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파이-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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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벌꿀파이-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마사키치라는 이름의 곰은 아무리 먹어도 먹어 치울 수 없을 만큼 많은 벌꿀을 따서, 그걸 양동이에 담아 가지고 산에서 내려와 시장으로 팔러 갔다는 거야. 마사키치는 벌꿀 따는 덴 도사였거든."
"어떻게 곰이 양동이 같은 걸 갖고 다녀?" 하고 사라가 물었다.
쥰페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연히 갖고 있었어. 길에 떨어져 있는 걸 주워 왔거든. 언젠간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야."
"그래서 잘 썼다는 거군."
"그렇지. 마사키치 곰은 시장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맛이 기막힌 천연산 벌꿀이에요. 한 컵 가득 담아 200엔입니다' 라는 팻말을 세워 놓고 벌꿀을 팔기 시작했어."
"곰이 어떻게 글씨도 쓸 줄 알아?"
"아니, 곰은 글씨를 못 쓰지" 하고 쥰페이가 말했다. "가까이에 있는 아저씨더러 그렇게 써 달라고 부탁한 거야."
"그럼 돈 계산은 할 수 있어?"
"그럼, 돈 계산은 할 수 있지. 마사키치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에게 사육되면서 말도 배우고 돈 계산을 하기도 했어. 그래서 그런 일을 척척 해낼 수 있게 된 거란다. 원래 타고난 재주도 있었고."
"그럼 보통 곰들과는 조금 틀리네."
"그렇지. 보통 곰들과는 좀 틀려. 마사키치는 특별한 곰이란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특별하지 않은 곰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
"따돌림을 당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따돌림을 당한다는 건, '뭐야, 저 녀석, 한방 먹여 줄까 봐'라든가, 모두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상대해 주지 않는 걸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없지. 그중에서 특히 거칠었던 동키치가 마사키치를 제일 싫어했지."
"그러고 보니 마사키치가 불쌍해."
"그래 맞아, 불쌍해. 게다가 마사키치는 겉모습이 곰이기 때문에 인간에게서 '계산을 할 줄 알건, 사람 말을 할 줄 알건 간에 결국 곰이잖아' 하고 업신여김을 받았지. 그러니까 마사키치는 어느 쪽 세계로부터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
"정말 불쌍하다. 마사키치에게 친구는 없었어?"
"응. 곰은 학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다정한 친구들을 사귈 기회도 없었지."
"사라에겐 유치원 친구들이 있는데."
"물론이지" 하고 쥰페이는 말했다. "물론 사라에겐 친구들이 있지."
"쥰짱도 친구들 있어?" 쥰페이 아저씨라고 부르면 호칭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사라는 쥰페이를 짤막하게 줄여서 쥰짱이라고 부르곤 했다.
"사라의 아빠는 아주 옛날부터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야. 그리고 엄마도 똑같이 가장 친한 친구고."
"다행이네. 친구가 있어서."
"그렇지" 하고 쥰페이는 말했다. "친구가 있어 다행이야. 네 말이 맞아."
쥰페이는 사라가 잠들기 전에 흔히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꾸며 낸 이야기를 들려 주곤 했다. 사라는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도, 못 알아듣는 대목이 나오면 그때마다 서슴치 않고 질문을 했다. 쥰페이는 그때마다 하나하나 자세히 대답해 주었다. 질문은 제법 날카롭고도 재미있는 것들이었다. 대답할 말을 생각하는 사이에 계속될 이야깃거리를 궁리해 낼 수도 있었다.
사요코가 데운 우유를 쟁반에 받쳐 가져왔다.
"마사키치 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야." 하고 사라가 엄마에게 귀뜸해 주었다. "마사키치는 벌꿀 따는 덴 도사인데도 친구들이 없대."
"그래? 마사키치는 큰곰이니?" 하고 사요코가 사라에게 물었다.
사라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쥰페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사키치는 커?"
"그렇게 크지 않아" 하고 쥰페이가 대답했다. "몸집이 자그마하고 귀여운 곰이야. 사라하고 비슷하지. 성격도 온순하고, 음악도 펑크 록이라든가 하드 록 같은 음악은 듣지 않아. 혼자서 조용히 슈베르트를 듣곤 하지." 사요코가 <송어>의 멜로디를 콧소리로 불렀다.
"음악을 듣다니, 그럼 마사키치는 CD플레이어 같은 걸 갖고 있어?" 하고 사라가 쥰페이에게 물었다.
"어디선가 버려져 있는 카세트 라디오를 주워다가 갖다 놓은 거야."
"아무렴 그렇게 여러 가지 물건들이 산에 버려져 있을까?" 하고 사라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너무 험준한 산이기 때문에 거길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버리지. 그래서 별로 필요치 않은 물건들은 하나씩 하나씩 길바닥에 내다 버리고 가 버려. '더 이상 짊어지고 못 가겠어. 너무 무거워서 죽을 지경이야. 양동이 같은 건 필요 없어. 카세트 라디오 같은 것도 필요 없어' 하면서 말야. 그러니까 대개 쓸 만한 물건들이 길바닥에 버려져 있었어."
"엄마도 그 기분은 알 것 같아" 하고 사요코가 말했다. "가진 건 뭐든 모두 다 버리고 내려온 적도 있었거든."

본문내용

가까스로 사요코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끌어안듯 그의 남성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쥰페이로서는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희끄무레한 가운데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기나긴 무인도의 다리를 건너는 것 같기도 했다. 쥰페이가 몸을 움직이자 사요코가 리듬을 맞추었다. 몇번인가 사정을 하고 싶었지만, 쥰페이는 참았다. 한 번 사정해 버리고 나면, 꿈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일시에 사라져 버리고 말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등 뒤에서 가볍게 삐걱하는 소리가 들렸다. 침실 문이 슬그머니 열리는 소리였다. 열린 문 사이로 복도의 조명이 흐트러진 침대 커버 위를 비췄다. 쥰페이가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니 빛을 등지고 사라가 서 있었다. 사요코는 숨을 들이쉬고, 허리를 뒤로 젖혀 쥰페이의 페니스를 빼냈다. 그리고 침대 커버를 가슴께로 끌어당기며 한 손으로 앞머리를 매만졌다.
사라는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고 있었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방문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꽉 쥔 채, 두 사람 쪽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사라의 눈은 어딘가에 있는 공백을 향해 있을 뿐이었다.
"사라야" 하고 사요코가 불렀다.
"아저씨가 이 방으로 가보라고 말했어." 하고 사라가 말했다.
"마치 꿈속에서 금방 빠져 나온 사람 같은, 억양이 없는 목소리였다.
"아저씨라니?" 하고 사요코가 반문했다.
"지진 아저씨가" 하고 사라는 대답했다. "지진 아저씨가 찾아와서 나를 깨워, 엄마에게 말하라고 했어. 모두를 위해 상자 뚜껑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 알 거라고."
그날 밤 사라는 사요코의 침대에서 잤다. 쥰페이는 담요를 갖고 나와서 거실 소파에 누웠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소파 맞은편에는 텔레비전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그 텔레비전의 죽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쪽에는 그들이 있다. 쥰페이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상자 뚜껑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등줄기가 오싹하고 오한이 일었다. 오한은 한참 시간이 지나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잠들기를 체념하고 부엌에 가서 커피를 끓였다. 테이블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발밑에 뭔가 아삭한 소리를 내며 밟히는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았다.
사요코의 브래지어였다. 게임할 때 벗어 놓은 그대로였다. 그는 그것을 주워 올려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장식이 없는 심플한, 의식을 잃은 브래지어였다. 별로 큰 사이즈는 아니었다. 동틀녘에 부엌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는 그것은 먼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갈피를 못 잡아 날아든 익명의 증언자처럼 보였다.
대학에 들어갔던 당시의 일을 그는 되새겨 보았다. 클래스에서 맨 처음 얼굴을 마주 대했던 때의 다카쓰키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려왔다. "야, 함께 식사나 하러 가자", 따스한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얼굴에는 '자, 이제부터 세상은 갈수록 좋아지게 될 거야'라는 듯한, 상냥하고 붙임성 있는 미소 띤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어디 가서 무엇을 먹었지? 쥰페이는 그것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어째서 날 식사에 끌어들였지?" 하고 쥰페이는 그때 질문했다. 다카쓰키는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 끝으로 자신만만하게 꾹꾹 눌렀다. "내겐 언제나 어디서나 진짜배기 친구를 찾아낼 수 있는 재능이 갖추어져 있어."
다카쓰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커피 잔을 앞에 놓고 쥰페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게는 확실히 올바른 친구를 식별할 줄 아는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인생이라고 하는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 한 사람을 계속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그는 눈을 감고 자기 속을 통과하고 사라진 기나긴 시간에 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것이 무의미한 소모였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날이 새고 사요코가 눈을 뜨면 곧 청혼을 하자. 쥰페이는 이렇게 마음을 정했다. 더 이상 헤매진 않겠다. 이렇게 된 이상 잠시도 헛되이 보내선 안 된다. 쥰페이는 소리 나지 않게 침실 문을 열고,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사요코와 사라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사라는 사요코에게 등을 돌린 채 잠들어 있고, 사요코는 딸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자고 있었다. 쥰페이는 베개 위에 헝클어져 내린 사요코의 머리털을 손으로 매만졌다. 그러고 나서 사라의 조그마한 핑크빛 볼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두 사람 다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침대 한쪽 모퉁이의 카펫이 깔린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기댄 채 불침번을 섰다.
쥰페이는 벽에 걸려 있는 시계 바늘을 바라보면서 사라에게 들려줄 이야기의 끝을 생각했다. 마사키치와 동키치의 이야기다. 일단 이 이야기에서 출구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동키치는 쓸데없이 동물원으로 보내졌다거나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거기에는 구원이 있어야 한다. 쥰페이는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다시 한 번 맨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막연했던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에 싹을 틔워 조금씩 조금씩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동키치는 마사키치가 모아 온 벌꿀로 벌꿀 파이를 구워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씩 연습을 하다 보니 자신에게 바삭바삭한 맛있는 벌꿀 파이를 굽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사키치는 그 벌꿀 파이를 시장에 갖고 가서 사람들에게 팔았다. 그 벌꿀 파이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리고 동키치와 마사키치는 서로 헤어지는 일 없이 산 속에서 행복하게 친구로서 살아갈 수가 있었다.
사라는 틀림없이 그 새로운 결말을 기뻐할 것이다. 아마도 사요코 역시.
이제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고 쥰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꼬옥 껴안고, 누군가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정체 모를 상자 속에 처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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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2.03.13
  • 저작시기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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