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서른,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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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연작시와 "Personal Computer", "24시간 편의점" "라디오 뉴스"등의 시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성장한 서울토박이다. 때문에 시인의 삶은 서울이라는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그리고 척박한 아스팔트에 뿌리내리고 있다. 시인은 도시의 일상에서 느끼는 삶을 담담하면서도 재치있는 어조로 말하고 있다. 여기서 <지하철에서>라는 연작시를 살펴 보자.
<지하철에서 1>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지하철에서 2>
내리실 문은 오른 쪽 옳은 쪽 입니다
(중략)
굳게 다문 왼쪽 입口로 나가고 싶어졌다
(생략)
- 지하철에서 2 (부분)
<지하철에서 5>
그의 엉덩이와
나의 가슴이 기대며 벽을 쌓고
그의 신문과
나의 소설이 함께 흔들닌다
그의 근심과
나의 불만이 차례로 혀를 차고
(중략)
그의 고독과
나의 외로움이 서로 옷깃 여미는
(중략)
그의 시계와
나의 시계가 서로 줄을 맞추고
그의 인생과
나의 살이가 바둥대다 섞이며
천천히 우리도 늙어간다
(생략)
- 지하철에서 5 (부분)
<지하철에서 6>
나는 사람들을 만난다
5초 마다 세계가 열렸다 닫히는 인생들을
우르르 온몸으로 부딪혀 만난다
지하철이라는 소재는 철로를 따라 순환하는 반복적이고 공간에 구속된 느낌을 환기시킨다. 이런 지하철을 통한 도시인들의 일상을 간결히 형상화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그의 엉덩이와 나의 가슴이 기대며 벽을 쌓을 정도로 사람들이 빈틈없이 들어선 상황은 호흡조차 가파른 답답한 상황이다. "5초" 마다 빠르게 부딪히는 사람들은 "그의 신문과 / 나의 소설이 함께 흔들린다 / 그의 근심과 / 나의 불안이 차례로 혀를 차"는 것처럼 단절되어 있기까지 하다. 이런 만원 지하철을 보며 "밥법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으로의 비유는 아주 재치있는 탁월한 부분이다. 답답함을 느끼는 시인은 그래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틀에 매이게 하는 옳은 쪽 길이 아니라 다른 길 "굳게 다문 왼쪽 입구"로 탈출하고픈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소외되고 이질적인 도시인들을 보고서, 그와 나의 "시계가 서로 줄을 맞추"며 그와 나의 삶이 "바둥대다 섞이며 늙어가는" 것을 인식하며 결국 같은 존재임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한결같이 서울을 훌훌 털고 떠나고자 하지만 실제로 그러지 못하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답답하며 가여운 도시의 삶을, 현실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제4부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에서는 시인의 삶의 가치관, 삶에 대한 자세 등이 나타나있다.
<사랑의 힘>
사랑이 아니라면
밤도 밤이 아니다
술잔은 향기를 모으지 못하고
종소리는 퍼지지 않는다
(생략)
-사랑의 힘 (부분)-
<자본론>
맑시즘이 있기 전에 맑스가 있었고
맑스가 있기 전에 한 인간이 있었다
맨체스터의 방적공장에서 토요일 저녁 쏟아져나오는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을 집요하게, 연민하던,
<영수증>
당신이 보여주신 세상이 제 맘에 들지 않아
한 번 바꿔보려 했습니다
그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위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아
당신이 지어내고 엮으신 하루가 밤과 낮 나뉘듯
취했을 때와 깰 때
세상은
이토록
달라 보일 수 있다니
앞으로 보여주실 세상은 또 얼마나 놀라울까요
-영수증 (부분)-
시인은 인간과 열정과 사랑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사랑의 힘>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삶을 굴러가게, 가치있게 만든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으며 <자본론>에서 세상을 뒤집어 놓은 그 사상과 이론 속에는 한 인간이 그리고 그 인간의 쓰러져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있는 것임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한 연민 역시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랑의 힘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며 그 원천이라고 하는 것인데 우리가 아는 세상이란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으로(인간의 눈으로 보는 세상) 인간들로 이루어진 삶의 공간은 인간들의 부딪힘, 애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당연하지만 근본적인 (사랑을 가진)인간 삶의 가치에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詩>라는 시에서도 자신의 시가 무수한 사람들의 손때가 담기고 또 손길로 인해 닳게 되는 시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도 하고 있다. 이처럼 마지막 4부에서 시인의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시를 통해서 느낀 것은 시인은 살냄새가 나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인 어투로 시인이 느낀 삶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허레허식이지 않고 아주 솔직하고 재치있다. 말하자면 시에 허위가 없고, 어렵게 말하려 하지 않고, 아주 가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으므로 공감대도 크다. 혹은 공감대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다가와 일상의 삶(젊은 날의 회상, 도시의 삶, 삶의 가치...)을 얘기하고 있다. 시인의 시가 90년대 중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논란들이 있었지만 이 시집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시인 자신은 비장한 각오로 커다란 무언가를 얘기하고자 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시인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썼을 뿐이고 따라서 시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내가 보기에 시인의 감상이 그토록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그것은 2004년에 이 시를 읽은 이유일 수도 있겠고, 당시에 큰 파장이 있었던 것은 앞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80년대 격렬한 운동의 모습이 사라져 가면서 이후에 그것에 대한 되돌아보기가 시도되었던 상황,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눈부시게 솔직한 시인의 태도 등이 당시로는 그리 익숙치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최영미 시인은 경쾌하고 솔직하다. 요즘 세대의 말로 표현하자면 쿨cool하다. 그러나 시인의 시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시인은 인간의 삶에 연민, 애정 등 사랑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으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최영미 시인에게는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얘기하는데 그와 함께 시인에게는 인간적인 살냄새도 물씬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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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8.10.15
  • 저작시기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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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485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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