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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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의 주인공이 이 사람이라면 위 문장은 틀렸다기보다는 불충분한 것이 된다. 이름 전체를 다 쓰고, 이 사람이 우리가 잘 아는 철학자 황제가 아니라 엘라가발루스라는 사실만 밝혀주면 된다. 그렇다면 원저자가 불충분하게 표현을 했던 것일까? 원문은 보지 못했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 황제의 이름 세 부분이 모두 다른 사람에게도 있는 흔한 것이니, 다른 별명이 있으면 그것을 표시해 주었을 것이다. 엘라가발루스라는 좋은 별명이 있는데, 그것을 쓰지 않았을 리가 없고, 또 이런 설명이 있는데 역자나 편집자가 빼 버렸을 리도 없다. 더구나 이 황제의 종교정책은 큰 반발에 봉착했고, 그 자신도 기행(奇行) 끝에 곧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태양신 종교는 이 때는 정착되지 못했었다.
또 하나 이 기록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아우렐리아누스"(270-275 제위)이다. 이 황제 역시 태양신을 최고의 신으로 모시고자 했는데, 이번에는 이 정책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서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기까지 (다른 신의 숭배가 폐지된 것은 아니지만) 태양신이 최고의 신으로 섬겨졌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312년의 황제위 계승전쟁에서, 콘스탄티누스가 꿈에 나타난 신의 계시에 따라 십자가 표시를 한 깃발을 들고 나섰을 때, 상대편인 막센티우스 쪽에서는 바로 이 태양신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맞섰다는 것이다. 내게 불어판 원문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아우렐리아누스"가 맞을 것 같다. 아마도 역자는, 불어로 Aurelian라고 되어 있는 것을 "아우렐리우스"Aurele로 잘못 읽은 듯하다. 혹자는 내가 너무 무리한 추정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역자는 "안토니누스"(불어로는 Antonin)도 "안토니우스"Antoine로 읽지 않았던가? (참고로 하나 더 지적하자면, 이 책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시의였던 대 의학자 갈레노스가 "갈리우스(Galius)"(149쪽)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 "마르쿠스"라는 말은 설명을 위해 역자나 편집자가 집어넣은 것이 된다. 독자의 이해를 돕겠다는 충정은 높이 살 만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문제가 복잡하게 된 것이 유감이다.
2세기에 플라톤 철학이 다시 세력을 얻은 것에 대해 언급하며, 이 철학이 "마귀를 중재자로 생각하는 신학을 구상하면서 감성을 영원한 존재와 결부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148쪽)라고 소개한 것은 너무 심한 말이다. "감성을 영원한 존재와 결부"시킨다는 말도 너무 심오하게 옮겨져서 이해가 어렵지만, "마귀"를 중재자로 삼는다는 것은 너무나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아마도 daimon을 이렇게 옮긴 듯한데, 번역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그냥 "신"으로 하거나, 아니면 "정령" 정도로 옮겨야 할 것이다. 대개 이 말은 올륌포스의 신들 말고 그보다는 작은, 이름 없는 신들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소크라테스가 자신은 내면의 신적인 목소리를 듣는다고 한 데서, 이 말과 플라톤 철학의 연관이 생겨났다. 흔히 불어 사전에 demon의 첫 번째 뜻이 "악마"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불어권 책을 번역하는 사람들은 "악(惡)"이나 "마(魔)"에 끝까지 집착하고 어떻게든 이 개념을 번역어에 넣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원래 희랍어 daimon은 반드시 나쁜 뜻은 아니니 주의하여야 한다.
이상이 대체로 내가 이 책에서 발견했고 조금 설명할 수 있었던 실수들이다. 이상한 부분, 잘못된 부분들은 이보다 훨씬 많고, 쓰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더 길게 쓸 수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데다가, 무엇보다도 내가 힘들어서 더 못 쓰겠다. 역사가 내 전공분야가 아닌 만큼, 이 정도 쓰는 데도 (맥락을 알기 위해, 그리고 전공자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느라고 너무나 고생을 했다. 그러면 자기 전공도 아닌 분야에 왜 참견하는지 시비를 걸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데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잘못 추천했었던 것이다. 어떤 학생이 로마역사와 로마인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은데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냐고 하기에, 분량만 보고 이 책을 추천했었고, 그래서, 사실은 나도 책을 사 놓고는 읽을 짬을 얻지 못해 그냥 꽂아만 두었었는데, 남에게 추천을 했으니 내용이 어떤 것인지라도 알아야겠기에 읽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곧 내가 경솔한 짓을 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절대로 학생들에게 추천해서는 안 될 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은 다른 선생들에게, 이 책을 절대로 추천도서 목록에 넣지 말라고 경고하는 글이기도 하다.
글머리에 이 책이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는 책이라고 했었는데, 사실 이 책을 이용하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이 책을 일종의 문제집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즉, 이 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구절을 만날 때마다,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다른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이용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인데, 이런 방법은 이 책이 속한 시리즈의 이름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에도 어울린다.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이 책은 돌이 잔뜩 들어 있는 밥과 같다. 밥을 먹다가 돌을 씹어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한 두 번만 돌을 씹어도 그 후로는 밥을 마음놓고 편안히 먹을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런데 이 밥에는 숟갈마다 거의 서너 개씩 돌이 들어 있다. 물론 돌보다는 쌀이 훨씬 많다. 그러나 매 숟갈 돌을 골라내고 밥을 먹어야 한다면, 차라리 새로 밥을 짓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시장도 넓지 않은 인문학 책을 만들어 준 출판사의 성의는 고맙지만 이 책은 너무나 문제가 많은 책이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명예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길은 재번역이지만, 그것이 곤란하다면 최소한 시중에 깔려 있는 책을 회수하기라도 하여야 할 것이다. 읽을 수 없는 책을 마치 읽을 수 있는 것인 양 계속 판다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 아닌가? 한길사가 상당한 명망을 얻고 있는 유력한 출판사이니만치 이런 지적에 상응하는 조치를 속히 취할 것을 기대한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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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0페이지
  • 등록일2004.09.27
  • 저작시기2004.0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68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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