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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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뛰어들어 낭군님의 혼이 깃든 탑을 껴안았다. 그리움에 사무쳐 탑의 환상을 보았던 것이다. 마침내 석가탑을 완성한 아사달은 아사녀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영지로 달려갔으나 그리운 아내는 싸늘한 죽음으로 변한 후였다. 아사달은 미친 듯이 아사녀를 부르며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예술에 미쳐 당신을 잊었구려. 이제부터는 예술도 생명도 소용없소. 다시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으리다.” 아사달은 마지막 절규의 말을 남기고 아내와 죽음을 같이 하였다. 이 부부의 애달픈 이야기를 간직한 이 탑은 그림자가 비쳤던 다보탑을 ‘유영탑’이라고 한다.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던 탑을 ‘무영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위 이야기에서 이 두 탑을 세우는 공사가 얼마나 크고 어려웠던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돌이란 한 가지 재료로 이렇게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탄생시킨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자부심이 들었다.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어져 우리는 경주역을 향해 달렸다. 경주역을 향하면서 처음에 들렀던 첨성대 야경을 꼭 보아야 한다며 잡아끄는 친구를 따라 그 곳으로 다시 한번 향하였다. 역시나 그곳은 낮에 보았던 그 매력과는 물씬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첨성대는 신비한 불빛에 휩싸여 먼 곳에서부터 마치 등대가 이끌 듯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또한 낮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주변의 초록색 나무들이 빨주노초파 색색의 조명을 받으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주욱 늘어서서 나에게 마치 꿈 속이나 동화 속의 공주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표현을 여기에 쓰면 될 정도로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나를 반하게 하기 충분했다. 사진기 바데리를 구입하여 갈아 끼운 후 이 광경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매우 노력하였으나, 그 느낌이 사진 속에서 아무래도 살아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계속해서 사진기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듯 짧지만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너무 아쉬운 마음으로 경주역에서 친구와 작별을 하고 동대구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문득 그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문명으로 도시 전체가 빛을 발하는 경주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동대구역에서 막차를 타고 대전역에 도착하니 버스는 이미 끊어졌고 고단한 몸을 택시에 싣고 집으로 오는 길이 마치 오늘 하루가 꿈인 듯 그림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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