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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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삼개월 동안의 아침과 밤자리는 아주 유익하고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도 되었고.
이런 적이 있었다. 내가 아직도 앞부분에서 허덕이고 있던 무렵이었지. 저녁때 기숙사에 돌아와 보니 룸메이트인 경미가 [무소...]를 쪼아 보며 말을 건냈다.
"너 없을때 저 책을 대충 읽었는데, 야, 저런 책 왜 읽냐? 이혼녀의 하소연. 뻔한 내용 아니니?"
"그런가?"
"집에 The Magic of Sex라는 책이 있거든. 그거 가져다 줄까? 데이트 할때 도움이 될껄.?역시 교양서적은 읽어서 피가 되고 살이되는 내용을 읽어야 돼, 나처럼 말이야."
당시에는 그냥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상당히 불쾌했었다. 그래, 어쩌면 내 룸메이트의 행동이 남자스러워진 것은 그때였을 거야. 이제는 더이상 우리들의 잠자리는 조용하지 않으리라.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문예마당 펴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 친구 이야기. 어서 빨리 세상의 중심에 당당히 부딪히고 싶어서 안달을 부리던 혜안, 경혜, 영선. 10년후 '마치 본보기라도 되는 듯 각자의 절망으로 울부 짖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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