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의 문제와 전망 : 역사왜곡

목차

1.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의 현단계

2. 우려되는 역사와 정치의 결합

3.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성격과 활동

4. 《새 역사교과서》가 내세우는 역사관의 핵심

5. 《새 역사교과서》에 반영된 한국사관의 특징

6. 《새 역사교과서》 등장의 일본적 배경

7. 역사왜곡의 파장과 전망

본문내용

역사교과서'는 이것을 역사적으로 형성된 특별한 능력이라면서, 고대에서 현대까지 영광에 찬 이야기로서 꾸며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내부모순이나 침략전쟁을 들추는 역사관은 미국과 소련이 강요한 자학사관·암흑사관·일본해체사관이라고 매도한다.
③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주려는 고도의 계산이다. 1990년 이후 일본은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의 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은 국제경제의 파고를 거뜬히 헤쳐왔지만, 국내적으로는 80년대를 휩쓴 거품경제가 꺼져버리자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지게 되었다. 오죽하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유행했겠는가! 우파 민족주의자들은 이 점을 간파하고 영광된(?) 역사에서 그 탈출구를 찾으려는 운동을 전개하게 된 것이다.
④ '전후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청소년 범죄의 급증, 원조교제 등 윤리의식의 결핍, 공공질서의 이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내셔널리스트들은 이것이 패전 후 미국이 일본에 강요한 민주주의의 악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본인 특유의 미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패전의 훌륭한 전통을 복원하여 계승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새 역사교과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중요 수단인 셈이다.
7. 역사왜곡의 파장과 전망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이 모두 문부과학성의 검정에 합격함으로써 이 교과서들은 채택 권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일단 2002년부터 학교교육의 기본교재로서 사용될 자격을 획득했다. 관심의 초점이었던 《새 역사교과서》도 시장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지만 학교교육의 기본 교재로 등극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일본에 35항목에 걸쳐 재수정을 요구한 한국정부이다. 일본정부는 양국 수뇌가 역사인식에 대해 함께 언급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준수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원론적인 수준일 뿐 외교적 현안이 되어버린 재수정 요구에 대해서는 '학설상' 또는 '검정제도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지난 10월 고이즈미 총리가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독립공원을 방문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표함으로써 한국의 대일 비판 무드를 조금 누그려뜨렸다. 양국의 수뇌는 이때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설치하여 역사교과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는 이제 정치 외교에서 학문과 교육의 장으로 무대가 바뀌게 되었다.
한국국민들은 위와 같은 국면전환을 예의 주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역사학자 또는 역사교육자 끼리의 공동연구가 별로 신통한 해답을 가져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정은 더욱 절망적이다. 일본국민은 대체로 역사교과서에 대해 한국이 시비를 걸어온 것에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보통의 역사학자나 역사교육자들은 공동연구 등에 참여하기를 아주 꺼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의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일 양국 간에 앙금만 남기고 휴전 상태로 돌아가기 쉬울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상태에서 2002년 4월이면 또 다른 왜곡 교과서인 《최신 일본사》(고교)가 검정에 통과되어 채택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시 비판운동이 불을 뿜겠지만 2001년보다는 그 기세가 훨씬 약할 것이고 일본에서의 호응도 별로 얻지 못할 것이다. 한국만의 외로운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파동을 한일의 상호이해와 우호협력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두 나라의 양식 있는 시민들이 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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