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1993) 등 우리 일상을 비추는 따뜻한 등불 같은 소설들을 발표
▶ 1988년 『원미동 사람들』로 ‘유주현문학상’을, 1992년 「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1996년 「곰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특히 1995년 전생에 이루지 못한 영혼과의 사랑을 주제로 동양 정서를 현대화한 문제작 『천년의 사랑』을 발표, 한국 소설의 지형을 바꾸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음(자료 출처 : (주)살림 출판사)
○ 서평
대체로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만 치열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사를 해 본 기억도 없거니와 책장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여러 번 읽은 책도 드문 것을 보면 지금 ‘원미동 사람들’을 다시 들쳐보면서 맨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이 책을 두 번 읽었었구나’하는 것이다. 한 번은 호의적인 독자로서, 그리고 두 번째는 소설가 지망생으로서 였다. 내 삶의 모든 기력을 ‘생활’에만 쏟아 부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아파트의 계단을 올라가다가 무거운 비닐봉지들을 내려놓고 계단 참에 기대 현기증을 달래고 있거나, 볼펜이 끼워진 가계부를 한숨과 함께 옆으로 밀쳐놓은 뒤 아르바이트 원고 교정을 하고 있거나 하였다.
88년 그 무렵 열에 들떠 뒤척이는 아이의 이마에 밤새워 찬 수건을 갈아 놓으며 읽은 책이 ‘원미동 사람들’이었다. 소설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으로 떠나는 이삿날로부터 시작된다. 가장은 장롱을 들어낸 자리나 벽의 낙서 따위에서 살아온 흔적을 만진다. 앞으로의 삶의 불안을 누르려는 듯이, ‘불씨’의 주인공은 뜻밖의 실직으로 성격에 안 맞는 외판이 된 사내. 그는 종일 입 한번 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 지하철 차창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본다.
비오는 날이면 일을 쉬고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가리봉동으로 가는 막일꾼은 ‘그 돈만 받으면 고향으로 가겠다’는 꿈을 토로하며 운다. 그리고 막바지 인생끼리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찻집 여자’에 깃든 쓸쓸함과 애틋함, 똥눌 권리를 찾지 못해 고통받는 ‘지하생활자’의 생존 조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95년,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다. 이른바 존재론적인 고민 속에 있었던 내게는 소설 쓰는 일이 돌파구로 보였다. 그러나 소설작법 같은 것을 배워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몇 권의 책을 골라 꼼꼼히 읽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때 ‘원미동 사람들’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거기에서 나는 빤히 아는 줄거리를 두 번 읽는데도 여전히 흥미로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문체나 묘사의 매력임을 깨달았다. 한 개인의 이야기가 인간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면서 작가의 포착력과 시각이 뭔지도 알 것 같았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작가가 조금은 능청스러워야 한다는 것도. 모두가 말하듯이 ‘원미동 사람들’은 따뜻한 소설이다. 하지만 상투적이고 도식적인 낙관이나 안이한 휴머니즘이 아니다. 삶의 비정과 남루를 다 보고 알고 있지만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 보이지만 그것을 폭로하고 질타하기보다 약간은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독자가)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담을 만도 하지 않느냐고 바라기도 했지만 나는 그 지적의 타당함을, 지름길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애써 둘러가는 것이 소설의 길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애써 둘러가는 것, 그것은 소설의 길만이 아니다. 거리를 두어가며 지키려는 내 삶에 긴장이 되기도 한다. 다음달이면 사십이 되기 때문인가. 자꾸 서둘러 가려고만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 은희경 (소설가) 조선일보, 1997. 12. 8에서 인용
▶ 1988년 『원미동 사람들』로 ‘유주현문학상’을, 1992년 「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1996년 「곰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특히 1995년 전생에 이루지 못한 영혼과의 사랑을 주제로 동양 정서를 현대화한 문제작 『천년의 사랑』을 발표, 한국 소설의 지형을 바꾸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음(자료 출처 : (주)살림 출판사)
○ 서평
대체로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만 치열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사를 해 본 기억도 없거니와 책장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여러 번 읽은 책도 드문 것을 보면 지금 ‘원미동 사람들’을 다시 들쳐보면서 맨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이 책을 두 번 읽었었구나’하는 것이다. 한 번은 호의적인 독자로서, 그리고 두 번째는 소설가 지망생으로서 였다. 내 삶의 모든 기력을 ‘생활’에만 쏟아 부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아파트의 계단을 올라가다가 무거운 비닐봉지들을 내려놓고 계단 참에 기대 현기증을 달래고 있거나, 볼펜이 끼워진 가계부를 한숨과 함께 옆으로 밀쳐놓은 뒤 아르바이트 원고 교정을 하고 있거나 하였다.
88년 그 무렵 열에 들떠 뒤척이는 아이의 이마에 밤새워 찬 수건을 갈아 놓으며 읽은 책이 ‘원미동 사람들’이었다. 소설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으로 떠나는 이삿날로부터 시작된다. 가장은 장롱을 들어낸 자리나 벽의 낙서 따위에서 살아온 흔적을 만진다. 앞으로의 삶의 불안을 누르려는 듯이, ‘불씨’의 주인공은 뜻밖의 실직으로 성격에 안 맞는 외판이 된 사내. 그는 종일 입 한번 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 지하철 차창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본다.
비오는 날이면 일을 쉬고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가리봉동으로 가는 막일꾼은 ‘그 돈만 받으면 고향으로 가겠다’는 꿈을 토로하며 운다. 그리고 막바지 인생끼리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찻집 여자’에 깃든 쓸쓸함과 애틋함, 똥눌 권리를 찾지 못해 고통받는 ‘지하생활자’의 생존 조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95년,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다. 이른바 존재론적인 고민 속에 있었던 내게는 소설 쓰는 일이 돌파구로 보였다. 그러나 소설작법 같은 것을 배워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몇 권의 책을 골라 꼼꼼히 읽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때 ‘원미동 사람들’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거기에서 나는 빤히 아는 줄거리를 두 번 읽는데도 여전히 흥미로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문체나 묘사의 매력임을 깨달았다. 한 개인의 이야기가 인간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면서 작가의 포착력과 시각이 뭔지도 알 것 같았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작가가 조금은 능청스러워야 한다는 것도. 모두가 말하듯이 ‘원미동 사람들’은 따뜻한 소설이다. 하지만 상투적이고 도식적인 낙관이나 안이한 휴머니즘이 아니다. 삶의 비정과 남루를 다 보고 알고 있지만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 보이지만 그것을 폭로하고 질타하기보다 약간은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독자가)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담을 만도 하지 않느냐고 바라기도 했지만 나는 그 지적의 타당함을, 지름길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애써 둘러가는 것이 소설의 길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애써 둘러가는 것, 그것은 소설의 길만이 아니다. 거리를 두어가며 지키려는 내 삶에 긴장이 되기도 한다. 다음달이면 사십이 되기 때문인가. 자꾸 서둘러 가려고만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 은희경 (소설가) 조선일보, 1997. 12. 8에서 인용
추천자료
학습지도안_이진법
학습지도안 편성(위탁가정 부모교육)
방과후학교 컴퓨터교육 연간지도계획,교육활동일지,컴퓨터교육, 컴퓨터학습지도안, 교육활동...
기계체조_학습지도안
[교육과정] 교육과정을 통한 학습과제 설정 및 달성 방안 연구 - 교육과정 교수학습지도안 미...
수업계획안·본시 지도안 (고2) 대단원 : 음식물쓰레기와 환경보전 / 본시단원 : 음식물쓰레기...
<(과학)과 교수-학습 과정안> 4. 여러 가지 암석 학습지도안
[사회과 교수 학습 과정안(약안)](조선 후기 개혁 운동학습지도안)
[과학과 교수-학습 과정안][5. 주변의 생물](주변의 생물 학습지도안)
[말하기 듣기 쓰기 교수 학습 과정안](이리보고 저리보고 학습지도안)
[수학과 교수- 학습 과정안 약안] (문제 푸는 방법 찾기 학습지도안)
[교재 분석, 수업지도안][비판하며 읽기](학습지도안)
[과학과 교수 - 학습 과정안] (9. 작은 생물 학습지도안)
[국어과 대단원 분석 및 수업 지도안] 6. 문학과 독자 학습지도안 | 소단원 : 단원의 길잡이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