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본문내용

전달과 더불어, 꿈이 갖는 현실성을 통해 청자가 기이한 사건에 대해 갖는 거리감을 축소시키는 동시에, 신의 등장을 꿈을 통해 실현함으로써 괴력난신이라는 비판을 합리화한다. 초월적 세계는 신이 상주하는 공간으로 삼국유사에서는 천상계와 용궁계가 주요 공간으로 설정된다. 천상계는 인간 세계와 대조되는 상위의 공간으로 절대 권력이 부여되는 공간이다. 용궁계 역시 초월적 능력이 생성되는 곳이지만, 천상계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권력을 부여받는다. 초월적 공간은 현실계의 인간이 해당 공간을 통과하거나 특정 행위를 하면, 뛰어난 능력을 갖게 하기도 한다.
존재와 공간 화소에 따라 환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삼국유사 설화의 환상을 전반적으로 종합해 본 결과, 삼국유사에서 환상을 창출하는 개별 화소는 비슷한 특성을 지니는 것이 많았다. 특히 왕 탄생 설화나 불교 설화에는 비슷한 서사 구조를 지닌 설화들이 많았으며, 부계신 혈통, 난생, 호국, 득불, 환생 등 환상을 조성하는 요소들 역시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또한 삼국유사 설화에서 발견되는 환상은 신성성을 근거로 하여 나타나는 환상이 다수였다. 이는 삼국유사의 기본적인 성격과 관련되는 것으로, 삼국유사는 왕의 탄생이나 국가의 창건과 같이 권력의 정당성을 확립해야 하는 역사 설화와 민중의 종교적 이상향과 절대 존재에 대한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불교 설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역사 설화와 불교 설화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청자가 설화를 경이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하므로, 신성성을 기반으로 하는 환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신성성을 지닌 역사 설화는 민중이 왕과 국가의 권력을 신임하고 따르게 하며, 불교 설화는 민중이 불교에 쉽게 감화하여 불도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삼국유사의 환상은 사회, 정치, 문화적인 맥락과 결부된 것이 많았으며, 이야기의 향유를 통해 이야기 생성 당시 추구하던 가치를 공고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거나 재생산함으로써 민중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삼국유사는 문학과 역사, 종교 등 다방면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으므로, 설화의 환상은 문학적 흥미를 높이는 서사적 기능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서도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욕구는 자연스레 설화 속에 투영된다. 고대인 역시 접근할 수 없는 범주의 삶이나 소망하는 바를 허구적 이야기 속에서 형상화하였으며, 삼국유사 설화의 환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한국 환상 문학의 주요 모티프가 삼국유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문학사적으로 삼국유사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상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의 문학에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본고의 논의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삼국유사 이외의 다른 설화들과 후대 고소설,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학에서 포착되는 환상을 통찰하여 한국 환상 문학의 특성을 총체적으로 논의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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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유사,   국문,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