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소설 연구

목차

Ⅰ. 서론
1. 연구사
2. 연구목적 및 방향

Ⅱ. 작가의식의 형성과 배경
1. 1950년대 배경과 손창섭의 문학
2. 자전적 소설을 배경으로 한 전기적 고찰

Ⅲ. 작품에 나타나는 시공간과 인물 연구
1. 손창섭 소설에 나타나는 시공간적 의미
2. 작품에 나타나는 가족상
3.‘비오는 날'을 중심으로 한 초기소설 인물분석
4.‘잉여인간’을 중심으로 한 후기소설 인물분석

Ⅳ. 결론

Ⅴ. 참고문헌

본문내용

인 태도를 발견할 수 없다. 행동은 없고 의식 속에서만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 삶의 무의미함과 관련된 사유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 존재에 대한 집착 행동의 기피와 의식 지향성 등의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 초기소설의 주인공들은 의식 인간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인간존재에 대한 작가의 실존적 자각이 작중인물들을 통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존의식은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세계에 대한 객관화가 어려워진 격변기의 현실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초기소설의 주인공들에게는 삶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 즉 결코 조화될 수 없는 인간주체의 삶과 환경의 대립적 관계에 맞서 나가려는 치열한 대결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은 자기존재의 무가치함, 삶의 무의미함이라는 허무적 이식에 사로잡혀 일상적 삶으로부터의 도피를 합리화하고 있다.
<잉여인간>으로 대표되는 195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 이러한 초기소설의 인간형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이들은 우선 삶 그 자체에 대한 강한 집착과 함께 타인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초기소설의 인물들이 감사고 있는 허무적 분위기가 점차 탈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또한 협착한 상황 속에 갇혀있던 초기 소설에서와는 달리 현실의 공간으로 인식과 행동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후 시대적 상황의 변화와 그에 따른 작가의식의 전환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의 흐름은 전후의 현실에서 연상되는 비극적인 인상을 점차 희석시키게 되며 그러한 전후의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허무의식도 퇴색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들을 지배하고 있는 허무의식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삶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싹튼다. 그리하여 절망적 상황에 처하여 그대로 주저앉기만 하던 기존의 인물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게 한 것이다. 이런 노력은 부분적으로 밖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그것은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실은 작가 자신의 체험 속에서 창조한 인물들이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작가 자신의 모습에 사회적인 의장을 씌어놓은 것이 곧 후기 소설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인물형과는 판이한 이상적 인간형을 창조해 낸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비극적 현실에 의해 또는 인물들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생리적 결함에 의해 훼손된 삶의 의미를 교정해 주는 '인생의 교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에 의하여 손창섭의 소설세계는 자신의 삶을 방기했던 초기에서의 삶의 의미를 획득하는 후기로 넘어오게 된다. 그러나 주제적 가치를 떠나 소설 양식이 요구하는 미학적 현상화의 측면에서 볼 때 이들에게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가 악화되어 있다는 점, 개성이 결여된 채 지나치게 유형화되어 있다는 점등의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작가는 이들을 통해 새로운 작가의식을 표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소설적 긴장은 오히려 초기소설에서 보다 이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손창섭이 초기부터 일관되게 표방해온 주제의식은 비인간의 삶을 강요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개인의 삶의 가치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되어 있다. 초기에는 그것이 상황의 절망적 인식에 함몰되어 삶 그 자체를 포기하는 나약한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동옥을 선택해 결혼하지 못하고 결국 돈에 의해 팔려가게 만든 원구의 모습에서 이것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후기에 접어들면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 나가려는 의지적 인물과 타고난 능력으로 타인들의 삶을 인도하는 이상적 인물들을 통해 직설적으로 제시되기에 이른다. 잉여인간의 치과의사 만기를 통해 우리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손창섭의 소설은 많은 논자들이 지적했듯이 희망의 본원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일까? 본고의 논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가면 그곳에는 절망의 끝이 아닌 희망으로 가야하는 길이 시작된다. <비오는 날의> 그 눅눅함과 절망에서도 결국 손창섭 작가가 지향하는 점은 인간에 대한 희망인 것이다. 전후의 분위기가 종말로 치닫는 50년대 말 손창섭은 그 희망을 <잉여인간>에서 만기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었다. 일정한 한계지점이 있긴하지만 만기의 삶을 향한 의지에서 그 동안 손창섭의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논자는 이 논고에서 그 점을 말하고 싶었다. 손창섭이란 작가가 원했던 것은 작지만 소중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손창섭은 1984년 일본에 귀화하면서 절필했다. 그러므로써 많은 논의가 일고, 손창섭 소설의 한계지점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 이점은 앞으로 더 많은 논자들에 의해 연구대상으로 남기면서 글을 맺는다.
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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