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운동사 교육운동사

목차

1. 한국교육운동의 특질
2. 한국교육운동의 전개
1) 구국운동으로서의 교육운동
2) 미군정기 교육운동
3) 4·19 혁명기의 교원노동조합운동
4)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서의 교육운동
5) 교육민주화운동으로서의 교육운동

본문내용

한 실천이 있었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깊숙히 내면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소수 선진 교사들의 활동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운동에 대한 지지가 조직으로 수렴되지 못했고, 공개적인 행사는 학교현장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즉 초보적인 동참, 소극적 실천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구체화되고 전면화되지 못하였다.
둘째, 운동의 이념적, 조직적인 통일성이 결여되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고 치열하게 전개된 교육운동이 전체적으로 보아 자연발생적 확산과 개별적 진행에 머물고, 통일된 방침하에 통일된 실천으로 전개되어 나가지 못하여 정권에 의해 각개격파된 경우가 많았다. 교사 학생 학부모들을 지속적으로 동참하게 하고 단결시키려는 구체적인 실천목표와 실천방안이 나오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같은 교육운동의 평가와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조직역량의 결집과 대중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4 13 호헌조치에서 6월 항쟁을 거치면서 민주화열기가 고조되던 시기였다. 정국이 직선제 개헌에 의한 개량적 민주화 국면으로 변모하면서 교육운동도 교육민주화의 열기와 조직운동으로서 실천적 과제를 새롭게 답아낼 수 있는 조직건설의 요구와 논의가 가열차게 분출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법] 개정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공개조직 건설 논의가 이루어지고, 교사협의회의 목적 역할 조직방법 등에 대한 수차례의 토론을 거친 결과 1987년 8월 17일에 '민주교육촉진 전국교사협의회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9월 27일에는 마침내 '민주교육 추진 전국교사협의회'(이하 전교협)가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전교협 결성은 교육운동을 대중운동으로 끌어올려 질적 양적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전교협은 창립 이후 조직의 확장과 선전활동, 교권투쟁, 사학민주화투쟁의 지원, 교육악법 개정운동과 서명운동 등을 주도하였다. 한편 [전국교사신문]을 발행, 지역교협 신문의 발행, 연수회, 문화행사, 평고사회 건설지원, 연구조사, 민주교육실천대회나 촉구대회 등을 통하여 민주교사들의 조직적 구심으로 지위를 굳혀 나갔다.
또한 전교협은 교사의 노동3권 보장, 교장의 선출임기제,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사립학교 교원의 신분과 권리 보장, 국정교과서제도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한 [교육법 개정시안]을 제시하며 [교육법]개정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로써 전교협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어 팽창된 선전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교권수호를 위한 실제적 활동을 전개하여 그 존재를 교사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정부당국이 허용하는 반합법 공간을 확실히 다져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교협은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협의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조직체계로 인하여 교육운동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하였다. 대중투쟁경험의 수준과 요구의 다양한 편차 등이 내적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이와 함께 중앙집권화된 교육행정체계 속에서 지역적으로 분산된 운동역량과 교사들에 대한 분열책동 등 외적 요인이 힘찬 교육운동의 전개를 가로막았다.
이같은 한계를 인식하고 반성한 결과 전교협은 그동안의 비회원제 투쟁위원회 성격에서 탈피하여 1988년 10월에 전국의 시 군 구 교협을 대표하는 2백여 명의 교사로 대의원을 선출, 전교협 개편대회를 갖게 되었다. 개편대회에서 다루어진 주요 내용은 조직개편, 정관개정, 임원선출 등 조직을 확대개편하여 전국적인 단일조직체계를 갖춘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라는 명칭에서 앞의 '민주교육추진'을 없애고, '전국교사협의회'라고만 하기로 하면서 전교협은 투쟁위원회의 성격에서 본격적인 대중조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교협은 교육운동의 당명과제로 민주교육법 쟁취를 위한 투쟁, 모든 단위학교에서 평교사회 건설, 올바른 학생교육 수행, 교련탈퇴 운동을 전개해 갔다.
전교협은 대중조직으로 개편한 이후 [교육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4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하였다. 또 각 지역교협별로 '[교육법] 개정 촉구대회와 실천대회'를 열고, 11월 20일 여의도 광장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1만 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참교육 실천을 위한 민주교육법 쟁취 전국교사대회'를 여는 등 대중집회를 주도하였다. 또한 전교협은 평교사회 창립을 지원하였으며, 정희여상 사학민주화투쟁 지원을 통해 대중적 조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는 평교사회 건설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운동 조직으로 교과모임이 창립되었다. 교과모임의 출현은 교육운동이 대중화를 이루어 가는 속에서 교사들의 교육적 요구의 주요 측면인 자주적 교육운동의 실현을 전문역량의 기초 아래 구체화시킨 결과였다.
1988년 3월 창립한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을 시작으로 역사교사모임, 농업교사모임, 영어교사모임이 결성되었고 윤리, 미술, 음악, 과학 등의 교사모임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교과모임은 실제로 교육운동에 필요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담보해 나가는 핵심영역으로 교육운동 속에서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같은 1980년대 교육민주화운동의 다양한 실천과 경험의 축적, 대중적 조직화의 성과는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 조직적 전환을 맞이하면서 질적으로 새롭게 전개되어 갔다(전교조 조직결성, 사수투쟁의 과정과 조직복원을 통한 참교육 실천운동은 다음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일제하 구국운동으로서 교육운동 전개 이후 19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한국교육운동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역사는 단순히 지난 날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현재 부딪히는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구체적 경험을 제공해주며 앞으로 나아갈 좌표를 가늠하게 한다. 면면한 흐름 속에서, 그러나 외세와 군사정권의 폭력적 탄압 앞에 무수한 단절을 보여왔던 한국교육운동사는 한국사회의 이중적 억압구조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도 물리적 탄압과 이데올로기 공세가 노골화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늘날 교육운동은 이제 큰 강물을 이루어 우렁차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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