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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스러운 난을 정성스레 가꾸셨고 변함없이 사귀어오는 십 년 지기 친구분과 술을 드셨다. 여전히 엄마의 잔소리에는 묵묵한 등을 보이셨고 나의 반항에는 담배를 피워 무는 것으로 맞대응 하셨을 뿐이다. 아버지가 그 자리에 계속 서 계시는 동안, 나는 혼자서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적으로 상정했다가 다시 용서하고, 나중에는 용서를 빌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직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엔 내 불행한 유년시절의 고통이 너무나 크지 않은가?!) 그저 다만 아버지의 뒷모습을 이제야 겨우 보았을 뿐. 엄마의 푸념대로 ‘목석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아버지. 하지만 나는 과연 앞으로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변함없이 나무처럼 큰 그늘 드리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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