일에 그친다. 자연인 스스로가 그의 모순된 입장으로부터 돌이켜 가져오는 것은 오직 성령이다. "모든 경우에 있어서 그에게 귀기울여 듣고 순종하라고 간청하는 분은 그의 창조주이시며 또한 그의 심판자 되시는 하나님이시다. 자율적인 인간이 자기 자신의 가정에 서 있는 한, 어찌 그의 말씀에 순종하겠는가? 그가 그의 입장을 전적으로 돌이키지 않는다면, 그는 순종할 수 없는데 이것은 그에게 있어 불가능한 일이다. 오직 성령의 중생케 하시는 능력만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반틸의 변증학은 하나님의 창조에 의한 인간의 하나님 형상성과 타락에 의한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무지라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칼빈의 개혁사상을 충실히 반영한 변증학이다. 그러므로 반틸은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인간의 신인식의 가능성과 자연인의 신인식의 불가능성을 동일하게 강조했다. 그에게 기독교 변증의 가장 올바른 방법은 인간의 자연적 인식을 통해서는 결코 성경이 증거하는 창조와 구속의 하나님을 알 수 없으며,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령의 감동에 따라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알려 주는 일이었다. 이 점에서 반틸의 기독교 변증은 성경의 세계관에 기초한 세계의 직접적 '해석'만이 올바른 기독교 변증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주었다.

키워드

반틸,   변증학,   전제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