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들어가기
Ⅱ. 김승옥 작가 연보
Ⅲ. 김승옥 그가 말하는 자신
Ⅳ. 빠져들기
Ⅴ. 나오기
Ⅱ. 김승옥 작가 연보
Ⅲ. 김승옥 그가 말하는 자신
Ⅳ. 빠져들기
Ⅴ. 나오기
본문내용
하게 된다.
< 생명연습 >
서사적 구조로 이루어지는 ‘나’와 ‘한 교수’와의 만남이라는 현재적 시간 사이에 과거의 사건들이 추상되어 떠오르는 형식을 취한다. 중심된 이야기는 ‘나’의 기억 속에서 침전되어 있는 비극적인 가족사이다. 그 비극적인 가족사란, 남편 없이 살아가는 어머니의 부정과 이를 참지 못하는 형의 어머니에 대한 살해 음모, 그리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형을 죽이려 했던 나와 누나의 절망감, 살아온 형의 자살 같은 어두운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음습한 기억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자기 세계’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운명이다. 그 자기세계는 어둡고 음습한 공간이지만, 그것은 자기 존재의 근거가 되는 ‘귀한 재산’이다. 작중에서 개인의 자기세계는 하나의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구조물 안에서 인간은 저마다 삶의 양태를 마치 훼손된 세계에 지어진 성채와도 같은 벽이나 지하실 등의 말하자면 삶을 탐색하기 위한 공간을 쌓고 살아간다. 그러나 성채나 지하실이나 운동장 같은 자기세계는 자아와 세계가 단절되어 있다는 부정적 결렬 상태가 아니고 시니컬하거나 혹은 화해적인거나 간에 삶을 탐색하는 연습장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것은 외부 세계와 자아와의 문제에 대한 작가적 의식의 소산이라고 할 만하다. 이 소설의 비극은 객관 세계가 주체에 대해 우위를 점하여 개인의 자율적인 영역이 훼손된 세계에서 개인이 체험하는 비극인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를 이용해서 직선을 그린 화가가 느낀 윤리의 위기나 죄의식은 자기 세계의 순결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관한 것이다. 작가에게 자아의 개별성과 자율성의 순결한 영역을 지키는 문제는 이토록 절실하다. 이런 문맥에서 자기 세계를 지키는 극기의 행위는 생명을 연습하는 일에 비견될 만큼 절박하다. 그것이 이 소설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윤리의 절대적인 근거이다. 그들에게 사회적인 도덕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세계의 유지라는 보다 근본적인 윤리이다. 그 윤리 앞에서 사회적인 윤리란 어쩌면 억압일 것이다.
< 환상수첩 >
<환상수첩>은 액자구조로 되어있다. 외화의 서술자인 ‘임수영’이 내화의 서술자인 ‘정우’의 수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순화적 시간 구조를 나타내는 부분은 바로 내화의 스토리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시간 역전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울에서 하향한 ‘나’가 고향에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여수와 섬을 여행하고 다시 돌아오는 귀환형의 순환적 시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는 자신의 삶의 환부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이며 하향의 이유도 삶의 고뇌의 원인도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60년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고뇌와 절망의 분위기를 함의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향에 돌아와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정신적, 육체적 상태가 정상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수영’은 폐침윤 2기진단을 받고 고향에 내려와 춘화를 제작해서 팔고 있고 ‘형기’는 집에 불이나 가족 모두가 죽고 자신은 장님이 되어 있으며, ‘윤수’는 몸무게가 병적으로 가벼워 징병을 면제 받았고 춘화의 모델이 된다. ‘나’에게 이럴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고향은 정신적 안식처라기보다는 어리석은 도피처임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서커스단도 유랑의 생활을 하는 쓸쓸한 존재들이며 결국 그들은 서커스단을 해체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커스 단원인 ‘미아’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윤수’는 그녀와의 결혼을 약속한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온 ‘윤수’는 ‘수영’의 여동생인 ‘진영’을 윤간한 깡패들과 싸우다가 죽게 된다. 내화는 ‘나’가 ‘형기’의 손을 잡고 인가 없는 바닷가에 가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지만, 외화에서 ‘수영’이 그의 죽음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이 작품은 세계에 대한 무한한 절망과 여행이라는 무한한 동경에서 귀환하여 죽음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기까지의 순환적 여로를 보여준다.
< 염소는 힘이 세다 >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어린 화자를 등장시킨 이 소설은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당시 사회의 힘의 구조를 느끼게 한다. 위의 말대로라면 집안에서 죽은 염소를 제외하고 힘이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약해빠진 힘의 하부구조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프고, 누나는 겁탈을 당하고, 할머니의 장사엔 걸림돌이 많다. 어린 아이인 화자 역시 힘이 있을 리 없다. 화자가 느끼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화자의 가족들보다 힘이 세다.
힘이란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른다. 힘이 없는 사람들은 힘이 강한 사람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60년대의 삶이 그렇고 지금 역시 변한 바 없다. 염소 고깃국을 파는 할머니의 장사에서도 어린 화자는 염소의 힘을 느낀다. 죽어서도 우락부락한 사람들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염소가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는 염소가 그립다. 힘센 염소가 있을 때에는 지금처럼 삶이 힘들지 않았다. 비록 염소보다 더 큰 힘에 염소가 희생당했지만 염소만큼의 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힘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들을 지켜줄 작은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권력에 의한 피해의식 때문이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란 죽은 염소를 떠올리는 아이처럼 현대의 우리에게도 따라다닌다. 그러나 느끼지 못할 만큼 삶에 침투해 있을 뿐이다.
◇ 참고 서적 ◇
김승옥, <무진기행>, 나남출판사, 2001
김승옥, <내가 만난 하나님>, 서적, 2004
구모룡, 논문 <근대적 삶에 대한 환멸의 서사시>, 『문학사상』, 1996
김 현, 논문 <구원의 문학과 개인주의>, 『현대문학』, 1966
유종호, 논문 <감수성의 혁명>, 『문학과 현실』
천이두, 논문 <존재로서의 고독>, 1980
김보우,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의 글쓰기 연구>, 서울대, 1999
김학균,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화자의 성격연구>, 서울대, 1999
나순일,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연구>, 계명대 교육대학원, 1992
이동재,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의 서사구조연구>, 고려대, 1990
이정석,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의 욕망구조 연구>, 숭실대, 1997
< 생명연습 >
서사적 구조로 이루어지는 ‘나’와 ‘한 교수’와의 만남이라는 현재적 시간 사이에 과거의 사건들이 추상되어 떠오르는 형식을 취한다. 중심된 이야기는 ‘나’의 기억 속에서 침전되어 있는 비극적인 가족사이다. 그 비극적인 가족사란, 남편 없이 살아가는 어머니의 부정과 이를 참지 못하는 형의 어머니에 대한 살해 음모, 그리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형을 죽이려 했던 나와 누나의 절망감, 살아온 형의 자살 같은 어두운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음습한 기억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자기 세계’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운명이다. 그 자기세계는 어둡고 음습한 공간이지만, 그것은 자기 존재의 근거가 되는 ‘귀한 재산’이다. 작중에서 개인의 자기세계는 하나의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구조물 안에서 인간은 저마다 삶의 양태를 마치 훼손된 세계에 지어진 성채와도 같은 벽이나 지하실 등의 말하자면 삶을 탐색하기 위한 공간을 쌓고 살아간다. 그러나 성채나 지하실이나 운동장 같은 자기세계는 자아와 세계가 단절되어 있다는 부정적 결렬 상태가 아니고 시니컬하거나 혹은 화해적인거나 간에 삶을 탐색하는 연습장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것은 외부 세계와 자아와의 문제에 대한 작가적 의식의 소산이라고 할 만하다. 이 소설의 비극은 객관 세계가 주체에 대해 우위를 점하여 개인의 자율적인 영역이 훼손된 세계에서 개인이 체험하는 비극인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를 이용해서 직선을 그린 화가가 느낀 윤리의 위기나 죄의식은 자기 세계의 순결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관한 것이다. 작가에게 자아의 개별성과 자율성의 순결한 영역을 지키는 문제는 이토록 절실하다. 이런 문맥에서 자기 세계를 지키는 극기의 행위는 생명을 연습하는 일에 비견될 만큼 절박하다. 그것이 이 소설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윤리의 절대적인 근거이다. 그들에게 사회적인 도덕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세계의 유지라는 보다 근본적인 윤리이다. 그 윤리 앞에서 사회적인 윤리란 어쩌면 억압일 것이다.
< 환상수첩 >
<환상수첩>은 액자구조로 되어있다. 외화의 서술자인 ‘임수영’이 내화의 서술자인 ‘정우’의 수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순화적 시간 구조를 나타내는 부분은 바로 내화의 스토리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시간 역전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울에서 하향한 ‘나’가 고향에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여수와 섬을 여행하고 다시 돌아오는 귀환형의 순환적 시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는 자신의 삶의 환부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이며 하향의 이유도 삶의 고뇌의 원인도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60년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고뇌와 절망의 분위기를 함의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향에 돌아와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정신적, 육체적 상태가 정상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수영’은 폐침윤 2기진단을 받고 고향에 내려와 춘화를 제작해서 팔고 있고 ‘형기’는 집에 불이나 가족 모두가 죽고 자신은 장님이 되어 있으며, ‘윤수’는 몸무게가 병적으로 가벼워 징병을 면제 받았고 춘화의 모델이 된다. ‘나’에게 이럴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고향은 정신적 안식처라기보다는 어리석은 도피처임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서커스단도 유랑의 생활을 하는 쓸쓸한 존재들이며 결국 그들은 서커스단을 해체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커스 단원인 ‘미아’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윤수’는 그녀와의 결혼을 약속한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온 ‘윤수’는 ‘수영’의 여동생인 ‘진영’을 윤간한 깡패들과 싸우다가 죽게 된다. 내화는 ‘나’가 ‘형기’의 손을 잡고 인가 없는 바닷가에 가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지만, 외화에서 ‘수영’이 그의 죽음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이 작품은 세계에 대한 무한한 절망과 여행이라는 무한한 동경에서 귀환하여 죽음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기까지의 순환적 여로를 보여준다.
< 염소는 힘이 세다 >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어린 화자를 등장시킨 이 소설은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당시 사회의 힘의 구조를 느끼게 한다. 위의 말대로라면 집안에서 죽은 염소를 제외하고 힘이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약해빠진 힘의 하부구조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프고, 누나는 겁탈을 당하고, 할머니의 장사엔 걸림돌이 많다. 어린 아이인 화자 역시 힘이 있을 리 없다. 화자가 느끼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화자의 가족들보다 힘이 세다.
힘이란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른다. 힘이 없는 사람들은 힘이 강한 사람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60년대의 삶이 그렇고 지금 역시 변한 바 없다. 염소 고깃국을 파는 할머니의 장사에서도 어린 화자는 염소의 힘을 느낀다. 죽어서도 우락부락한 사람들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염소가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는 염소가 그립다. 힘센 염소가 있을 때에는 지금처럼 삶이 힘들지 않았다. 비록 염소보다 더 큰 힘에 염소가 희생당했지만 염소만큼의 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힘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들을 지켜줄 작은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권력에 의한 피해의식 때문이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란 죽은 염소를 떠올리는 아이처럼 현대의 우리에게도 따라다닌다. 그러나 느끼지 못할 만큼 삶에 침투해 있을 뿐이다.
◇ 참고 서적 ◇
김승옥, <무진기행>, 나남출판사, 2001
김승옥, <내가 만난 하나님>, 서적, 2004
구모룡, 논문 <근대적 삶에 대한 환멸의 서사시>, 『문학사상』, 1996
김 현, 논문 <구원의 문학과 개인주의>, 『현대문학』, 1966
유종호, 논문 <감수성의 혁명>, 『문학과 현실』
천이두, 논문 <존재로서의 고독>, 1980
김보우,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의 글쓰기 연구>, 서울대, 1999
김학균,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화자의 성격연구>, 서울대, 1999
나순일,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연구>, 계명대 교육대학원, 1992
이동재,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의 서사구조연구>, 고려대, 1990
이정석, 학위논문 <김승옥 소설의 욕망구조 연구>, 숭실대,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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