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문학-루쉰의 작품 해석

목차

1.작가분석-루쉰

2.내용분석- 장명등

3.감상

본문내용

덕에서 잠시 쉬고,
지금 곧 끈다. 내가 끈다.
희문의 한 구절을 노래하네,
불을 질러버린다. 하하하!
불불불, 과자를 조금 먹고는
희문의 한 구절을 노래하네.
……….”
장명등이 계속 비추고 있는 상황은 그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단지 갇혔을 뿐이고 아이들이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그의 시도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희문의 한 구절(우스운 소리)로 그의 시도를 아이들이 치부하는 것은 현실적인 개혁이 쉽지 않다는 루쉰의 비관적인 생각이 잘 드러난다. 아마 신해혁명과 5.4 운동의 완전하지 않은 성공의 딜레마가 그를 짓누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3.감상
단지 소설가로 치부하기에 <장명등>에서 나타나는 루쉰은 너무도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가려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지만 혁명의 성공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극단적인 예로 루쉰은 스스로 루소나 니체와 같은 ‘궤도 파괴자’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들을 ‘미치광이’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는가하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경멸하는 상식 밖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수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키케로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키케로는 로마의 기존 지배층을 경멸하면서도 동경했고 공화정을 신봉하면서도 시저에게 항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종의 딜레마적 상황인데 루쉰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혁명이나 개혁보다도 딜레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지은 <아Q장전>과 같은 소설에서도 주인공 아Q는 ‘개혁의 옷을 입은 전 근대적 인물’이다. 자신의 사상이나 이념을 쫓아 개혁을 지지하기보다는 자신을 경시했던 이들에게 으스대고 싶어서 개혁을 자처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그린 많은 인물들은 이처럼 복잡하고 자신조차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물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 시대적인 이유도 존재했을 것이다. 당시의 중국은 격변기였고 혼란기였다. 중화사상에 취해 이적이라고 폄하했던 서양 열강들이 청 왕조를 쥐락펴락했고 ‘동쪽의 미개한 섬나라’였던 일본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그에게도 닥쳤다.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루쉰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끝없는 의구심을 가졌고 발전방향을 모색했으나 결국 그는 성과를 보지 못하고 눈 감아야 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역시 루쉰답다. 마지막 장면에서 개혁자인 그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단지 격리시킴으로써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이 소설을 장년의 루쉰(45세)이 지은 것임을 감안할 때 그는 미래의 그 누군가가 자신이 가려던 길의 결과를 내줄 것이라고 믿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을 마지막에 아이들이 노래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루쉰의 시대에서 약 100년이 지났고 나는 지금 그가 상상하기 힘든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외양은 크게 변했고 그가 개혁을 원했던 그의 조국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루쉰의 생각을 100% 받아들일 수는 없다. 시대의 외양은 분명 변했다. 하지만 비슷한 격변기를 겪고 있는 세대로서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성찰과 안목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격변의 어스름과 그 어스름을 걷어내고자 했던 루쉰, 그의 꿈은 좌절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참고문헌>
주정 지음, 왕더허우 사진편집, 홍윤기 옮김, 『루쉰평전』, 북폴리오, 2006
루쉰 지음, 김시준 옮김, 『루쉰 소설전집』, 중영일보사, 1989
하야마 히사오 지음, 정선태 옮김, 『동양적 근대의 창출』, 소명출판, 2004
이상균 지음, 『중국』,김영사, 2003

키워드

루쉰,   루쉰에게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사건,   장명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