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사막을 넘은 모험자들

목차

차 례



1. 실크 로드-사막을 넘은 모험자들


제1장 중국에서 로마로
제2장 순례자의 시대
제3장 상인의 시대
제4장 마르코 폴로
제5장 선교사의 시대
제6장 항해사의 시대


2.실크로드의 보론


<실크로드와 인류, 그리고 여정의 시작>

<실크로드의 세 갈래의 길>

<실크로드의 역사>
A. 고대시대
B. 알렉산더의 진출
C. 실크로드의 개척자 한무제
D. 실크로드와 주요인물
E. 실크로드를 평정한 한나라의 장군들
F. 실크로드 쟁탈을 위한 한과 흉노의 전쟁
G. 한나라시대의 장안성의 번영
H. 한나라의 멸망
I. 불교의 진출
J.네스토리우스교의 진출
K. 돌궐족의 중앙아시아의 진출과 이슬람화
L.몽골시대의 실크로드
M. 티무르제국과 실크로드
N. 실크로드 역사 개략적 요약

3. 실크로드를 읽고.

본문내용

다만 우리 나라에도 이슬람 상인들이 왔었다는 설명은 너무나 부족하다. 경주의 괴릉이나 처용가의 처용의 이야기가 왠지 허공에 뜬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실크로드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불교이다. 간다라에서 파미르를 넘어 호탄을 지나 중국으로 들어가는 남도를 따라 불교가 한(漢)나라 시대에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위진남북조 시대를 거치면서 일반민중들에게도 침투하기 시작하여서 융성하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4세기부터 8세기까지는 본격적으로 중국승들이 인도로 구도의 길을 떠나게 된다. 불교의 승려라는 신분 하나로 대륙을 횡단할 수 있는 시절이었고 실은 그것이 민간인들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경제적 이익에 앞서는 다른 어떤 것을 보게 된다. 이슬람교도 마찬가지고 크리스트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중세와 근대의 다른 면을 또 보게 되었다.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여행을 한 입축승(入竺僧)등 중 여행기를 남긴 이들이 있다. 법현(法顯), 현장(玄 )의 여행기가 대표적이고 한국인에게 친숙한 것은 혜초(慧超)의 경우일 것이다. 인도로 간 수많은 입축승 가운데 소수만이 돌아와서 기록을 남겼다. 교통이 더 불편하고 형편이 더 위험했을 그 때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종교적 열정에 인생을 건다는 것이 다만 과거의 일만은 아닌데도 평범하고 세속화된 삶(물론 종교가 있기는 하지만)을 사는 나로서는 놀라울 뿐이고 경탄할 뿐이다. 중앙 아시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크로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거듭 느끼는 것은 바로 근대인의 관점에서는 상상하고나 기대하지않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차마 생각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우리의 몰이해와 상호상승작용을 하며 강화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들을 판단하려 한다. 그들이 생각했던 가치관, 또는 그 세계상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위치에 서봐야 한다. 나는 그 훈련이 너무나 부족하다. 같은 맥락에서 동서문명의 교류를 보면서 그리고 이의 번영에 기여했고 또는 그로부터 혜택을 입었던 유목세력이나 정주세력들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 문명들의 개방성과 다양성이었다. 칭기스칸의 몽골제국이나 당 제국에서 꽃핀 "국제문화"는 세계역사에서 참으로 의미 있게 빛나는 것이었다. 특히 칭기스칸 가문의 종교적, 인종적 관용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본래 가지고 있던 것이 많지 않았기에 더 포용할 수 있었고 그 조화의 원리를 잘 구현한 몽골 제국의 그 다원성은 일종의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과거에 이미 세계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에 왠지 가슴이 뛴다. 오히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통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현대에는 느낄 수 없는 어떤 감동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그 때 그 시대에 오늘보다 덜 편중화된 문명의 공존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종이와 화약과 나침반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방으로 전해져 세계역사를 바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것과 함께 이들 동아시아가 이들을 활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이야기하는 것도 듣는다. 이들 문화가 동아시아에서 근대화의 요소를 활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오로지 사회구조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감정적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를 단지 몇 개의 물질적 수단으로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주어진 것을 활용할 수 있었던 사회 분위기 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의 국면 등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해본다. 아마도 이 문제는 중세와 근대만을 두고 생각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좀더 큰 범위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소위 "동양"에 대한 유럽문명권의 이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빈번하고도 심각한 맹점은 그 "신비화"에 있을 것이다. 때로 한이 없는 그 찬사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씁쓸한 구석이 있다. 그 영광은 언제나 고대의 것이고 그 신비로움은 언제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며 인간적인 고민과 고뇌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있는 역사가 아니다. 감상하기에는 멋진 역사일지 모르나 살아나가는 역사는 아니다. 실크로드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고대로부터 채도와 옥, 황금과 비단, 각종 향료와 진귀한 물산들이 지나갔던 길임은 분명하지만, 그래서 번영과 영광의 도시와 국가들이 몰락을 거듭한 역사의 장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에 와서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에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그것은 중앙아시아의 역사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의 명백한 단절이다. 우리들은 실크로드의 과거만을 인식한다. 그것은 실크로드를 포함한 중앙아시아가 세계사에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이 사회를 풍미했던 실크로드의 인기를 되돌아본다. 근대화한 사회의 현대인이 실크로드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실크로드의 낭만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난 신비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내게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굴절된 근대사를 겪을 수밖에 없어서 아직 바로 서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굴절된 근대사를 겪은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고 그 상처를 가지고 있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역사를 바라볼 때 주의해야 하는 것처럼 그들의 역사를 바라볼 때도 지나치게 과거에 침참하거나 그렇다고 현재에 몰입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의 역사가 이런저런 부연설명 없이도 제대로 이해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이 치유되고 자신들의 역사와 자신들이 기여했던 세계사를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실크로드의 책을 읽고 나서 그 화려한 이름들과 화려한 사진과 그림들을 보면서 또 한번 생각했다. 화려했던 것이 사실이었던 역사, 그러나 화려함이 전부는 아니었던 역사, 그러나 오직 화려함으로만 기억되는 역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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