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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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있으므로 주로 차를 가진 이들이 가는 곳은 대형건물이 된다. 그런데 이런 대형건물이 일방통행로의 입구에 있게 되면 건물에서 나오는 차들과 학교로 올라가려는 차들이 뒤엉켜 혼잡할 것이다. 물론 반대가 된다고 해서 차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방통행로의 입구보다는 출구 쪽이 그러한 혼잡함은 조금은 덜할 것이다. 왜냐면 일방통행로의 출구 쪽에서 좌회전 하려는 차들로 인해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들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방통행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대형건물들은 대부분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외벽을 마감한 세련된 이 소비 공간들은 일방통행로 입구의 떡볶이와 어묵, 라면, 김밥 등을 파는 가계에 비한다면 가계의 규모와 인테리어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앞서의 가계들이 거리를 향하여 열려있고 몇 천원으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대형건물에 위치한 일본식 주점이나 맥주 집은 그다지 만만해보이지 않는다. 주로 외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그래서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들 가계들은 자본의 소유 유무에 따라 출입이 차별적으로 통제된다. 그 안에서 거리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커피를 마시는 이들을 보면 왠지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사적인 만남의 광경을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감의 표시이다. 이러한 노출식 가계는 출입제한을 없애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좀 더 근사한 소비를 하는 선택받은 소수인 듯 보이게 연출하고 있다. 자본의 소유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출입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방통행 방향의 변화는 대학가 앞 자본을 독식하려는 거대자본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하단오거리와의 관련을 생각해 보자. 하단오거리는 부산에서 인근의 녹산이나 명지 등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진입로이다. 하단은 끊임없는 도로의 확장으로 80년대 삼거리였던 것이 이제는 오거리로 바뀌었다. 새로운 도로가 생겨남으로써 하단이라는 공간의 배치도 많이 바뀌었다.
하단은 성인들의 문화시설이 많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부산에서 미시촌이 가장 많은 곳’하면 “하단 오거리”라고 뜬다. 하단 유흥가의 명성은 가히 전국구라 할 만하다. 이는 하단오거리가 국내최대의 산업단지인 녹산 산업단지와 인근의 신평장림공단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현재 2만 3000명의 근로자가 활동 중인 녹산 산업단지 주변은 아직까지 유흥, 문화시설 및 주거시설이 미약한 상황이다. 국제신문, 2005년 9월 3일자 기사내용 중 일부.
그래서 근로자들은 대부분 하단오거리로 모여들게 되고, 화려한 네온싸인의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모텔, 미시촌 등이 즐비한 하단은 소비도시 부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단에 오면 강줄기의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낙동강을 따라 내려온 환락의 끝을 본다.
공간은 등질적이고 완전히 순수한 형태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사회적 산물이다. 앙리 르페브르, 공간정치에 관한반성, 자본주의의 도시화와 도시계획(최병두한지연 편역), 한울아카데미, 1989, 234쪽.
이처럼 하단오거리라는 공간은 근로자들이 일과 후의 피로를 풀기위한 공간으로 자본의 전략적 배치로 인해 생긴 공간이다. 자본은 동아대 거리와 하단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일방통행로는 하단 오거리 쪽에서 동아대 앞을 빠져나가 엄궁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재배치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아대는 하단오거리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다. 그런데 엄궁동 쪽으로는 도로와 그에 맞닿은 산밖에 없으니 동아대는 마치 섬처럼 고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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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방통행 방향의 변화에 따라 대형 상가들이 돈벌이를 독식하는 공간으로 전락한 동아대 앞거리에서 평범한 대학생들은 길거리를 배회해야 한다. 그러다가 일방통행로 입구 쪽에서 간신히 들어갈 만한 안식처를 찾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하굣길의 동아대생들은 보행자들에게 불친절한 일방통행로에서 수많은 저항을 받으며 지하철을 타러갈 수밖에 없다. 보행자의 보행보다는 자동차의 속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그 길에 불법주차 된 차와 달려오는 차, 그리고 도로를 점유한 가게의 상품들을 피해 곡예를 하듯 지나가야 한다. 이런 곳에서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것은 불가능하고, 도로의 통행을 방해한다고 수시로 지탄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하단오거리 쪽이 가까워지면 즐비한 여관, 단란주점과 미시촌으로 인해 이상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이런 공간 배치에 저항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지금의 일방통행로가 시작되는 향학서점 앞에서 동아대 정문까지 차 없는 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도로를 중심으로 한 도시공간의 재편은 자동차의 속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보행속도마저 빠르게 한다. 인간적인 속도를 되찾기 위해 차량 통행은 지금의 일방통행로의 일부, 그러니까 동아대 정문에서 내려오는 기존의 일방통행로의 출구 부분을 양방통행으로 바꾸고 동아대 정문에서 향학서점까지의 일방통행로는 보행자들의 도로로 해야 한다. 소나무 주변에 벤치를 놓고 보행자들이 천천히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야 진정한 대학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길과 에덴공원(동아대에서 왕복 6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으며, 하단지하철 역 가는 중간 정도에 위치)을 자연스럽게 연계할 필요가 있다. 에덴공원은 일방통행로의 시작인 향학서점에서 약 15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제대로 닿지 않고 있다. 에덴공원은 승학산 서쪽 낙동강변에 있는 도심공원이다. 이곳에는 유치환의 ‘깃발’시비와 산책로가 있고,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있다. 또한 해질녘 공원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광경은 상당히 아름답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훌륭한 대학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동아대 앞거리는 자본을 소유한 일부 대학생들만이 누리는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대학로로 거듭 날 수 있으며, 또한 하단오거리의 밤 문화에 대항하는 건강한 대학 문화가 싹틀 수 있을 것이다.
- 임회록 일방통행의 흐름을 바꾸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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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79페이지
  • 등록일2008.03.15
  • 저작시기2008.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45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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