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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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열린사회와 그 적들

열린사회와 그 적들 감상문

본문내용

나이다. 이 혁명은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에서 비롯되어 기본 신념인 이성과 자유 및 박애의 사상이 싹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포퍼에 의하면 우리가 서구 문화의 기원을 고대에서 찾는 이유는 고대가 우리를 위해 아직도 시작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대한 혁명, 즉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의 이행은 사회제도가 인간들에게 절대적으로 부과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으로서 인식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변경시키는 문제가 유용성의 각도에서 검토되기 시작되었을 때 비로소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의 이행은 기술과 상업의 발달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열린사회로의 이행이 기술의 발달만으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열린사회로 향한 효과적인 행위는 이성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포퍼는 몇 번이고 강조한다. 즉 우리의 행위가 비판과 논증의 기초 위에서 결정되어야만 한다. 이성은 사람들이 의견을 달리 할 때, 그들로 하여금 상호의 잘못을 발견케 함으로써 일치에 도달시킨다. 왜냐하면 이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전제들을 검증해 볼 수 있게 하고,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하고, 그들의 노력을 상호 협조하게 하기 때문이다. 합리주의란 비판적 태도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태도이자 경험으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태도이다. 그러므로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대립은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의 대립으로도 표현될 수 있으며 두 주장의 대립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할 최대의 지적 과제이기도 하다. 합리주의는 점진적 사회공학과 같은 정치적 요구와 연결되며, 사회의 합리화를 위한 요구, 즉 자유를 위한 계획과 이성에 의한 사회 재배의 요구와 결합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열린사회로 향한 우리의 길은 우리의 이성을 얼마나 참된 삶의 안내자로 간주하는가에 달려 있다. Ibid., pp.290～293
포퍼의 열린사회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유의 가치와 인간이 지닌 비판적 힘의 가치를 제시해 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열린사회에는 문제점도 있는데 바로 점진주의 이념이다. 유토피아에 반대해 점진적인 사회공학을 주장하면서 합법적 개혁이나 소득의 균등화 등을 내세우지만 이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게 보인다. 또한 포퍼의 열린사회의 이념이 실제로 모든 사회에 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헤겔과 마르크스 등의 역사주의에 대한 비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포퍼의 의견에도 이러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포퍼는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하나였다. 이는 무엇보다도 그가 어떤 확실한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 금세기의 급진적인 철학적 비판과 과학의 진보에 대한 순진한 믿음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던 것에 기인한다. 회의와 과학에 대한 낙관주의는 그에게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계몽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과학의 지도적 인물이 되었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한때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사회주의운동에 참여했던 포퍼가 나치즘과 파시즘, 러시아혁명 등을 목격한 뒤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끼고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대변자로 변화하면서 내놓은 결과물로서, 포퍼가 20세기 철학사에서 비판적 합리주의의 대표로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명저로 평가받는다.
*참고문헌*
칼 포퍼/이한구 옮김, 열린사회와 그 적들ⅠⅡ, 민음사, 1982
황장엽, 마르크스주의와 인간중심 철학Ⅱ 사회역사관, 시대정신, 2001
김동일, 사회사상사, 문음사, 1999
에드문드 야코비/안성찬 옮김, 클라시커50 철학가, 해냄, 2002
헤겔/전원배 역, 논리학, 서문당,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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