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머리말
Ⅱ. 민족주의의 정신적 원리
Ⅲ. 근대 민족주의와 합리성
Ⅳ. 동학 민족주의와 합리성
Ⅴ. 맺음말
Ⅱ. 민족주의의 정신적 원리
Ⅲ. 근대 민족주의와 합리성
Ⅳ. 동학 민족주의와 합리성
Ⅴ. 맺음말
본문내용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민족통일의 방법으로 평화통일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화통일의 필수적 전제라고 할 수 있는 민족간의 대화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성적 대화로서의 담론이 없는 평화적 통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족통일의 방법과 관련하여서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과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남북한 당국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통일방안은 남북한 체제간 결합의 방법에 관하여만 언급하고 있을 뿐, 통일된 나라에서 국민들이 누리게 될 삶의 모습에 관하여서는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대 민족국가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체제요, 국민들간의 기본적인 합의에 의해 존재하는 정치 공동체이다. 따라서 민족 공동체를 위한 통합이념으로서의 민족주의는 栗谷의 표현처럼 "삼척동자도 그렇다고 할" 민족적 보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오늘 우리의 현실이 지니는 최대의 문제는 민족 구성원이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통일논의의 話頭로서 공통의 가치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대화의 장과 담론의 규칙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민족통일을 위한 노력에 있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들 중의 하나는 민족 구성원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이념적 기초로서 민족주의를 하루속히 확립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한국 민족주의의 그러한 이념은 아마도 합리성의 한국적 원리를 정신적 배경으로 할 것이다. 동학사상은 한국적 합리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제기된 한국 근대 민족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은 한국 전통의 상보적·음양상생적 사고의 틀 위에 侍天主의 사상체계를 발전시켰다. 동학이 시천주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내놓은 不然其然, 同歸一體, 事人如天 등의 원리가 한국인들 사이에 폭발적인 호소력을 가진다는 사실은 동학혁명과 그 이후의 역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
동학에서는 하느님도 우리 말로 가르침을 내리는 한국 고유의 신이다. 동학은 신인합일이라는 가장 한국적으로 이해되는 이념을 우리 고유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빌어 표현하였다. 때문에 동학에는 한국인의 주체성과 자존심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학의 교리는 이 땅의 民草들에게 그들의 고통이 각자의 불운이나 죄 때문이 아니라고 하여 사회적 사고방식을 길러 주었다. 또 시천주의 교리는 臣民的 의식에 젖어 살던 피지배층들을 한국 민족주의의 주체로 바꾸어 놓았다.
동학 민족주의는 계급화해와 세계평화주의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이해된다. 동학은 조선왕조의 계급모순을 비판했지만 이것을 피의 대결로 해소하여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동귀일체 하는 공동체에는 계급갈등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동학의 세계평화주의는 문화와 도덕, 학문의 국제적 경쟁과 협력을 강조하고 전쟁을 거부한다.
동학사상의 정치적 귀결점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때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도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동학의 민주주의적 이념은 해방이후 천도교 靑友黨에 의해 '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된 바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이다. 동학은 인내천의 정신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사상 유래가 없는 신인합일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렸다. 프랑스혁명의 구호처럼 근대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자유, 평등, 박애의 원리에 의해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근대사는 자유와 평등의 원리가 서로 상충함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 현실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로 구체화되게 되었다.
천도교가 내세우는 신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요소를 민주주의 속에서 융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민주주의는 형식과 실질의 조화, 즉 상보적 합리성을 원리로 하는 체제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신민주주의는 박애의 원리에 의해 자유와 평등을 화해시키려는 이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박애와 원생적 공동체에서의 인간적 유대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신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한국적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이론가들은 참여민주주의가 '情의 공동체'를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동학혁명에 의해 구체화되었던 執綱所 民主主義는 동학 민주주의가 정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참여민주주의임을 보여주었다. 동학은 시천주와 接靈의 교리에 따라 신도들 사이에 靈性的 交流의 共同體를 성립시켰다. 이 공동체는 참여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위한 토양이다. 동학은 박애의 정신이 선행된다면 자유와 평등의 대립을 화해시키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천도교 민주주의 이념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민주정치와 민주경제, 민주문화, 민주윤리를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경제적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정치적 자유가 있을 수 없음은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또 문화적 불평등 구조는 사회적 위신의 차등화를 통해 신분차별을 만들어낸다. 천도교의 정치이념은 민주문화가 민주정치의 전제조건이라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사인여천의 민주윤리도 이것이 사회의 게임 규칙으로 되지 않는 한 신민주주의의 실현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았다.
동학의 상보적 음양합리성은 정치체제의 관점에서 복지적 성격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로 구체화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천도교의 신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체제는 인정이 오가는 對面의(face-to-face) 공동체를 기본단위로 할 것이다. 정치체제에 있어 대면 공동체의 특성은 규모의 제약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동학의 민주주의는 집강소 자치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지방분권적 자치에 의한 민주주의이어야 할 것이다. 동학의 복지사상과 공동체 정신은 지방자치적 공동체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집강소 민주주의의 정치체제 원리는 자치 공동체들의 원심성과 그들 간의 협력에 의한 구심성의 종합을 기초로 하였다. 동학의 이러한 체제원리는 민족통일의 이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민족통일의 방법으로 평화통일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화통일의 필수적 전제라고 할 수 있는 민족간의 대화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성적 대화로서의 담론이 없는 평화적 통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족통일의 방법과 관련하여서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과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남북한 당국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통일방안은 남북한 체제간 결합의 방법에 관하여만 언급하고 있을 뿐, 통일된 나라에서 국민들이 누리게 될 삶의 모습에 관하여서는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대 민족국가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체제요, 국민들간의 기본적인 합의에 의해 존재하는 정치 공동체이다. 따라서 민족 공동체를 위한 통합이념으로서의 민족주의는 栗谷의 표현처럼 "삼척동자도 그렇다고 할" 민족적 보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오늘 우리의 현실이 지니는 최대의 문제는 민족 구성원이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통일논의의 話頭로서 공통의 가치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대화의 장과 담론의 규칙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민족통일을 위한 노력에 있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들 중의 하나는 민족 구성원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이념적 기초로서 민족주의를 하루속히 확립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한국 민족주의의 그러한 이념은 아마도 합리성의 한국적 원리를 정신적 배경으로 할 것이다. 동학사상은 한국적 합리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제기된 한국 근대 민족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은 한국 전통의 상보적·음양상생적 사고의 틀 위에 侍天主의 사상체계를 발전시켰다. 동학이 시천주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내놓은 不然其然, 同歸一體, 事人如天 등의 원리가 한국인들 사이에 폭발적인 호소력을 가진다는 사실은 동학혁명과 그 이후의 역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
동학에서는 하느님도 우리 말로 가르침을 내리는 한국 고유의 신이다. 동학은 신인합일이라는 가장 한국적으로 이해되는 이념을 우리 고유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빌어 표현하였다. 때문에 동학에는 한국인의 주체성과 자존심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학의 교리는 이 땅의 民草들에게 그들의 고통이 각자의 불운이나 죄 때문이 아니라고 하여 사회적 사고방식을 길러 주었다. 또 시천주의 교리는 臣民的 의식에 젖어 살던 피지배층들을 한국 민족주의의 주체로 바꾸어 놓았다.
동학 민족주의는 계급화해와 세계평화주의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이해된다. 동학은 조선왕조의 계급모순을 비판했지만 이것을 피의 대결로 해소하여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동귀일체 하는 공동체에는 계급갈등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동학의 세계평화주의는 문화와 도덕, 학문의 국제적 경쟁과 협력을 강조하고 전쟁을 거부한다.
동학사상의 정치적 귀결점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때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도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동학의 민주주의적 이념은 해방이후 천도교 靑友黨에 의해 '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된 바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이다. 동학은 인내천의 정신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사상 유래가 없는 신인합일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렸다. 프랑스혁명의 구호처럼 근대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자유, 평등, 박애의 원리에 의해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근대사는 자유와 평등의 원리가 서로 상충함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 현실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로 구체화되게 되었다.
천도교가 내세우는 신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요소를 민주주의 속에서 융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민주주의는 형식과 실질의 조화, 즉 상보적 합리성을 원리로 하는 체제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신민주주의는 박애의 원리에 의해 자유와 평등을 화해시키려는 이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박애와 원생적 공동체에서의 인간적 유대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신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한국적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이론가들은 참여민주주의가 '情의 공동체'를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동학혁명에 의해 구체화되었던 執綱所 民主主義는 동학 민주주의가 정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참여민주주의임을 보여주었다. 동학은 시천주와 接靈의 교리에 따라 신도들 사이에 靈性的 交流의 共同體를 성립시켰다. 이 공동체는 참여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위한 토양이다. 동학은 박애의 정신이 선행된다면 자유와 평등의 대립을 화해시키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천도교 민주주의 이념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민주정치와 민주경제, 민주문화, 민주윤리를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경제적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정치적 자유가 있을 수 없음은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또 문화적 불평등 구조는 사회적 위신의 차등화를 통해 신분차별을 만들어낸다. 천도교의 정치이념은 민주문화가 민주정치의 전제조건이라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사인여천의 민주윤리도 이것이 사회의 게임 규칙으로 되지 않는 한 신민주주의의 실현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았다.
동학의 상보적 음양합리성은 정치체제의 관점에서 복지적 성격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로 구체화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천도교의 신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체제는 인정이 오가는 對面의(face-to-face) 공동체를 기본단위로 할 것이다. 정치체제에 있어 대면 공동체의 특성은 규모의 제약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동학의 민주주의는 집강소 자치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지방분권적 자치에 의한 민주주의이어야 할 것이다. 동학의 복지사상과 공동체 정신은 지방자치적 공동체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집강소 민주주의의 정치체제 원리는 자치 공동체들의 원심성과 그들 간의 협력에 의한 구심성의 종합을 기초로 하였다. 동학의 이러한 체제원리는 민족통일의 이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