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본문내용

자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부터 새로이 차입하는 형식을 취하였으나, 실제로는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기존 차입금의 원리금을 새로이 투자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대환 내지 그와 유사한 준소비대차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_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다단계금융판매조직을 구성한 때부터 사기 범행을 모의하였고, 그러한 모의(범의)의 내용에는 실현가능성이 없는[958] 고액의 수익보장(고율의 이자와 유치수당의 지급)을 내세워 고객들을 기망하여 그들로부터 차입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고, 그 편취 범행을 숨기고 새로이 더 많은 금원을 편취할 목적으로 만기에 원리금의 반환을 구하는 고객의 요구에는 응하되 가급적 재투자를 권유하여 기왕에 편취한 금원의 반환을 최소화하기로 하는 내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재투자를 권유하는 행위 또한 종전의 편취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 이를 별개의 편취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으며,주30) 새로운 편취의 범의(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주31)
주30) 예컨대, 월 5할의 이율을 준다고 속여 1,000만 원을 빌린 자가 그 변제기인 한 달 후에 이르러 그 원리금의 지급을 모면하기 위하여 종전과 같은 이율 내지 더 높은 이율을 제시함으로써 그 원리금 1,500만 원을 다시 빌리기로 하고 그 차용증서를 작성하여 준 경우 최초의 차용사기와 별도로 1,500만 원의 사기죄가 성립한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주31) 1차 차입금의 유치가 기망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그 차입금을 교부받음으로써 사기죄가 완성되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위 차입금(장물)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됨에 그치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_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재투자는 형식상으로는 별도의 차입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는 위와 같이 편취한 기존 차입금의 반환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 내지 이를 은폐하기 수단에 불과하고 종전의 차입금 편취와는 별개의 편취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재투자시 발행된 차입금증서의 액면금은 이득액을 산정함에 있어 포함시킬 수는 없다.
_ 기존의 차입금이 편취된 것이 아니라면 위 재투자는 위 판례에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변제기의 연장에 해당하고 따라서 채무이행을 연기받은 것에 의한 재산상 이득액을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종전의 차입금이 편취된 것이므로 위 재투자를 편취금원에 대한 변제기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 소결론
_ 그러므로 이 사건 사기범행으로 취득한 이득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고인들이 실제로 교부받은 차입금을 가려서 이 금액만을 이득액으로 보고,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기존 차입금의 원리금을 새로이 투자하고 그 차용금증서를 교부한 경우는 별도의 사기죄를 구성하지 아니[959] 하므로 그 이득액의 합산에서 제외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가리지 아니한 채 차용금증서의 액면금액이 모두 편취된 것으로 보고 그 전액을 이득액으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특가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에 관한 법리오해나 그로 인한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4. 이 판결의 의의
_ 이 판결은 특경법 제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의 의미를 명확히 함과 아울러, 피해자를 기망하여 편취한 재물의 반환을 회피하였다 하더라도, 새로운 법익을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됨에 그칠 뿐이며, 별도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음을 처음으로 밝힌 대법원판례이고, 다단계 금융판매조직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중요한 선례로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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