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상처 입은 인간의 형상화 방식 -손창섭, 『미해결의 장』, 『잉여인간』

소개글

한국전쟁과 상처 입은 인간의 형상화 방식 -손창섭, 『미해결의 장』, 『잉여인간』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Ⅰ 서론
Ⅱ 본론
　1. 1950년대 문학과 작가 손창섭
　2. 작품 분석
　　(1) 미해결의 장
　　(2) 잉여인간
　　(3)『미해결의 장』과 『잉여인간』의 공통점
　3. 인물 분석
　　(1) 남성 등장인물의 무능력
　　(2) 여성 등장인물의 성적 타락
　　(3) 긍정적 인물의 등장
Ⅲ 결론

본문내용

무력감은 사랑의 결핍이 성적 편집 증세로 나타난다. 인숙한테 느끼는 강한 애욕은, 일방적이며, 비정상적인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극단적이고도 병적인 상태의 인간상을 그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2) 여성 등장인물의 성적 타락
-광순과 봉우 처의 성적 타락
『미해결의 장』의 ‘광순’은 무능하고 병든 오빠를 만나 불가항력으로 창녀로 전락해 버린다. 작가는 광순을 통해 무능한 남자라는 요소와 몸 파는 여자라는 요소가 인과관계를 맺거나 병치되는 경우로 그려내고 있다. 남성의 무능함과 권위 상실 등의 모티프는 여성의 매춘이란 모티프와 하나의 짝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기인, 『손창섭 소설의 미적 구조』, 고대국어국문학회, 1987, p.27
또한, 지상에게 있어서 유일한 위안은 광순의 ‘오피스(유곽)’나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가 광순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녀의 웃는 얼굴 때문이다. ‘피부는 보이지 않고 그냥 웃음만으로 윤곽을 새겨놓은’ 그녀의 모습은 지상이 찾은 쉼터의 공간이다. 하지만, 소설 속 광순과 지상과의 관계는 ‘돈’으로 약화된다.
“나두 무슨 목적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광순이를 찾아오는 뚜렷한 목적 말입니다.” 광순은 내게로 얼굴을 돌리었다. 그저 언제나 다름없이 웃는 얼굴이다. “오빠가 한번은 날더러 지상이하구 연애하느냐구 합디다. 지상이를 사랑하느냔 말예요.” “그래서, 그래서 뭐랬소?” “버얼써 연애가 끝났다구 했죠. 그래서 지상이는 나한테 위자료를 받으러 다닌다구 그랬어요.” 나는 요 위에 일어나 앉아 있었다. 머리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손창섭, 『잉여인간』, 동서문화사, 1984, p.111, 112
지상과 광순의 상상적 관계는 ‘위자료’라는 말에 의해 현실적으로 변하게 된다. ‘지상’의 상황, 즉 1950년대의 절대적 궁핍과 고실업상황은 광순의 존재를 통해서 보여진다.
『잉여인간』의 봉우 처는 친정에 가면 오빠들보다도 발언권이 강해 만기가 들어 있는 병원건물과 거기 딸린 시설을 거의 자기 소유나 다름없이 해놓는 자유분방한 여성이다. 봉우 처는 엄연히 남편이 있는 몸으로서 더구나 남편의 죽마고우인 만기를 유혹하는 성적 타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그시 눈을 찌그리며 웃어 보이고는, 일부러 그러듯이 입술을 오물오물하다가 겨우 삼분의 일쯤 벌리’는 행동을 연출하는 그녀는 그 모든 방법이 무위로 돌아가자 병원처분을 내걸고 만기를 유혹한다. 이런 경제적 압박을 통한 그녀의 유혹은 돈을 매개로 하여 성을 사고파는 ‘성의 상품화’의 변형된 모습으로도 비춰진다. 만기의 거절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이 봉우 처를 비판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손창섭의 소설에는 성적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김진기, 『손창섭 -전후 현실의 극단적 자화상』, 건국대학교출판부, 2003, p.130
이러한 타락한 작중현실 자체가 사실은 당대에 만연했던 성적 타락의 전형적인 모습임을 보여주고 있다.
(3) 긍정적 인물의 등장
-서만기를 통한 희망의 가능성
만기는 좀처럼 흥분하거나 격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중략) 자기의 분수를 알고 함부로 부딪치지도 않고 꺾이지도 않고 자기의 능력과 노력과 성의로써 차근차근 자기의 길을 뚫고 나가는 사람이었다. (중략) 좋은 의미에서 그는 영국풍의 신사였다. 자연 많은 사람 틈에 섞이면 군계일학격으로 그의 품격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손창섭, 『잉여인간』, 동서문화사, 1984, p.184
『잉여인간』의 ‘서만기’는 작가가 그려낸 인물 중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기존의 손창섭 소설 속의 ‘무능하고 병신 같은’ 인물과는 비교됨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작품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완벽한 인물을 탄생시켰다. 서만기에게 ‘영국풍의 신사’, ‘군계일학’, ‘귀공자풍’의 찬사를 보냈을 뿐 아니라, 물질과 여자의 유혹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로 형상화하기도 하였다. 이는 흠잡을 데 없는 인물로 그려진 서만기를 통해 작가가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가 드러낸 너무나 완벽한 인간상은, ‘잉여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어쩌면 작품의 창작 의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일 수 도 있다. 기존의 채익준, 천봉우, 봉우 처와 대비시키기 위하여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손창섭이 작품을 통해 ‘세상이 완전한 구제불능한 곳 혹은 가능성이 전무한 곳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Ⅲ 결론
지금까지 살펴 본『미해결의 장』,『잉여인간』을 비롯하여 손창섭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정상적이고 병적이다. 이는 전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또한 작가의 자폐증적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정신적 폐허 상태는 무능력한 인물, 과대망상에 빠진 인물, 성적으로 타락한 인물 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들의 행동은 당시 비참했던 사회상을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손창섭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한국전쟁으로 상처 입은 인간을 어떻게 형상화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민족의 분열이라는 정신적인 충격과 함께 가난이라는 물질적인 곤란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왜 이토록 손창섭 소설의 인물들이 비정상적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전쟁이 인간에게 주는 상처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를 깨닫고 진정한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권창범,「손창섭 소설 연구」, 동국대 대학원, 2003
김영민, 「손창섭 소설 연구」, 홍익대 교육대학원, 2005
김진기, 『손창섭-전후 현실의 극단적 자화상』, 건국대학교 출판부, 2003
손창섭, 『잉여인간』, 동서문화사, 1984
유은정, 「손창섭 소설의 섹슈얼리티 연구」, 성균관대 대학원, 2002
유종호 외, 『손창섭-모멸과 연민의 이중주』, 새미, 2003
이기인, 『손창섭 소설의 미적 구조』, 고대국어국문학회, 1987
조남현, 『손창섭 소설의 의미 매김』, 문학정신, 1989
진정석, 『20세기 한국소설사: 8.15해방~1950년대』, 창비, 2005
진정석, 『20세기 한국소설 길라잡이』,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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