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것이다. 다니 7,13-14에 등장하는 인자 표현이 쿰란 문헌이나 랍비 문헌에 등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표현을 유일하게 담고 있는 에녹의 비유들 안에서도 어떤 천상적 존재에 대한 지칭이지 명칭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자라는 표현의 메시아론이 예수 당대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루가 12,8에서처럼 예수가 자기와는 구별되고 인자라고 불리는 어떤 제3의 인물을 지칭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예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인자라는 삼인칭으로 말하고 있었는가? 사실 자신의 미래의 운명을 삼인칭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완곡어법이 어디 있겠는가?
사정이 이러하다면 예수는 자신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으로 인자라는 말을 자신의 메시아적 사명의 수행 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아니 어떤 의미로 자초하고 자신의 죽음을 구약의 순교자들의 죽음처럼 다른 이들을 위한 통공 내지 구원의 의미로 해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본시 부활 신앙을 바리사이들처럼 유다교의 종교적 유산으로 공유했던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상치 못했거나, 예상하더라도 허무 내지 무위로 그치리라고 보았을 리가 없다. 따라서 예수는 당대의 유다교의 순교자 신학의 범주에 따라 자신의 죽음이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희생주의적으로 기여하리라고 기대하고, 이러한 자신의 미래적 운명을 삼인칭 형식으로 사람의 아들이라는 그릇에 담아 표현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미래적 인자의 운명이 다니엘서 7장의 인자를 연상시킴은 물론이다. 희랍어의 이중의 관사는 바로 다니엘서의 종말론적 인자를 지칭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인자는 그러기에 자신을 에둘러 표현하는 탁월한 방법으로 예수적인 어법이었을 것이고, 초대 교회는 이 용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확장적으로 예수의 다른 말씀에 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러기에 인자의 모든 말씀이 역사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 핵심적인 말씀에 예수의 진정한 의도가 담겨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의 의미론적 문제는 완곡어법이라는 일차적인 용법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아들은 셈어에서 그저 사람 이상을 뜻하지 않는다. 이 평범한 말이 전해 주는 의미론적 파장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다같이 사람이라는 동질성으로 묶어지고 그것이 연대적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에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사람의 아들이 일종의 관용구로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집합적 연대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머리를 둘 곳이 없는 사람의 아들이란 표현은 결국 예수를 추종하겠다는 자의 운명을 예고해 주고 원한다면 그곳으로 초대한다는 페다고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한편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 역시 인간학적 확장 개념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아들은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는 곳의 새로운 인간 현실을 지칭하는 말인가? 인자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고, 그 나라의 일원이며, 그 나라의 도래를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하는 세말의 새로운 인간형의 전형인가? 그것은 새로운 아담으로서, 묵시적 세계관이 꿈꿔온 새 하늘 새 땅에서 살아가게 될 새 인류를 함축하는가? 기실 사람을 의미하는 ‘bar enasha’가 희랍어를 사용하던 희랍계 그리스도교 공동체에는 전혀 무의미한 말이었기에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서는 이 표현이 전혀 예수께 사용되지 않는다. 사도는 그의 서간문(로마 5,14; 1고린 15,22.45)에서 죽어야 할 죄 많은 존재로서의 옛 아담과 참된 생명을 지닌 둘째 아담을 구별하고 그리스도를 새 아담으로 부른다.
나가는 말
예수는 산헤드린 앞에서 수수께끼 같은 방법으로 인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결코 메시아로 지칭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메시아적 업적들을 수행하였다. 그분은 메시아 직무 수행의 여정에서 나를 에둘러 지칭하는 완곡어법으로 삼인칭의 인자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다. 대중적 메시아 운동과 연결된 온갖 오해를 회피하기 위해 ‘bar enasha’라는 수수께끼 같은 표현은 단순히 적절한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어쩌면 동원 가능한 유일한 표현 수단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 나라와의 연관성 안에서 바로 다니 7,13-14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에서부터 그것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아들은 거대한 구원론적 기획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아들은 이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사자로 그 나라의 현실과 그 도래를 선포한다. 그는 하느님 나라의 현실을 죄인들과의 친교로 축제화하고, 마침내 그 나라를 지상에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많은 이들을 위한 몸값으로 지불한다. 그러나 그 나라의 도래는 인자가 이 지상에 심판자로 오는 때이다(루가 12,8; 17,24).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사람의 아들의 오심에 밀접히 관련되어 그 완성이 유보되어 있다. 하느님 나라의 현재와 미래라는 긴장 관계 안에서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삼인칭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한다. 이런 의미로 예수는 타인으로 남아 있는 자기이다(Soi-meme comme un autre). 예수의 사람의 아들이란 기획이 이처럼 종말론적이라면 바로 그것은 하느님 나라가 종말론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수는 공동체의 성찬을 통하여 현존하고 제자들의 활동에 함께하는 현재의 주님이시다. 그러면서 예수의 종말론적 실존을 자신의 도래와 함께 결부되어 그 최종적인 의미가 도상에 걸려 있다. 이런 의미로 예수는 종말론적 약속의 실현에 자기 정체성이 유보되어 있는 과정적, 도상적 실존이요, 인자의 삼인칭 용법에 주목한다면 그는 자기 존재의 온전한 회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타자적 실존이기도 하다. ‘자기’와 ‘타자처럼’(Soi-meme comme un autre)과의 변증법적 역학 관계가 기실 인간 실존의 신비인바,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어법을 통해 예수를 추종하는 자의 운명도 이처럼 종말론적 실존임을 가르쳐 주고 더불어 이 길을 함께 가자고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와 더불어 하느님 나라에 헌신하고 그 나라의 미래에 운명을 거는 소위 인자의 종말론적 운명에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예수는 자신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으로 인자라는 말을 자신의 메시아적 사명의 수행 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아니 어떤 의미로 자초하고 자신의 죽음을 구약의 순교자들의 죽음처럼 다른 이들을 위한 통공 내지 구원의 의미로 해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본시 부활 신앙을 바리사이들처럼 유다교의 종교적 유산으로 공유했던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상치 못했거나, 예상하더라도 허무 내지 무위로 그치리라고 보았을 리가 없다. 따라서 예수는 당대의 유다교의 순교자 신학의 범주에 따라 자신의 죽음이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희생주의적으로 기여하리라고 기대하고, 이러한 자신의 미래적 운명을 삼인칭 형식으로 사람의 아들이라는 그릇에 담아 표현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미래적 인자의 운명이 다니엘서 7장의 인자를 연상시킴은 물론이다. 희랍어의 이중의 관사는 바로 다니엘서의 종말론적 인자를 지칭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인자는 그러기에 자신을 에둘러 표현하는 탁월한 방법으로 예수적인 어법이었을 것이고, 초대 교회는 이 용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확장적으로 예수의 다른 말씀에 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러기에 인자의 모든 말씀이 역사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 핵심적인 말씀에 예수의 진정한 의도가 담겨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의 의미론적 문제는 완곡어법이라는 일차적인 용법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아들은 셈어에서 그저 사람 이상을 뜻하지 않는다. 이 평범한 말이 전해 주는 의미론적 파장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다같이 사람이라는 동질성으로 묶어지고 그것이 연대적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에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사람의 아들이 일종의 관용구로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집합적 연대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머리를 둘 곳이 없는 사람의 아들이란 표현은 결국 예수를 추종하겠다는 자의 운명을 예고해 주고 원한다면 그곳으로 초대한다는 페다고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한편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 역시 인간학적 확장 개념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아들은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는 곳의 새로운 인간 현실을 지칭하는 말인가? 인자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고, 그 나라의 일원이며, 그 나라의 도래를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하는 세말의 새로운 인간형의 전형인가? 그것은 새로운 아담으로서, 묵시적 세계관이 꿈꿔온 새 하늘 새 땅에서 살아가게 될 새 인류를 함축하는가? 기실 사람을 의미하는 ‘bar enasha’가 희랍어를 사용하던 희랍계 그리스도교 공동체에는 전혀 무의미한 말이었기에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서는 이 표현이 전혀 예수께 사용되지 않는다. 사도는 그의 서간문(로마 5,14; 1고린 15,22.45)에서 죽어야 할 죄 많은 존재로서의 옛 아담과 참된 생명을 지닌 둘째 아담을 구별하고 그리스도를 새 아담으로 부른다.
나가는 말
예수는 산헤드린 앞에서 수수께끼 같은 방법으로 인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결코 메시아로 지칭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메시아적 업적들을 수행하였다. 그분은 메시아 직무 수행의 여정에서 나를 에둘러 지칭하는 완곡어법으로 삼인칭의 인자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다. 대중적 메시아 운동과 연결된 온갖 오해를 회피하기 위해 ‘bar enasha’라는 수수께끼 같은 표현은 단순히 적절한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어쩌면 동원 가능한 유일한 표현 수단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 나라와의 연관성 안에서 바로 다니 7,13-14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에서부터 그것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아들은 거대한 구원론적 기획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아들은 이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사자로 그 나라의 현실과 그 도래를 선포한다. 그는 하느님 나라의 현실을 죄인들과의 친교로 축제화하고, 마침내 그 나라를 지상에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많은 이들을 위한 몸값으로 지불한다. 그러나 그 나라의 도래는 인자가 이 지상에 심판자로 오는 때이다(루가 12,8; 17,24).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사람의 아들의 오심에 밀접히 관련되어 그 완성이 유보되어 있다. 하느님 나라의 현재와 미래라는 긴장 관계 안에서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삼인칭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한다. 이런 의미로 예수는 타인으로 남아 있는 자기이다(Soi-meme comme un autre). 예수의 사람의 아들이란 기획이 이처럼 종말론적이라면 바로 그것은 하느님 나라가 종말론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수는 공동체의 성찬을 통하여 현존하고 제자들의 활동에 함께하는 현재의 주님이시다. 그러면서 예수의 종말론적 실존을 자신의 도래와 함께 결부되어 그 최종적인 의미가 도상에 걸려 있다. 이런 의미로 예수는 종말론적 약속의 실현에 자기 정체성이 유보되어 있는 과정적, 도상적 실존이요, 인자의 삼인칭 용법에 주목한다면 그는 자기 존재의 온전한 회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타자적 실존이기도 하다. ‘자기’와 ‘타자처럼’(Soi-meme comme un autre)과의 변증법적 역학 관계가 기실 인간 실존의 신비인바,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어법을 통해 예수를 추종하는 자의 운명도 이처럼 종말론적 실존임을 가르쳐 주고 더불어 이 길을 함께 가자고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와 더불어 하느님 나라에 헌신하고 그 나라의 미래에 운명을 거는 소위 인자의 종말론적 운명에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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