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섬진강, 꽃산 그리고 사랑 -- 김용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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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눈내리는 김제 만경」 등의 시에서 나타나는 이런 시적 의미의 확대는, 그의 눈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런 산'의 의미 확대는 그의 시가 오늘의 우리'가 추구하는 민족 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위의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에는 전봉준이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 그의 희생은 세월이라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서도 그리 변한 것이 없는 오늘의 상황 속에서 이 땅의 민족 민중에게는 여전히 의미있는 정신으로 작용한다. 논두렁 마다 푸른 쑥'으로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시에 나타난 산'의 이런 의미는, 그가 초기시에서부터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 잡지들에 꾸준히 발표되고 있는 작품(「봄은 봄인디」 외, 『창작과 비평』, 1992. 여름)들도 현실에 대한 시인의 이런 관심을 표현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용택의 이 시기 시에서는 강'의 연작시에서 보였던 시의 기법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산'을 다룬 시기의 작품에서는 풍자적인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제대로 자랑할 것도 없는 처지에 요란하게 풍악만 울리기를 즐겨하여 있었던 최근 몇 년간의 사건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의 표명이 그 단적인 예이다. 남 좋으라고 벌려 놓은 잔치상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민중들에 대한 애정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초기시의 하나인 「마당은 삐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 등에서 드러나기도 했던 이런 형식과 내용상의 모색은 「아들아, 내 아들아」, 「우리 대통령의 밥값」, 「저자들은 애국자가 아니다」와 같은 시로 계승되고 있다.
5.
집에서 강을 거쳐 산에 이르는 시적 편력을 보이는 김용택 시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것은 아마도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앞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한 형식적인 측면에서일 것이다. 그가 특징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시적 어법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투박하지만 거칠지 않은 전라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어법으로 특유의 판소리 가락이나 민요, 가사체의 사설을 늘어놓고 있다. 즉 자신의 시적 대상이 되고 있는 농민들과 익숙한 민중적인 가락을 적절히 구사하여 그들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 몇 예들을 살펴보자.
일반벼는 공판하고
힘 좋은 놈 서울 가고
통일벼는 우리 먹고
머리 존 놈 이민 가고
「시는 서울서 쓰고 사는 건 우리가 살고」의 부분
논에 들면은 밭 걱정
밭에 들면은 논 걱정
집에 들어도 들 걱정
농사짓고 나면 빚 걱정
시름 걱정도 많은 살림살이
걱정 걱정이 태산일세
「모판같이 환한 세상」의 부분
이들의 시에서는 신민요인 「아리랑」의 가락과 판소리나 탈춤의 대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댓구적 표현과 어휘나 어절의 반복이 그것이다. 아울러 전라도 사투리도 적절하게 얹혀있음이 눈에 띄고 있다. 비교적 장형의 시를 많이 쓰고 있으면서, 이처럼 짧은 시행을 연속적으로 나열함으로써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한 리듬 의식을 유지하여, 지루하게 시상이 전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다음의 시는 가사체의 사설을 보여 주면서 전래 동요의 대표적인 특징인 말잇기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너무그리 말더라고 너무그리 말더라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물길어서 밥을짓고
밥넘겨서 재져놓고 고추갈아 김치담고
아침먹고 설겆이 설겆이를 한둥만둥
「너무나 그리들 말더라고」의 부분
이에 비하여 다음의 시들은 어휘의 반복적 사용이나 의태어, 의성어를 시어로 채택하여 나름의 리듬 효과를 꾀하는 예이다. 이런 방식 역시 민요, 판소리, 고사의 축문, 무가(巫歌)나 탈춤의 대사를 변용하여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시가 전통적인 서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힘을 가지고 독자들에 다가가는 생명력은, 이런 시어나 어법의 구사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터져나오는 거침없는 소리꾼의 이런 너스레는 민요적 리듬에 익숙한 신경림의 시나 판소리의 사설에 익숙한 김지하의 담시에서도 이미 시도된 바가 있으나, 김용택에 와서 다양하게 실험되어 꽃을 피우는 것이다.
탈탈 털어
온몸 흔들어 털어
털어
털어
털어
털어
양탈 왜탈 쇠탈 왜채수입탈
이탈 저탈 핵탈
팔팔 팔아 선진탈
저임금에 저곡가탈
「칠년 가뭄」의 부분
오랜만에 어깨 펴고
오랜만에 가슴을 활짝 열어 펴고
네 활개짓 훨훨거리며
껑충껑충 징 장구를 쳐돌려라
둥게둥게 덩실덩실
깝쪽깝쪽 으쓱으쓱
북을 북북 쳐돌려라
「섣달 그믐」의 부분
이처럼 비교적 길이가 길은 시를 구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형식적인 모색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데, 그가 이런 긴 사설을 이끌어가는 또다른 힘은(위에서도 간단히 언급한 것과 같이) 사설을 전개하면서 어휘나 어절의 반복, 병치나 댓구 그리고 말꼬리 잇기 등을 자유스럽게 구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민요나 판소리 사설이 가지는 리듬 의식을 수용하여, 우리 시의 운율 계승이라는 측면도 달성하고 있다. 즉 형식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진 민족 문학의 유산을 전통의 차원에서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시가의 전통적 맥락을 이렇게 적절하게 수용하고 있는 예는 우리 시문학에서 찾기 쉽지 않음도 김용택의 시가 가지는 의의라고 할 수 있다.
6.
끝으로 김용택의 시를 읽으면서 떨칠 수 없는 의문을 제기하여 본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가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추억에 머물거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외에 전망을 가진 삶들의 구체적인 실천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또는 그는 정말 자신의 시처럼 살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가? (물론 이런 의문에는 시인의 생활이 자신의 시와 일치하여야 한다는 기계적 사회학주의나 세계관 우월주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가 기다리고 찾으려는 맑은 날'과 해돋는 나라'가 반드시 올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살고 있는가? (이것은 최근 일부의 문인들이 제기한 현실 변혁 운동에 대한 회의론에 입각한 것은 아니다) 이런 우문(愚問)들은 또다시 독자인 나에게 돌아오겠지만, 그의 시세계를 빠져나오면서 던져보고 싶었던 것들이다.

키워드

,   섬진강,   꽃산,   사랑,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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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1.12.19
  • 저작시기2001.1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0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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