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법에 대한 정리

본문내용

앞에서 밝혔다. 그런데 명령문이나 청유문 외에도 '말-' 부정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지 말기(를) 바라다, -지 말기(를) 기원하다'와 같이 화자의 희망이나 기원을 표현하는 문장에서는 평서문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이 경우는 '아니' 부정도 가능하지만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즉 '아니' 부정의 의미가 중립적인 데 비해 '말다' 부정은 주체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부정이다.
34) 우리의 우정이 영원히 번하지 {말기를, 않기를}!
35) 마음이 약해지지 {말기를, 않기를} 바란다.
'말다'는 연결어미 '-고'와 결합하여 특별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 의미상으로 '금지'의 뜻과 달라졌으며, 동사 활용형으로 환원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36) 너 말고 동생을 보내라.(네가 아니라)
37) 너 말고는 내가 믿을 사람이 없다.(너를 제외하고는)
38) *너없지 말고 내가 믿을 사람이 없다.
'말은 동사와 반복 구성을 이루어 '-든지 말든지', -다 말다, -거나 말거나, -을까 말까' 등과 같은 관용구를 만들기도 한다.
39) 네가 오든지 말든지 상관 없다.
40) 수연이는 대학에 갈까 말까 망설인다.
4. 단형 부정문과 장형 부정문
장형 부정문과 단형 부정문은 언중들이 대체로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민희는 학교에 안 갔다/가지 않았다'와 같이 장단형이 모두 혀용되는 대부분의 문맥에서는 그 의미 차이가 거의 없다.
표면상의 차이
단형과 장형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일반적인 입장은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표면구조로 볼 때 장형 부정문은 보문소 '-지'가 이끄는 보문을 가지는 구성이고 단형 부정문은 부정사 '아니/안'을 가지는 단문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 부정 명령문과 부정 청유문을 구성하는 '-지 말아라/말자' 구성은 장형만을 허요하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부정의 영역상의 차이
부정문에서 부정의 영역이 어디까지 미치는가에 따라 의미 해석이 달라지는데 단형보다는 장형 부정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문장에 양화(量化)표현이 있으면의미 해석이 전체부정과 부분부정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특수조사 '는'이 있는 문장은 부분 부정의 의미만 가지게 된다.
41) 그는 밥을 먹고 가지 않았다/ 그는 밥을 안 먹고 갔다.
42) 손님이 다 {안, 못} 왔다/ 손님이 다 오지 {않았다, 못했다}.
43) 손님이 다는 {안, 못} 왔다/ 손님이 다는 오지 {않았다, 못했다}.
서술어 제약의 차이
서술어가 복합어나 파생어일 때 단형 부정문의 성립이 어렵다 전체적으로 어간의 음절수가 3음절 이상인 경우에는 대체로 단형 부정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44) 이 옷은 {*안 값싸다, 값싸지 않다}.
45) 나는 하나도 {안 피곤하다, 피곤하지 않다}
관용적인 용법
단형 부정문 중에는 의미가 특수화되어 관용적인 의미를 갖는 예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되다' 만이 예외적이고 나머지는 장형 부정문으로 대치되지 못한다.
46) {못된, 되지 못한} 녀석.
47) 참 {못난, *나지 못한} 녀석이군.
반대로 다음과 같은 관용어는 장형 부정문만 허용한다.
48) 엎친 데 덮친 형편이라 {*못 죽어, 죽지 못해} 산다.
48)과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이 두 가지 이상 있을 때 장형보다 단형의 의미가 더 직접적이며, 특수화되어 관용어화 하는 빈도도 높다.
<참고문헌>
고영근, 남기심, 국어의 통사·의미론, 탑출판사, 1994.
이익섭, 채완, 국어문법강의론, 학연사, 1999.
권재일, 한국어 통사론, 민음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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