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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문법에 충실하게 권선(勸善)을 그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재창작자들은(채록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바보가 주변 사람이 자신에게 덧씌운 부정적인 이미지 곧, 바보라고 규정지어진 이미지를 벗는 과정을 주목한다. 바보가 차르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배를 가지러 가겠다고 하자 바보의 엄마는 바보더러, 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제 발로 곰 품으로 기어 들어가거나 늑대한테 잡아먹힐 거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바보는 끝내 그 일을 해낸다. 저를 낳은 부모한테서조차 아낌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좌절감에 휩싸이기 쉽다. 그러나 바보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바보가 집을 떠나서 맨 처음에 만나는 수염 많은 노인은 바보의 분신이다. 바보가 노인에게 베푸는 성찬은 바로 자기 자신을 대접하는 성찬이다. 보잘 것 없는 검은 빵과 물은 바보의 자신에 대한 긍정과 사랑으로 보드라운 흰 롤빵과 향기로운 브랜디가 된다. 노인이 바보에게 하는 칭찬 또한 바보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칭찬이다. 바보의 하늘을 나는 배에 오른 승객들도 모두 하나같이 어처구니없는 별종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에 대한 강한 긍정. 그것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커다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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