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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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르대놓고!
“돈은 내가 줄게요. 내가 돈 꼭 구해줄 테니까 언니 제발 나랑 같이 병원 가요, 네?”
요즘 학교에서 저런 디자인의 교복을 선정했다간 전교생 등교 거부 사태가 벌어질 게 확실했다. 뭐라고 항의하려다 그만두었다. 나는 더 이상 철없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비정한 세상의 슬픈 진실을 알아버린 고독한 영혼이었다. 더구나 나에겐 해결해야 할 무거운 짐이 있어서 나는 묵묵히 촌스런 세일러복을 받아들었다.
“뭐 해? 안 갈아입고?”
“아저씨가. 아니 실장님이 나가야 갈아입죠.”
“뭐 어때? 내가 네 삼촌뻘인데. 삼촌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입어.”
미친놈. 너는 이모 고모 앞에서 훌러덩 훌러덩 다 벗고 사냐?
그뒤로 황봉두 아저씨의 사이트엔 딱 한 번 접속해보았다. 내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는데 보지는 못했다. 거기서 시키는 대로 내 주민등록번호를 쳤더니 ‘성인’이 아니라 입장이 불가능하단다. 민지는 여름 방학을 하기도 전에 토론토로 떠났다. 공항에는 민지의 친아빠와 새엄마, 친엄마와 새아빠 커플이 각각 배웅을 나와 골 때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 사건 이후 엄마와 아빠는 예전 처럼 서로를 완전 쌩까지는 않는 눈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아빠가 안방으로 건너가 같이 자기도 하는 것 같다.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뭔가 삐리리한 감정이라도 통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집 가격은 9억까지 치솟았다가 정부에서 강남을 특수 투기 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뉴스가 나온 다음날 바로 3천만 원 떨어졌다. 내 기말고사 성적은 반에서 4등 전교33등이었다. 감격스럽게도, 내 생애 최초로 영어 시험 백 점을 받았다. 아빠는 내가 자기를 닮아 어학 능력이 뛰어나다고 엄마에게 으스댔다. 정말 그런가 보다고 엄마가 맞장구쳤다. 얼씨구.
우리집답지 않은 닭살스러운 풍경에 나는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소녀 시절도 살아보면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 원하면 돈 벌 껀수도 얼마든지 널렸고 급할 땐 좀 치사하지만 울어버리면 된다. 아저씨 시대보다. 할머니 시대보다 솔직히 짱 멋지지 않은가? 그 이름도 찬란한 소 녀 시 대!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어쩐지 이들 모두가 안쓰럽고 가엾다는 느낌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과 같은 인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독후감을 끝마치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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