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현상’을 통해본 시민운동의 과제, 월드컵, 서포터

목차

1. 스포츠 공화국 국민의 모두 발언

2. Be the Reds

3. 왜 모였을까?

4. 어떻게 읽을 것인가?

5. 무엇을 남겼는가? - 시민운동적 함의

6. 새로운 축제?

본문내용

호응하지 않을까하는 희망섞인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민족적 자긍심'을 경험했다. 비록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그들은 거의 100여년에 가까운 패배적, 방어적 민족주의의 역사를 떨구어내고 민족적자긍심을 경험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우리는 강팀'임을 확인하고, 이제는 선수들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의 패배주의적 습성을 벗어나 자신감 있게 세상과 맞서 싸우자는 주장(딴지일보)을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민족적 자긍심을 대내적인 적대자들에게도 활용한다. 자신들에게 패배주의적, 식민주의적 사고를 강요해왔던 지배세력에게 그들은 이제 민족적 자긍심으로 공격한다. 거리에서 확인되는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과 함께 이 민족적 자긍심이 과거의 것과는 분명 다른 것임에는 확실하다.
물론 이 자긍심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역시 규정될 수 없다. 민족주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국가주의와 접합하여 관제민족주의의 성격을 띨수도 있고, 시민권과 접합하여 사회적 연대를 지향할 수도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부국강병과 경제제국주의적 성격을 가질 수도 있고, 세계화시대에 약소국간의 연대를 지향하고, 다양성의 공존을 지향하는 이념으로 작동할 수 도 있다. 붉은악마현상의 경험이 관제민족주의에 포섭되어 이제는 '경제 4강'의 자원이 될 수도 잊지만,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사회적 연대', '평등'의 자원, 즉 이제는 '복지 4강'의 구호와 연결될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 접합될지 모르는 '정치 4강'의 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지는 앞으로의 의미투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의미투쟁에서 과연 이 민족주의를 버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 700만의 사람들을 불러내고, 그들이 경험한 것이 민족주의라면 그것을 악마로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만약 시민운동 혹은 사회운동이 민족을 등한시할 때, 대중은 관제 민족주의로 급속히 흡수도리 지도 모른다.
민족주의는 시민적 자각을 불러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앞으로 시민운동, 혹은 사회운동은 민족주의에 시민적, 민중적, 개방적 내용을 어떻게 접합할 것인가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한다.
6. 새로운 축제?
나는 붉은악마현상 그 자체가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이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속단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시민운동의 과제는 거리응원에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한 것에서 약간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뿐, 그것이 시민운동의 동력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축제는 끝났다. 지금 붉은 악마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붉은 악마는 축구장으로 되돌아갑니다"라는 팝업창이 뜬다. 그들은 "많은 추억과 성과를 남긴 월드컵은 끝났고, 이제 사회 각계각층에서 월드컵 기간동안 우리가 보여준 에너지를 다른 분화로 파급시키려는 노력을 하고"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붉은 악마의 몫은 아"니고, "우리가 있을 곳은 각 프로리그의 경기장 골대 뒤나 관중석"임을 밝히고 있다. 이제 축제는 끝났고, 그들의 자리인 K-리그로 돌아갔다.
붉은 악마가 주역을 맡았던 올해 6월의 경험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사실은 우리 사회가 너무나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광주에서, 6월항쟁에서, 총선연대에서 알 수 있듯이 활동가들이 모르는 사이에 대중들은 움직였고, 폭발했다. 그래서 아마 다이나믹 코리아는 다음 축제를 예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붉은 악마처럼 꾸준히 그때를 준비한다면, 다음 축제의 마당은 시민운동이 펼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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