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드러난 글쓰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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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저자가 드러난 글쓰기 시대

2.압구정동에 있는 두 개의 공간

3.문화 정치적 실천과 새로운 공간 만들기

본문내용

지역 주민의 공간으로 압구정동은 새로운 교육을 실현해 내고 합리적인 소비
생활을 실험해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내용은 물론 주민들이 채우는 것이다.
압구정동 주민은 아니지만 서울의 주민으로서, 우리나라와 또 보다 나은 인류 문화를 만드는
일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적어도 그곳 주민들이 자기의 삶을 관리하고 창조해 가는
주민 운동의 주체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지역 운동이 현 자본주의의 위기를 뚫어 갈 거의
유일한 힘이 나올 수 있는 곳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에 있는 소비 공간에 대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한다. 하나는 서울이 혐오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나름대로 개성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이
새로운 소비 상품 생산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이다. 서울이 나름대로의 빛깔과
삶의 숨결을 담아 내기까지 무척 시간이 걸릴 것이고 때때로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고
느끼지만, 나는 압구정동 중심가를 인사동과 명동과 종로와 동숭동 대학로와 신촌 거리와
같은 차원에서 새로운 소비와 예술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구상을 해본다. 이 면에서
나는 동숭동 대학로를 차가 안다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던 서울시가 성급하게 그
실험을 중단한 것에 대해 불만이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나는 서울에 차가 안다니는 공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동숭동뿐만 아니라 인사동과
신촌 대학로와 명동과 종로 등지 여러 군데에 실험적인 문화 공간으로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실험이 가능한 긴 시간 동안 말이다. 이제 이태원 같은 식민지 공간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주민들이 \'죄의식\' 없이 놀고 내일을 위한 창조적 에너지를 충전해 갈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열어 가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나는 압구정동이 신촌이나 이태원과는 또 다른, 생산지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압구정파가 90년대 청년 문화를 대표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하기보다 그들의 존재를
일본의 아까사까족이나 록뽄기족, 또는 아오야마족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려는 시선을
갖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록뽄기라든가 아까사까 거리는 원래 지하철역
근처의 상가 지역으로 60년대 이후 소비 지향적인 청소년들이 몰려들었고 70년대에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몰려들어 화제 거리가 된 곳이다. 이곳의 주인공들은 \'압구정족\'처럼
본격적인 자본주의 문화가 양산해 낸, 생산보다는 소비에, 일보다는 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새로운 젊은이들이었다. 이곳은 이들이 또래로 몰려다니면서 노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패션이 만들어지는 색채를 가진 곳이 되었다. 기성 세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온 이 공간과 이 공간을 메운 젊은이들은 실은 마냥 퇴폐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만들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은 강렬한 자기 표현의 욕구를 가진
소비족을 새로운 패션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가는 실험 시장의 구매자로 활용을 하였고
현재 일본의 아까사까가 세계 수준의 패션 중심지가 된 것도 이들의 감각과 소비성을 제대로
활용해 내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커피숍 등 색다른 체인 스토어로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눈을 끄는 많은 상품은 아마도 거의가 이런 첨단 거리에서 새로운
감각을 지닌 이들의 엄정한 감정을 받아 탄생한 모형들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첨단 소비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의 측면에서 압구정동 거리를 상상해
본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와 보고 싶어 하는 거리를 구상해 본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시대는 가고 아이디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신상품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세계 시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세계적 규모로 일어나는 문화적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안일하게
일해서 살아 남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문화적 상품이 지니는 가치는 효용성보다
\'새로움\'과 그것이 담고 있는 \'인간적 숨결\'에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공간이나
인간적 숨결을 확인해 갈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품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닷새마다 서는 5일장도 계속 서야 하고 동대문 시장과 남대문 시장도 그 나름의 스타일로
살아 남아야 하지만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상업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도 지금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인과 소비자를 포함한 주민의 주인 의식을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감각 세대들이 자신들의 가능성을 한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그들의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압구정동은 \'천민 자본주의\'의 \'꽃\'일 뿐이기에, \'졸부\'들의
멋모르는 철부지 자식들이나 우글거리는 곳이기에, 아예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하고 경계한다고 상황이 좋아질 리는 없다. 또한 죄의식에 시달리면서 구차한 변명을
꾸며 대는 동안 우리의 삶은 급속히 황폐해 가고 있다.
\'압구정\' 공간은 지금 만들어지고 있고, 그것은 한국인으로서, 서울 주민으로서, 그리고
압구정 주민으로서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압구정동의 중심은 보다
지역적인 공간이면서 세계적인 공간이어야 하고 보다 많은 문화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향락,\' \'퇴폐,\' \'편중된 부,\' \'무분별한 모방,\' \'무절제한 수용,\' \'배금주의,\'
\'모방 심리,\' \'이기주의,\' \'귀족 문화,\' \'저질 문화,\' \'구조적 모순의 노정\' 등의 단어로 주로
논의되고 있는 압구정동에 대한 언설의 내용과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은 한편
정치적 허무주의가 휩쓸고 있는 이 시대에 희망적인 몸짓이기도 하다. 여전히 커다란
\'우리\'를 거머안고 있으려는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보다 큰 \'우리\'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언설을 보다 구체적인 \'우리\' 그리고 \'자신\'에 대한 배려와 연결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다. \'자기 돌보기\'를 게을리하고
외면하기 위한 언설이 아니라 자신을 세우기 위한 언설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압구정동을 다시 한번 가보자. 그리고는 그곳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을 되돌아보자.

키워드

글쓰기,   저자,   압구정,   문화,   공간
  • 가격500
  • 페이지수13페이지
  • 등록일2003.01.23
  • 저작시기2003.01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2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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