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문장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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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손목 굵기의 나무 지팡이를 한 손에 들고 땅을 탕탕 치면서 산 속으로 길을 냈다. 사라진 사람의 아내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한 소대의 의무경찰들이 올라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그들 역시 잠자코 스님의 뒤를 따랐다.
(3)어둠속에 웅크리고 있자 비로소 자세가 완전해진 것 같아지면서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안락감이 신경에 기분좋은 나른함을 주사했다. 모양만 묘한 것이 아니라 기분도 묘했다. 갑작스런 상상이지만, 언젠가 한 번 그곳에 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기억이 미치지 못하는 아주 오래된 과거의 어느 시간에 이 장소와 모종의 인연을 맺었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아니면 꿈속에서라도 혹시 와 봤던 게 아닐까. 아니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친밀감, 이 완전한 느낌은…… . 그런 생각들을 느슨하게 했다.
(4)"사람이 들어가 쉴 만한 데는 못 돼요. 너구리 같은 산짐승들이 밤이슬을 피하는 데 같습니다." ……(5)"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넓은 공간이 있어요. 임진왜란 때 한 가족이 여기 숨어서 난리를 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을 정도니까."
(1)을 보면 그와 나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이 문장들로 봐서는 '나'가 '그'에게 폐를 끼친 일이 전혀 없으며 도리어 도움을 준 입장이다. 문맥에 드러난 인과관계를 따져 보면 그가 나를 만나서 반가워해야 할 상황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단지 사업에 실패했다는 사실 하나로 그가 나를 외면했다는 점은 설득력이 없다. 그가 나를 외면할 만큼 나에게 켕기는 점을 제시해야만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에서 보면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의무경찰이 암자에 도착했고 그때 스님이 천연 동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그들도 같이 행동했을 텐데 또 '한 소대의 의무 경찰이 올라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라고 중언부언하였으니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군더더기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작가만 알고 독자가 모르는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단이 아닌가.
(3)은 8문단의 일부이며,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8문단에는 동굴 속에 들어간 주인공의 행동 묘사와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의 감정을 좀더 효율적으로 드러내려면 주인공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일인칭 시점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를 '나'로 대입해 보아도 흐름에 무리가 없다. 이 문단을 보면 작가는 어떤 기준에 따라 이 소설의 시점을 전환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4)와(5)의 문장은 우레산 암자 근처에 있는 천연동굴에 대한 스님의 설명이다. 처음엔 사람이 들어가 쉴 데가 못 된다고 했는데 잠시 뒤에는 그 속에 넓은 공간이 있어 한 가족이 숨어서 난리를 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동일한 사물에 대해 일관성 없이 묘사하여 혼란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글의 정확성과 신뢰성까지 떨어뜨렸다.
●주제화
'나는 1년밖에 살지 않을 것이다.'라고 입을 뗀 주인공이 마지막에는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결국 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일으킨 과정을 풀어놓은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독자도 주인공의 심경 변화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는가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작가가 주제화를 위해 얼마나 치밀한 장치를 하였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우선 이 글에서 주제와 관련된 소재들을 3가지로 압축해 낼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횡포를 피해 들어갔던 '뒤주'와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가 잠잘 수 있었던 '동굴'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그 속에서 보내면서도 불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널' 등이다. 이 소재들은 모두 어머니의 자궁을 상징하고 있다. 자궁이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이 되므로 아주 오래 살 것이라는데 충분히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소재라 하겠다.
그러면 이 소재들을 동원하여 주인공이 어떻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회복해 가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심리소설이기 때문에 동굴 안에 들어가 잠을 잔다든지, 널 속에 들어가 생활한다는 이야기에 현실성이 별로 없다. 그러므로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공감해야만 주인공이 어떻게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의 흐름을 요약해 보면, 그는 실직한 후 불면증에 걸리고 자신을 점차 유폐시키게 된다. 그러다 딸이 주선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굴에서 잠을 자는 사건이 일어난다. 목수학교에서 배운 솜씨로 널을 만들며 동굴에 대한 유혹을 지워 냈으나 결국 그 속에 들어가 생활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글의 구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사건이 역행하므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기에 혼동이 왔다. 그리고 어린 시절 뒤주에 들어갔던 이야기로 짜여진 18문단을 14문단과 15문단 사이에 두었더라면 동굴 속에 들어가 잠을 잔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거나 16문단에서 널 속에 들어가게 되는 주인공의 행동을 예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치밀하지 않은 구성 때문에 주제화로 이동해 가는데 허점이 드러난다. 19문단에서 주인공은 널 속에 들어가 새로운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있으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그의 행동은 독자들을 모순에 빠트려 주제가 무엇인지 찾기 어렵게 만든다. 만약 20문단에서 주인공이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가 오래 살 것임을 믿어줄 수 있을까? 작가는 마지막 문장에 나타나 한 마디를 함으로써 이러한 모순과 혼동을 한꺼번에 잠재우지 말고 주제를 암시하는 복선을 드러내기 위해 좀더 치밀하게 구성하였더라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좀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맺음말
이 소설은 간결성이 없는 문장, 시제 표현의 문제점,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 부정확한 어휘 사용, 시점 전환에 따른 인칭 대명사의 혼동, 서툰 대화문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특히 글의 구성이 어수선하여 잘 선별된 소재를 주제화하는 방법이 치밀하지 못해 아쉬웠다. 문학적인 문장이라 할 지라도 정확한 표현을 위해 신중하게 어휘를 선택해야 하며, 문법에 맞는 문장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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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3페이지
  • 등록일2002.02.22
  • 저작시기2002.0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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