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동행(同行)
원작 전상국
줄거리
어느 눈 내리는 날, 와야리라는 마을을 향해 억구와 사내가 동행한다. 억구는 청년기에 있던 전쟁에서 어떤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아 득수란 어릴 적의 증오대상이었던 남자를 죽이고, 후일 국군이 다시 돌아올 것을 알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그들로부터 도망친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에 사내는 중학 시절 죄책감 탓에 담을 넘지 못해 토끼를 구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는 과거를 털어놓는다. 사내는 억구가 근처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알게 되고, 억구도 또한 그것을 인정하지만, 사내는 갈등 끝에 어릴 적과는 달리 법보다 연민을 택해 억구를 보내준다.
등장인물
억구 암울한 유년기와 전쟁 당시 빨갱이가 되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를 죽인 득수의 동생 득칠에게 복수를 한 뒤 귀향하여 자살하고자 한다. 키는 작은 편이지만 덩치는 크다. 셔츠 위에 양복을 걸침. 전체적으로 초라함.
사내 현직 형사, 과거에 담을 넘는 것을 주저하여 토끼를 구하지 못한 과거를 가졌다. 억구의 과거와 죄 때문에 법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한다. 키는 큼. 중절모와 오버코트.
어린 억구 10세 언저리였을 당시의 억구. 득수에게 열등감을 품고 표독스러워진다.
어린 사내 중학생 때의 사내. 생물 선생의 행동과 어미·새끼 토끼에 대한 일들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남편 다리를 다쳤는지 거동이 불편한 와야리 사람. 억구를 기억하고 있다.
아내 다리를 다친 사람의 아내. 남편과 함께 와야리 근처 고개에 산다.
득수 억구가 죄책감을 품는 대상
어린 득수 억구가 열등감과 증오를 품었던 대상
소녀 단순하고 천진난만한 성격. 억구가 열등감을 느끼는 데 일조한다.
생물선생 사내의 중학 시절 생물 선생
국어선생 사내의 중학 시절 국어 선생
유녀 창관에서 일하지만 얼굴이 추해 손님이 없다. 현세에 고생한 만큼 내세에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1장 눈길
눈바람 소리.
억구와 사내, 무대 좌측에서 등장, 우측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눈 밟는 SE 재생.
억구는 위축된 걸음걸이를 하며 걷고, 사내는 바른 자세로 그 뒤를 따라간다.
중앙 근처에서 천천히 발을 멈춘다.
사내 (딱딱하고 차분한 목소리로)정말 이렇게 동행을 얻어 다행입니다.
억구 (대화를 억지로 진행하려는 듯, 어색하게)예, 밤길을 혼자 걷기는 조금 막막했지요. (뒤를 돌아 사내와 마주본다)참, 선생은 춘천에서 오셨다지? 혹시 어제 근화동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단 걸 아시우?
사내 (뜸들이다)살, 인이라면…… (불현 듯)아, 네! 알고 말구요. 우연히 현장까지 봤습니다만…….
억구 (추궁하듯) 혀, 현장? (불안하게)그 술집에…… 가 보셨다구……?
억구, 뒤돌아 한 걸음 옮기고 다시 사내를 향해 돌아보았다가 다시 돌며 말을 잇는다.
억구 근데, 그, 경찰에선 그 살인범을 잘 잡아 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까? 단서라든지…….
사내 (조금 당황스러운 듯)글쎄요……그런데 노형은 아까 원주에서 오신다고 하셨는데……어떻게 벌써 그 사건을 그렇게……소문이 벌써……?
억구 (뒤를 돌아보며 주춤한다. 공격적인 시비조로)아니, 내가 언제 원주에서 온다고 했나?
사내 아, 그러십니까? 죄송합니다.
억구, 헛기침을 하며 발을 뗀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를 크게 돌며 걷는다. 억구, 멈춰 서서 숨을 돌린다. 사내, 억구의 옆에 가 선다.
사내 (우측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저어기, 저 너머가 바로 와야리겠습니다 그려? (작게)초행이라 잘 모르겠어서…….
억구 (혼잣말하듯, 정면 방향을 손가락질하며)가만있자, 이 길로 곧장 가면 어지간히 돌게 될 테지?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우측을 가리키며)선생, 우리 이리로 가로질러 갑시다.
사내 (어리둥절)가로질러 가자구요?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진다)하지만 저긴 그냥 눈밭인데……좀 돌아가더라도 큰길이 낫지 않나 싶은데요.
억구 (혼자 앞질러 오른쪽으로 걸어간다)맘대로 하쇼. 난 일루 갈 테니.
사내 (망설이듯)아, 여보시오, 노형, 잠깐! (걸어가는 억구를 쫓아간다)
잠시 어두워졌다가 밝아진다. 좌측에서 억구와 사내가 걸어온다,
억구 (거침없이 걷다가 멈춰 서서)강이 있구만, 여길 건너야 할 텐데…….
사내 (억구를 뒤이어 따라와 옆에 서서)얼음이 잘 얼었을까요? 물이 많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조심스럽게 한 발씩 건드려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억구 (먼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며)여긴 안 될 것 같……(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얼음 깨지는 소리
억구 (무릎 꿇은 채로 다시 뒤돌아 건너편으로 걸어가며)어어, 물 차다!(몇 걸음 걸어가다 일어선다)
물길 헤치는 소리
억구 (건너편의 억구를 향해)젠장, 이리로는 안 되겠습니다. 여긴 물살이 빨라서…….(잠시 무대 뒷방향을 응시하다가 뒤돌아 우측으로 움직인다)
사내 (허둥지둥하다 무대 뒤쪽-상류를 향해 걸어가다가, 건너편으로 건너간다. 허둥지둥 억구를
원작 전상국
줄거리
어느 눈 내리는 날, 와야리라는 마을을 향해 억구와 사내가 동행한다. 억구는 청년기에 있던 전쟁에서 어떤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아 득수란 어릴 적의 증오대상이었던 남자를 죽이고, 후일 국군이 다시 돌아올 것을 알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그들로부터 도망친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에 사내는 중학 시절 죄책감 탓에 담을 넘지 못해 토끼를 구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는 과거를 털어놓는다. 사내는 억구가 근처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알게 되고, 억구도 또한 그것을 인정하지만, 사내는 갈등 끝에 어릴 적과는 달리 법보다 연민을 택해 억구를 보내준다.
등장인물
억구 암울한 유년기와 전쟁 당시 빨갱이가 되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를 죽인 득수의 동생 득칠에게 복수를 한 뒤 귀향하여 자살하고자 한다. 키는 작은 편이지만 덩치는 크다. 셔츠 위에 양복을 걸침. 전체적으로 초라함.
사내 현직 형사, 과거에 담을 넘는 것을 주저하여 토끼를 구하지 못한 과거를 가졌다. 억구의 과거와 죄 때문에 법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한다. 키는 큼. 중절모와 오버코트.
어린 억구 10세 언저리였을 당시의 억구. 득수에게 열등감을 품고 표독스러워진다.
어린 사내 중학생 때의 사내. 생물 선생의 행동과 어미·새끼 토끼에 대한 일들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남편 다리를 다쳤는지 거동이 불편한 와야리 사람. 억구를 기억하고 있다.
아내 다리를 다친 사람의 아내. 남편과 함께 와야리 근처 고개에 산다.
득수 억구가 죄책감을 품는 대상
어린 득수 억구가 열등감과 증오를 품었던 대상
소녀 단순하고 천진난만한 성격. 억구가 열등감을 느끼는 데 일조한다.
생물선생 사내의 중학 시절 생물 선생
국어선생 사내의 중학 시절 국어 선생
유녀 창관에서 일하지만 얼굴이 추해 손님이 없다. 현세에 고생한 만큼 내세에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1장 눈길
눈바람 소리.
억구와 사내, 무대 좌측에서 등장, 우측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눈 밟는 SE 재생.
억구는 위축된 걸음걸이를 하며 걷고, 사내는 바른 자세로 그 뒤를 따라간다.
중앙 근처에서 천천히 발을 멈춘다.
사내 (딱딱하고 차분한 목소리로)정말 이렇게 동행을 얻어 다행입니다.
억구 (대화를 억지로 진행하려는 듯, 어색하게)예, 밤길을 혼자 걷기는 조금 막막했지요. (뒤를 돌아 사내와 마주본다)참, 선생은 춘천에서 오셨다지? 혹시 어제 근화동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단 걸 아시우?
사내 (뜸들이다)살, 인이라면…… (불현 듯)아, 네! 알고 말구요. 우연히 현장까지 봤습니다만…….
억구 (추궁하듯) 혀, 현장? (불안하게)그 술집에…… 가 보셨다구……?
억구, 뒤돌아 한 걸음 옮기고 다시 사내를 향해 돌아보았다가 다시 돌며 말을 잇는다.
억구 근데, 그, 경찰에선 그 살인범을 잘 잡아 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까? 단서라든지…….
사내 (조금 당황스러운 듯)글쎄요……그런데 노형은 아까 원주에서 오신다고 하셨는데……어떻게 벌써 그 사건을 그렇게……소문이 벌써……?
억구 (뒤를 돌아보며 주춤한다. 공격적인 시비조로)아니, 내가 언제 원주에서 온다고 했나?
사내 아, 그러십니까? 죄송합니다.
억구, 헛기침을 하며 발을 뗀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를 크게 돌며 걷는다. 억구, 멈춰 서서 숨을 돌린다. 사내, 억구의 옆에 가 선다.
사내 (우측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저어기, 저 너머가 바로 와야리겠습니다 그려? (작게)초행이라 잘 모르겠어서…….
억구 (혼잣말하듯, 정면 방향을 손가락질하며)가만있자, 이 길로 곧장 가면 어지간히 돌게 될 테지?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우측을 가리키며)선생, 우리 이리로 가로질러 갑시다.
사내 (어리둥절)가로질러 가자구요?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진다)하지만 저긴 그냥 눈밭인데……좀 돌아가더라도 큰길이 낫지 않나 싶은데요.
억구 (혼자 앞질러 오른쪽으로 걸어간다)맘대로 하쇼. 난 일루 갈 테니.
사내 (망설이듯)아, 여보시오, 노형, 잠깐! (걸어가는 억구를 쫓아간다)
잠시 어두워졌다가 밝아진다. 좌측에서 억구와 사내가 걸어온다,
억구 (거침없이 걷다가 멈춰 서서)강이 있구만, 여길 건너야 할 텐데…….
사내 (억구를 뒤이어 따라와 옆에 서서)얼음이 잘 얼었을까요? 물이 많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조심스럽게 한 발씩 건드려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억구 (먼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며)여긴 안 될 것 같……(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얼음 깨지는 소리
억구 (무릎 꿇은 채로 다시 뒤돌아 건너편으로 걸어가며)어어, 물 차다!(몇 걸음 걸어가다 일어선다)
물길 헤치는 소리
억구 (건너편의 억구를 향해)젠장, 이리로는 안 되겠습니다. 여긴 물살이 빨라서…….(잠시 무대 뒷방향을 응시하다가 뒤돌아 우측으로 움직인다)
사내 (허둥지둥하다 무대 뒤쪽-상류를 향해 걸어가다가, 건너편으로 건너간다. 허둥지둥 억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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