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I. 60년대 전후의 분단문학
Ⅱ.{야콥에 대한 추측}: 미래 전망의 부재
Ⅲ. {나누어진 하늘}: 현재적 공간에서 미래적 공간으로
Ⅳ.{광장}: 현실적 공간에서 허구적 공간으로
V. 결론에 대신하여
Ⅱ.{야콥에 대한 추측}: 미래 전망의 부재
Ⅲ. {나누어진 하늘}: 현재적 공간에서 미래적 공간으로
Ⅳ.{광장}: 현실적 공간에서 허구적 공간으로
V. 결론에 대신하여
본문내용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P 187)
부채의 넓은 테두리에 서 있었을 때의 이명준은 최소한 관념적으로는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꿈'이 구체적인 현실과 맞부딪치면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마지막에는 그 자신만이 삶이라는 '광장'의 유일한 구성원이 되는 상태에 이른다. 그는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P 188)친다. 그는 하필 자신의 행보를 '뒷걸음질'이라고 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 조류에 휩쓸려 내려간다. 둘째,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도,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질 수도 없다. 셋째, 진보라고 믿는 역사의 진행은 실제로는 퇴보이다.
) 이러한 역사 인식은 벤야민이 끌레의 그림(Angelus Novus)을 원용하여 진보 이념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지적한 것과 비슷하다. "역사의 천사는 이런 모습임에 분명하다. 그는 얼굴을 과거로 향하고 있다. (...) 폭풍이 파라다이스로부터 강하게 몰아쳐 오는 바람에 그는 펼친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로 그를 끊임없이 몰아넣는다. 그 동안 그의 앞에는 폐허 더미가 하늘 끝까지 쌓인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폭풍이다." Walter Benjamin, ber den Begriff der Geschichte. In: Gesammelte Schriften, hg. v. Rolf Tiedemann und Hermann Schweppenhauser, Bd. I-2, 2 Aufl. Frankfurt a. M 1978, S. 697f. 여기에서도 역사의 진보가 사실은 퇴보의 형태로 나타난다.
위의 인용 마지막의 '자 이제는?'라는 질문에는 이미 극적인 반전이 암시되어 있다. 바로 이 때 이명준은 한국에서 출항할 때부터 따라온 두 마리의 갈매기에서 은혜와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의 모습을 본다. 현실에서 모든 삶의 근거를 빼앗긴 이명준은 여기에서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는 은혜와 그 사랑의 결정체인 새 생명이 갈매기로 환생하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푸른 광장"(P 188)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사랑과 화해가 가능한 이 광장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허구적 공간이다. 광장과 밀실이 소통하는 유토피아적 공간은 초현실적 상상 속에서 비로소 실현된다.
V. 결론에 대신하여
세 작품에 공통적인 회상 구조는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어났는가 중요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하는 서사 구조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야콥에 대한 추측』과 『광장』에서의 회상이 현실에 대한 절망을 확인하는 성격을 지녔다면 『나누어진 하늘』에서의 회상은 최소한 삶에 대한 두려움 대신 사회주의적 미래 공간을 약속하는 "새로운 자유"(H 199)를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러한 자유가 이명준에게는 역사적 공간을 떠난 상태에서만 가능한 반면에 야콥에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야콥의 회의적 태도를 극복한 리타는 사회주의 체제 안에 남는 것과는 달리 이명훈은 현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자체를 거부하는 길을 선택한다.
『야콥에 대한 추측』과 『나누어진 하늘』이 분단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한 사회(동독)내에서의 삶의 가능성을 기본 주제로 삼고 있다면 『광장』은 분단 시대의 이념적 대결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장』의 주역은 실상 "이명준의 성격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남북 이데올로기 자체이다".
) 한기,「『광장』의 원형성, 대화적 상상력, 그리고 현재성」, 『작가세계』, 1990년 봄호, 95쪽.
이명준이 관념적 이상주의자라면 리타는 비판적 사회주의자이다. 이명준이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축소해간 것과는 달리 리타는 스스로의 영역을 발전적으로 확대시켜 나간다. 이러한 차이는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명준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자기 기만적이지만 리타에게 미래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창조해 나가는 열려진 공간이다. 볼프는 여기에서 "사회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발전 소설"
) 전영애,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창작과 비평사, 1998, 81쪽.
을 의도한 듯이 보인다.
볼프가 1960년대 초 『나누어진 하늘』에서 보여준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동독은 30년 후 몰락하고 만다. 현실의 시계는 작가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녀가 원래 1979년에 쓴 작품이나 통독을 전후하여 발표한 『남은 것은 무엇인가』만 보더라도 그 사이에 동독은 이미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활력을 상실한 듯이 보인다. 볼프가 말하고자 하는 "남아 있는 것"이란 바로 사회주의적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를 의미하는 공허한 현실이다. 그녀에게 미래는 "우리 모두가 거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모든 인간 집단을 움직이게 만들 태세를 갖춘"
) Christa Wolf, Was bleibt, Hamburg 1992, S. 94.
개념이다. 이처럼 모두를 이끌어갈 힘을 지닌 사회의 역동성을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당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성장-복지-안정"
) 위의 책 86쪽.
이라는 구호는 그 자체가 이미 이율배반적이며 현실과의 괴리감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안정"을 위해 침묵이 강요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내적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복지" 또한 더 이상 추구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독일은 이미 분단을 극복한 반면에 한반도에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분단문학은 분단극복 문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비극은 40년 전에 최인훈이 『광장』에서 극단적으로 고발한 체제내적 모순조차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이 보인다는 점에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분단 극복의 길은 더욱 멀어 보인다. 또한 독일의 통일에서 얻은 교훈은 단순히 분단 극복의 해결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어떤 주체에 의한 어떤 형태의 통일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채의 넓은 테두리에 서 있었을 때의 이명준은 최소한 관념적으로는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꿈'이 구체적인 현실과 맞부딪치면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마지막에는 그 자신만이 삶이라는 '광장'의 유일한 구성원이 되는 상태에 이른다. 그는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P 188)친다. 그는 하필 자신의 행보를 '뒷걸음질'이라고 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 조류에 휩쓸려 내려간다. 둘째,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도,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질 수도 없다. 셋째, 진보라고 믿는 역사의 진행은 실제로는 퇴보이다.
) 이러한 역사 인식은 벤야민이 끌레의 그림(Angelus Novus)을 원용하여 진보 이념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지적한 것과 비슷하다. "역사의 천사는 이런 모습임에 분명하다. 그는 얼굴을 과거로 향하고 있다. (...) 폭풍이 파라다이스로부터 강하게 몰아쳐 오는 바람에 그는 펼친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로 그를 끊임없이 몰아넣는다. 그 동안 그의 앞에는 폐허 더미가 하늘 끝까지 쌓인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폭풍이다." Walter Benjamin, ber den Begriff der Geschichte. In: Gesammelte Schriften, hg. v. Rolf Tiedemann und Hermann Schweppenhauser, Bd. I-2, 2 Aufl. Frankfurt a. M 1978, S. 697f. 여기에서도 역사의 진보가 사실은 퇴보의 형태로 나타난다.
위의 인용 마지막의 '자 이제는?'라는 질문에는 이미 극적인 반전이 암시되어 있다. 바로 이 때 이명준은 한국에서 출항할 때부터 따라온 두 마리의 갈매기에서 은혜와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의 모습을 본다. 현실에서 모든 삶의 근거를 빼앗긴 이명준은 여기에서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는 은혜와 그 사랑의 결정체인 새 생명이 갈매기로 환생하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푸른 광장"(P 188)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사랑과 화해가 가능한 이 광장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허구적 공간이다. 광장과 밀실이 소통하는 유토피아적 공간은 초현실적 상상 속에서 비로소 실현된다.
V. 결론에 대신하여
세 작품에 공통적인 회상 구조는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어났는가 중요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하는 서사 구조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야콥에 대한 추측』과 『광장』에서의 회상이 현실에 대한 절망을 확인하는 성격을 지녔다면 『나누어진 하늘』에서의 회상은 최소한 삶에 대한 두려움 대신 사회주의적 미래 공간을 약속하는 "새로운 자유"(H 199)를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러한 자유가 이명준에게는 역사적 공간을 떠난 상태에서만 가능한 반면에 야콥에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야콥의 회의적 태도를 극복한 리타는 사회주의 체제 안에 남는 것과는 달리 이명훈은 현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자체를 거부하는 길을 선택한다.
『야콥에 대한 추측』과 『나누어진 하늘』이 분단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한 사회(동독)내에서의 삶의 가능성을 기본 주제로 삼고 있다면 『광장』은 분단 시대의 이념적 대결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장』의 주역은 실상 "이명준의 성격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남북 이데올로기 자체이다".
) 한기,「『광장』의 원형성, 대화적 상상력, 그리고 현재성」, 『작가세계』, 1990년 봄호, 95쪽.
이명준이 관념적 이상주의자라면 리타는 비판적 사회주의자이다. 이명준이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축소해간 것과는 달리 리타는 스스로의 영역을 발전적으로 확대시켜 나간다. 이러한 차이는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명준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자기 기만적이지만 리타에게 미래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창조해 나가는 열려진 공간이다. 볼프는 여기에서 "사회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발전 소설"
) 전영애,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창작과 비평사, 1998, 81쪽.
을 의도한 듯이 보인다.
볼프가 1960년대 초 『나누어진 하늘』에서 보여준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동독은 30년 후 몰락하고 만다. 현실의 시계는 작가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녀가 원래 1979년에 쓴 작품이나 통독을 전후하여 발표한 『남은 것은 무엇인가』만 보더라도 그 사이에 동독은 이미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활력을 상실한 듯이 보인다. 볼프가 말하고자 하는 "남아 있는 것"이란 바로 사회주의적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를 의미하는 공허한 현실이다. 그녀에게 미래는 "우리 모두가 거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모든 인간 집단을 움직이게 만들 태세를 갖춘"
) Christa Wolf, Was bleibt, Hamburg 1992, S. 94.
개념이다. 이처럼 모두를 이끌어갈 힘을 지닌 사회의 역동성을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당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성장-복지-안정"
) 위의 책 86쪽.
이라는 구호는 그 자체가 이미 이율배반적이며 현실과의 괴리감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안정"을 위해 침묵이 강요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내적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복지" 또한 더 이상 추구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독일은 이미 분단을 극복한 반면에 한반도에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분단문학은 분단극복 문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비극은 40년 전에 최인훈이 『광장』에서 극단적으로 고발한 체제내적 모순조차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이 보인다는 점에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분단 극복의 길은 더욱 멀어 보인다. 또한 독일의 통일에서 얻은 교훈은 단순히 분단 극복의 해결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어떤 주체에 의한 어떤 형태의 통일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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