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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모습을 가진다. 박주사 아들이 언제나 당당하게 마을을 누비고 다닐 수 있도록 했던 것도 돈이고, 그가 마을 사람들에게 ‘양반’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했던 것도 돈이었다. 그리고 박주사 아들의 첩으로 가는 점순이와 그녀의 가족들이 몇 날 며칠을 넋을 놓고 살아야 했던 것도 돈 때문이었고, 점순 점동이 남매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끝까지 인연을 맺지 못하는 것도 돈 때문이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던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꼴이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자본주의의 잘못된 정착에 의한 문제라고 해두려 한다. 사람은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것에 더욱 적응이 빠르고 그것에 대해 제대로 배우게 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받아들인 자본주의는 일본의 반강압적인 자본주의였으며, 그것을 그나마 제대로 받아들인 자는 원래 어느 정도의 자본(그 시대에는 땅이 자본이 되었다)을 가진 자들뿐이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 중에 자본을 가진 자가 대체 몇이나 되었을까. 우리의 가난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던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 지구상에서 자본주의라는 존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 사회의 가난은 결코 사라지지 못할 것이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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