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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고 믿는 진취적인 인물이다. 그가 처음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과거시험을 준비하러 떠날 때, 어쩌면 이 영화 역시 ‘운명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라는 진부한 메세지를 남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내경이 툭툭 던져두었던 모든 말들은 영화의 복선이 되어버린다. 진형은 벼슬에 오른 후 죽고, 팽헌은 성급한 성질때문에 일을 망치고, 한명회는 죽은 뒤에 목이 잘린다. 결국 운명은 정해져 있고 누구도 정해진 길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정도로 용한 관상가인 내경을 보면 참 아이러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로서 자신의 관상평을 스스로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관직에 오르면 죽을 것이다라는 예언을 했으면서도 관직에 오른 아들을 장려했고, 수양대군이 반역을 일으키고 왕이 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김종서를 도와 그를 저지하려 한다. 이러한 행동은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도 진형처럼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모든게 부질없었지만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내경이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다. 그의 표정에서 깊은 회한과 허무가 느껴진다. 그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진형을 끝까지 말렸더라면...... 하지만 내경은 깨달은지 오래다. 인간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결국 후회하는 것 조차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은 내경의 속은 얼마나 답답할까. 그가 욕하고 원망해야 할 것은 세상이 아닌 하늘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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