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자유－나르시시즘이냐서로주체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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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유－나르시시즘이냐서로주체성이냐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념#(, p. 295)
보편적 자기의식은 다른 자기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다. 이들 각자는 자유로운 개별성으로서 절대적인 자립성을 갖지만, 그의 직접성 내지 욕구의 부정을 통해 타인과 구별되지 않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자유로운 타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승인받은 존재로 알고 있고 또 그가 타인을 승인하고 자유로운 존재로 아는 한에서 자기 자신을 승인받은 존재로 아는 그러한 상호성으로서의 실제적인 보편성을 지닌다. (헤겔, #(엔치클로페디#(, § 436)
어느 한 논증이 오류임이 밝혀졌다고 해서, 그 논증의 결론마저 곧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르시시즘 논증이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저자가 제시하는 서로주체성의 이념은 독립적인 타당성과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주관주의(관점주의#해체주의가 득세한 20세기 이후 실천철학의 규범 원리를 새롭게 확립하는 작업은 우리 시대의 시급한 과제이며, 타자와의 인격적 만남의 관계 속에서 상호적으로 생성되고 완성되는 자기의식이라는 서로주체성의 이념은 실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소중하고 가치 있는 대안이다.
게다가 저자는 제2부에서 그 누구보다도 감동적인 문체로 이 이념을 아름답게 소묘한다. 다만 나는 이 서로주체성의 이념이 최근 일련의 헤겔 연구자나 J. 하버마스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호주관성 이론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상호주관성’이라는 용어를 ‘서로주체성’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도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의 의식적 자기구성의 선험적 조건으로서 자립적 타자와의 상호 관계라는 사유는 상호주관성 이론에서 이미 익숙한 논변이다. 저자가 실제로 기존의 상호주관성 이론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암시에 머물고 있는 ‘모심과 섬김’에 대한 보다 깊이 있고 정교한 천착이 필요할 것 같다. 다만 이때에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모심과 섬김’이 저자 자신의 서로주체성의 이론 구조에도 심대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주관성 이론은 자립적 이성 존재 간의 상호성과 대칭적 동등성을 기본 원리로 가지고 있다. 대칭적 동등성이 중요한 까닭은 이를 통해 참여자들의 평등권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심과 섬김’은 타자와의 비대칭적 증여 관계이다.
이 원리는 등가교환에 의거한 교환 모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반면에 폭력적 타자 앞에서는 H. 마르쿠제의 말대로 약자에게 ‘억압적 똘레랑스’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서로주체성의 구성 과정을 ‘말함과 들음’으로 연결시켜 설명하는 저자의 논의는 매우 흥미롭지만, 저자가 의식했건 그렇지 않았건 G. H. Mead의 언어적으로 매개된 상징적 상호행위론과 강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주체성의 이념(#은 철학의 혁신을 이끌어낼 만한 시도인가?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이 시도는 그럼 새로운 것인가? 나는 ‘우리’와 ‘그들’의 구분을 막론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뜻을 같이 하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의 약속대로 새로운 자유의 개념을 정립했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더 정교한 논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가 말한 대로 이 책을 통해 그 튼실한 씨앗은 심어졌다.
나는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중 일부를 조금 변형시킨 다음의 가사로이 복잡한 마음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사람들은 당신을 몽상가라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희망을 잃지 말아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하고 있으니.
하여 언젠가 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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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김준수,   김상봉,   니체,   나르시스,   서로주체성,   나르시시즘이냐서로주체성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