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의 시와 희곡

목차

브레히트의 시와 희곡의 특징

본문내용

, 그래서 악인 슈이타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센테의 상황을 주지시킨다.
브레히트는 선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악할 수밖에 없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동시에 타인들에게 비 인간적인 생활을 강요해야 하는 주인공의 역설적인 존재양상은 숙명적 비극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자본주의 사회에 속한 인간의 개관적 모순을 반영시킨다. 사건의 현장 사천을 브레히트는 반쯤 유럽화된 , 인간이 인간에 의해 착취당하는 모든지역을 대표하는 곳으로 표시했다. 이럼한 해명 아니더라도 센테/슈이타의 분열이 자본주의 경제법칙이 야기하는 현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비판의 표적이 무엇인지는 자명한다. 1장에서 담배가게 주인으로 상승하여 소시민이 된 센테는 새로운 사회적 위치가 요구하는 행동양식, 다시 말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경제법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가게를 기반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려는 그녀는 그 기반을 위해 사랑의 계명을 어기며 이웃을 착취하도록 강요받는다. 선행은 그에 앞서 이윤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센테의 강요된 변신을 통해 브레히트는 결국 신들의 계명이 대변하는 시민사회의 이상과 미덕이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음을 폭로한다. "사업이 대체 정의롭고 인간다운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신들의 질문에 그는 이 세상에는 무자비한 사업에 의해서만 그러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천이 상징하는 자본주의 시민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은 이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는바, 브레히트는 이 현상을 신들의 영역과 인간 센테의 영역사이의 괴리를 보여줌으로써,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센테/슈이테의 분열을 형상화함으로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인간애의 실천으로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룩한다는 이상은 브레히트에게는 자본주의 시민사회의 정당성을 보장하고 그 체제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의 일부였다. 『사천의 선인』에서 그는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허위성을 사건 진행에 따라 귀납적, 점층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앞서 플롯의 분석에서 밝혀졌듯이 센테는 선행의 세부적인 덕목으로 이웃사랑, 연인에의 사랑, 모성애를 순차적으로 실현하려 시도하는바, 이처럼 인간애의 폭이 축소되는 데 반해 그 실현을 위해 그녀가 입는 피해는 증가하며, 슈이타의 가면 아래 동원해야 하는 악행도 확대되고 잔인해진다. '선행의 근원인 가게를 구하기 위해 그녀는 식객들을 경찰에 넘겨주고 목수의 임금을 5분의 1로 깎아내리는 데 그치지만, 애인 양순을 사랑하고 돕기위해서는 노부부의 생존을 파괴하고 빈민들의 희망인 가게마저 잃게 된 위험에 빠진다. 모성애의 단계에서 그녀는 완전히 개인생활의 영역으로 후퇴하여 공적인 생활은 악한 분신 슈이타에게 맡기고 만다. 선인 센테는 이제 나타날 수 없고, 자본주로 상승한 그녀의 분신이 양순과 더불어 천민에게는 충분히 양호하지만 담배를 위해서는 충분히 양호하지 못한 작업장에서 빈민들을 혹사하기에 이른다. 한때 센테으 구제 대상이엇던 사람들이 이제 그녀와 자자손손 그녀 후손들의 소유가 될 기업체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크노프의 해석대로 센테/슈이타의 지위 상승과 인간애의 점진적 상실은 비행사 양순의 발전과정과 함께 20세기 기술의 시대, 시민사회 인간의 발전단계를 상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변증법적 구조에 초점을 맞출 경우, 주인공의 행위는 브레히트 특유의 귀납적, 점층적인 이데올로기 비판의 대표적인 예이며, 동시에 실험을 연상케 하는 구조로 보아 이 작품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예술에 도입하려한 작가의 의도를 잘 반영한다. 하겠다.
참고문헌 : 『독일문학 작품의 해석』민음사 1988
『브레히트 시선』김광규 1987

키워드

브레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