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시인 소개
2. 최영미의 시세계
2. 최영미의 시세계
본문내용
라앉지 않던 예민한 머리카락을
이른 아침의 순결한 바람이 애무했던가.
2005년에 재현된 실비아를 보며
나는 내 어머니를 이해했다.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에 우리는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종이처럼 빳빳한 이부자리를 준비하던
당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내가 닮았다.
영화가 끝나고, 열려진 창.
바람에 날리는 책장, 남겨진 유고를
그녀인 듯 만지던 남자의 건강한 손.
생활의 승리를 목격하고 나는 일어났다.
배반당하더라도
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전문
여성의 부조리한 삶에 강한 분노를 느낀 미국의 여성시인 실비아플래스가 가스오븐에 머리를 넣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최영미는 실비아플래스의 자살로 자신의 죽음을 대속하고 이제부터는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일상의 여행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삶의 다양한 양식들을 발견해내고 그 속에서 숨 쉬는 도덕적 경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최영미 시가 나아가는 방향이라 예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③ 솔직함 그리고 용기가 배어있는 시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
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방향으로)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미리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 「돼지들에게」 전문
이 시 속에서 시인은 지나칠 만큼 솔직하고 용감함으로 똘똘 무장했다. 그녀는 거짓과 위선으로 똘똘 뭉쳐진 지식인과 그 속을 보지 못하거나 않는, 청맹과니 같은 '사람들' 혹은 변화가 두려운 기득권 세력들, 이들로 인해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 즉, 가짜가 진짜 위에 군림하는 현실 등을 우의와 풍자의 칼날을 꽃아 표현하고 있다.
이른 아침의 순결한 바람이 애무했던가.
2005년에 재현된 실비아를 보며
나는 내 어머니를 이해했다.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에 우리는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종이처럼 빳빳한 이부자리를 준비하던
당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내가 닮았다.
영화가 끝나고, 열려진 창.
바람에 날리는 책장, 남겨진 유고를
그녀인 듯 만지던 남자의 건강한 손.
생활의 승리를 목격하고 나는 일어났다.
배반당하더라도
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전문
여성의 부조리한 삶에 강한 분노를 느낀 미국의 여성시인 실비아플래스가 가스오븐에 머리를 넣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최영미는 실비아플래스의 자살로 자신의 죽음을 대속하고 이제부터는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일상의 여행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삶의 다양한 양식들을 발견해내고 그 속에서 숨 쉬는 도덕적 경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최영미 시가 나아가는 방향이라 예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③ 솔직함 그리고 용기가 배어있는 시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
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방향으로)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미리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 「돼지들에게」 전문
이 시 속에서 시인은 지나칠 만큼 솔직하고 용감함으로 똘똘 무장했다. 그녀는 거짓과 위선으로 똘똘 뭉쳐진 지식인과 그 속을 보지 못하거나 않는, 청맹과니 같은 '사람들' 혹은 변화가 두려운 기득권 세력들, 이들로 인해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 즉, 가짜가 진짜 위에 군림하는 현실 등을 우의와 풍자의 칼날을 꽃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