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인간묘사
2. 자연묘사
3. 감각적인 문체
4. 무엇을 노래하는가
5. 맺음말
2. 자연묘사
3. 감각적인 문체
4. 무엇을 노래하는가
5. 맺음말
본문내용
호로 남해안 발포진에 부임한 이순신의 눈에 비친 어촌의 풍경은 스산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갯가였지만 낡은 고기잡이배 두어 척이 뻘 밭에 처박혀있을 뿐, 밭농사로 연명하는 백성들은 야위어서 눈이 커 보였다. 다만 물과 뻘과 하늘뿐이어서, 사직의 그림자는 자취도 없었다. 거기는 아무의 나라도 아닌 것처럼 차고 스산했다. 백성들은 가렴주구의 혈세를 소잔등의 짐처럼 짊어지고 낮게 엎드려 있었다." (제1권 144쪽)
종묘사직만을 생각하는 초라한 임금 선조와 백성들의 고통과 아픈 내면을 보듬고 있는 인간 이순신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 어려웠다. 선조가 명군제독 진린을 남루하게 환송하는 장면은 이순신이 진린과의 술자리 후 구토하는 장면과 또렷하게 겹친다. 그리하여 이순신은 임금의 칼을 받고 죽을 수 없었고, 그런 죽음을 끝까지 거부한다. 그는 무인으로서의 죽음, 즉 적의 손에 이끌리는 죽음을 간절하게 바란다.
<칼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이순신이 죽음의 형식과 죽을 자리와 죽을 시기를 찾아 헤매는지를 끈질기게 보여준다. 노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은 생각한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적이 물러가 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 (제2권, 106-107쪽)
그렇게 이순신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맺음말
작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칼과 거기에 내재된 천하포무(天下布武)의 의미와 그가 남긴 절명시를 서술하면서 이순신의 칼과 검명(劍名)을 대비한다.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이제 그의 칼은 거기 새겨진 문자 장식 그대로 제 소명을 다하고 조용히 걸려있다. 김훈은 바로 거기서 오래도록 울려 퍼지는 장엄한 '칼의 노래'를 들은 것이다.
<칼의 노래>에서 작가는 자연을 인간과 나란히 세워 묘사하며, 양자 사이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중첩적인 사유 가능성을 제시한다. 간결하고 명쾌하며 묵직한 이순신과 장황하며 흐리되 부박한 임금을 대비하며, 화려하고 장려한 도요토미의 꿈과 임종시를 이순신의 소박하되 견결한 검명을 마주 보이도록 견준다.
작가는 비슷한 표현을 고집스럽게 자주 반복하는데, 이것은 그의 문체 특징 가운데 하나를 형성한다. 그의 허다한 반복의 요체는 감각에 있으며, 그 감각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정확하게 찔러감으로써 삶의 내밀한 본령을 독서하도록 인도한다. <칼의 노래>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장 이순신의 '식은땀'은 이런 감각의 결정체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칼의 노래>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작가의 허무와 허적과 도피는 이순신과 그의 칼이 뿜어내는 쓸쓸함과 우울과 깊은 한숨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러는 달관한 듯, 더러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작가의 목소리는 허공을 떠도는 죽음의 망령처럼 스산하다. 그곳으로부터 살아있는 이곳, 현세간으로 돌아오는 길은 온전히 우리 독자들의 몫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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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였지만 낡은 고기잡이배 두어 척이 뻘 밭에 처박혀있을 뿐, 밭농사로 연명하는 백성들은 야위어서 눈이 커 보였다. 다만 물과 뻘과 하늘뿐이어서, 사직의 그림자는 자취도 없었다. 거기는 아무의 나라도 아닌 것처럼 차고 스산했다. 백성들은 가렴주구의 혈세를 소잔등의 짐처럼 짊어지고 낮게 엎드려 있었다." (제1권 144쪽)
종묘사직만을 생각하는 초라한 임금 선조와 백성들의 고통과 아픈 내면을 보듬고 있는 인간 이순신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 어려웠다. 선조가 명군제독 진린을 남루하게 환송하는 장면은 이순신이 진린과의 술자리 후 구토하는 장면과 또렷하게 겹친다. 그리하여 이순신은 임금의 칼을 받고 죽을 수 없었고, 그런 죽음을 끝까지 거부한다. 그는 무인으로서의 죽음, 즉 적의 손에 이끌리는 죽음을 간절하게 바란다.
<칼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이순신이 죽음의 형식과 죽을 자리와 죽을 시기를 찾아 헤매는지를 끈질기게 보여준다. 노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은 생각한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적이 물러가 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 (제2권, 106-107쪽)
그렇게 이순신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맺음말
작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칼과 거기에 내재된 천하포무(天下布武)의 의미와 그가 남긴 절명시를 서술하면서 이순신의 칼과 검명(劍名)을 대비한다.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이제 그의 칼은 거기 새겨진 문자 장식 그대로 제 소명을 다하고 조용히 걸려있다. 김훈은 바로 거기서 오래도록 울려 퍼지는 장엄한 '칼의 노래'를 들은 것이다.
<칼의 노래>에서 작가는 자연을 인간과 나란히 세워 묘사하며, 양자 사이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중첩적인 사유 가능성을 제시한다. 간결하고 명쾌하며 묵직한 이순신과 장황하며 흐리되 부박한 임금을 대비하며, 화려하고 장려한 도요토미의 꿈과 임종시를 이순신의 소박하되 견결한 검명을 마주 보이도록 견준다.
작가는 비슷한 표현을 고집스럽게 자주 반복하는데, 이것은 그의 문체 특징 가운데 하나를 형성한다. 그의 허다한 반복의 요체는 감각에 있으며, 그 감각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정확하게 찔러감으로써 삶의 내밀한 본령을 독서하도록 인도한다. <칼의 노래>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장 이순신의 '식은땀'은 이런 감각의 결정체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칼의 노래>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작가의 허무와 허적과 도피는 이순신과 그의 칼이 뿜어내는 쓸쓸함과 우울과 깊은 한숨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러는 달관한 듯, 더러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작가의 목소리는 허공을 떠도는 죽음의 망령처럼 스산하다. 그곳으로부터 살아있는 이곳, 현세간으로 돌아오는 길은 온전히 우리 독자들의 몫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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