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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을 썼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서는 종래의 고독이라는 주제가 흑백문제와 인간의 자기발견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 무대는 여전히 조지아주의 소읍이다. 주인공 말론은 백혈병이라는 선고를 받고 있는 약재사다. 매컬러즈는 이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살고 있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조형해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하여금 빈사상태에 있는 늙은 남부를 상징시키고 있다. 즉 <인종병>이라는 불치의 중병에 걸린 남부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백혈병에 걸린 약제사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러나 《바늘 없는 시계》를 <문제 소설>이라고 보는 데엔 문제가 없지 않다. 이 작품은 센세이셔널한 사건소설이 아님은 물론, 실상보고적인 상황소설도 아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심각하게 그려져 있지만, 역시 거기에는 부드러운 음악적 리듬이 은은히 울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남북전쟁 이전의 남부 연방 화폐를 모아 그 가치회복을 꿈꾸는 노판사의 괴이하고 익살스럽고 어리석은 짓거리마저 매컬러즈는 풍자적으로 보지 않고 여유 있는 유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제의 절실함과 중대함을 깊이 인식하며 남부인으로서 살아 온, 남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지니는 여유 같은 것이 그 밑바닥에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20대부터 중병에 시달리고 늘 죽음과 맞대면하면서 살아 온 그녀의, 터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삶의 슬기와도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매컬러즈는 이 《바늘 없는 시계》를 쓴 6년 뒤에 마침내 영면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일찍부터 문학적 명성을 얻은 사람치고는 작품 수가 너무 적은 것 같지만, 그녀가 20대부터 중병을 앓고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살아 온 것을 감안한다면, 이만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은 의지력과 집중력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이 점에서 돌이켜볼 때, 제 1 작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에서의 고독과 죽음의 주제는 예지적·예감적이었다는 느낌이다. 이후의 그녀의 실생활은 이 주제의 그림자 밑에서 보내졌으니까 말이다. 불구자나 병자에 대한, 체질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감도 제 1 작 이래 일관하고 있는데, 이러한, 어느 의미에서는 너무나도 사사로운 주제가 달콤한 감상이나 눈물겨운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도 매컬러즈의 비범한 억제력을 엿보게 한다. 매컬러즈는 한 인간으로서도 위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무대는 여전히 조지아주의 소읍이다. 주인공 말론은 백혈병이라는 선고를 받고 있는 약재사다. 매컬러즈는 이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살고 있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조형해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하여금 빈사상태에 있는 늙은 남부를 상징시키고 있다. 즉 <인종병>이라는 불치의 중병에 걸린 남부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백혈병에 걸린 약제사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러나 《바늘 없는 시계》를 <문제 소설>이라고 보는 데엔 문제가 없지 않다. 이 작품은 센세이셔널한 사건소설이 아님은 물론, 실상보고적인 상황소설도 아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심각하게 그려져 있지만, 역시 거기에는 부드러운 음악적 리듬이 은은히 울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남북전쟁 이전의 남부 연방 화폐를 모아 그 가치회복을 꿈꾸는 노판사의 괴이하고 익살스럽고 어리석은 짓거리마저 매컬러즈는 풍자적으로 보지 않고 여유 있는 유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제의 절실함과 중대함을 깊이 인식하며 남부인으로서 살아 온, 남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지니는 여유 같은 것이 그 밑바닥에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20대부터 중병에 시달리고 늘 죽음과 맞대면하면서 살아 온 그녀의, 터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삶의 슬기와도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매컬러즈는 이 《바늘 없는 시계》를 쓴 6년 뒤에 마침내 영면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일찍부터 문학적 명성을 얻은 사람치고는 작품 수가 너무 적은 것 같지만, 그녀가 20대부터 중병을 앓고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살아 온 것을 감안한다면, 이만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은 의지력과 집중력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이 점에서 돌이켜볼 때, 제 1 작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에서의 고독과 죽음의 주제는 예지적·예감적이었다는 느낌이다. 이후의 그녀의 실생활은 이 주제의 그림자 밑에서 보내졌으니까 말이다. 불구자나 병자에 대한, 체질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감도 제 1 작 이래 일관하고 있는데, 이러한, 어느 의미에서는 너무나도 사사로운 주제가 달콤한 감상이나 눈물겨운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도 매컬러즈의 비범한 억제력을 엿보게 한다. 매컬러즈는 한 인간으로서도 위대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