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독후감)

본문내용

세 할아버지 학자들께서 조언하신 말씀들을 상기하고 적용할 것을 다짐한다.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들이 절래절래 흔드는 고개짓을 보고 어느정도 내용이 난해할 것이라는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에 나열되는 문장의 구조들은 실로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수면효과를 발휘할 정도로 위력적인 것이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읽다보니 내용 자체는 그다지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전에 접했던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의 교재들은 저자분들이 다 정리하시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것이었는데 이것은 직접 이론의 창시자들이 직접 전하는 개념들이어서 아직 학생인 내가 제대로 접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새삼 학자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에 대해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 말씀대로 역시 모든 심리학의 뿌리는 프로이트이고, 각자 심리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해서 다른 견해들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스키너의 경우 형이상학적인 것에 연구할 가치를 두지 않느다는 식으로 강하게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반박했지만 역시 그의 영역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세분의 학자 중에선 특히 로저스의 노년기에 대한 자전적 글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책으로만 접했지만 생전에 한번 쯤 만나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분명 그 분께서도 너무나 기뻐하셨던 일처럼 전혀 모르는 이들이 세상의 반대편에서, 끝에서 그분께 감명받고 달라진 인생에 감사의 일이 지금도, 그 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참 세상에서 오래 살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그 분처럼 나도 그렇게 풍요롭게 주위 모든 것에 감사해 하며 영원한 청춘으로서 마지막까지 숨쉬고 싶다.
이 분들의 말씀을 읽으면서 새삼 내 옆에 있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줄 곧 할머니와 한 방을 썼으니까 내 인생의 상당한 부분을 할머니와 공유해 온 것이다. 지금도 학교 가기 전이면 항상 내가 밥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노상 그렇게 안 먹으니까 몸이 그렇게 말른다며 걱정이 끊이지 않는 우리 할머니다. 워낙 무뚝뚝하고 정 없이 구는 난 그런 할머니한테 한번도 따뜻하게 대꾸해 본 적이 없다. 그런 할머니가 전엔 나완 공간만 함께 할 뿐 다른 차원의 존재같았는데, 나도 분명히 지금 할머니의 모습을 할 때가 올 거라는 현실감이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할머니도 60년전엔 나와 같은 때가 분명히 있었던 것처럼. 그래서 할머니가 흔히 하시던 어디가 불편하시다던가 하는 말씀들에 눈여겨 살피게 되고, 왜 저렇게 어린아이처럼 굴까? 하며 못마땅하던 할머니의 단순해짐 등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과정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그렇다고 아는 것과 직접 문헌들 통해 알게 되는 것과의 차이일 수 있을 ‘앎’으로서 노년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앞으로 배울게 너무 많다. 그리고 배움으로써 알게되고 깨닫게 되는 것은 앞으로 내가 노년기의 대비책들을 하나씩 장만해 나가는 든든한 보장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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