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운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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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고전소설] 운영전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끗이 하고 예를 올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이 어쩔 수 없이 나가 잠깐 몸을 물에 담그고 들어와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 기도했습니다.
“진사는 오늘 빨리 죽고 운영은 내일 다시 살아나 내 아내가 되게 해 주세요.”
사흘 밤낮 동안 빈 소원이 다만 이것일 뿐이었습니다. 특이 돌아와 내게 말했습니다.
“운영 각시가 살아날 방도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제사 올리던 밤에 운영 각시가 쇤네의 꿈에 나타나서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려 주니 감격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절하고 또 울었습니다. 그 절의 중들도 모두 이런 꿈을 꾸었답니다.”
나는 이 말을 믿고 실성하여 통곡했습니다.
그때는 마침 홰나무 꽃이 노랗게 피는 시절 홰나무 꽃이 노랗게 피는 시절: 과거시험이 있는 음력 7월을 가리킨다.
이었습니다. 과거를 볼 생각은 없었으나 공부를 핑계삼아 청량사에 올라갔습니다. 며칠을 묵으며 특이란 놈이 한 짓을 자세히 듣게 되었습니다. 분을 이기지 못했으나 특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목욕재계하고나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두 번 절하고 세 번 머리를 조아린 뒤 향을 살라 합장하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운영이 죽을 당시 했던 약속이 너무도 서글퍼 차마 저버릴 수 없었나이다. 그래서 특이라는 종놈으로 하여금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리게 하여 명복을 빌려 했었습니다. 그랬건만 지금 이 종놈이 부처님께 빌던 말을 들으니 패악이 극심하여 운영의 마지막 소원마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감히 다시 비나이다. 부처님, 운영을 다시 살아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 운영을 저의 배필로 맺어 주십시오. 부처님, 운영과 제가 다음 생에서는 이같은 원통함을 면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 특이란 종놈의 목숨을 끊고 쇠로 만든 칼을 씌워 지옥에 가두어 주십시오. 부처님, 특이란 놈을 삶아 개에게 던져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이렇게 해 주신다면 운영은 12층 금탑을 세우고 저는 큰 절을 세 곳에 세워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 백 번 절하며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나왔습니다.
이레 뒤에 특이 우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 뒤로 나는 세상사에 뜻이 없어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조용한 방에 누웠습니다. 나흘 동안 먹지 않다가 한 번 장탄식을 하고는 마침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적기를 마치고 붓을 놓았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슬피 울기를 그치지 못했다. 유영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두 분이 다시 만나셨으니 소원을 이룬 셈이요, 원수같은 종놈이 이미 죽었으니 분이 풀렸을 터인데, 어찌 그리도 하염없이 비통해 하십니까? 다시 인간 세상에 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 하시는 겁니까?”
김진사가 눈물을 거두고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원한을 품고 죽었기에 염라대왕은 우리가 죄 없이 죽은 것을 가련히 여겨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하의 즐거움도 인간 세계보다 덜하지 않거늘 하물며 천상의 즐거움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때문에 우리는 인간 세계에 태어나기를 소망하지 않았어요. 다만 오늘밤 서글퍼하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대군이 몰락하여 궁궐에 주인이 없어지자 새들은 슬피 울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졌으니 이것만 해도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게다가 새로 전쟁 전쟁: 임진왜란을 말한다.
을 겪은 뒤 화려하던 집은 잿더미가 되고 고운 담장은 무너져내려 오직 섬돌의 꽃과 뜨락의 풀만 우거져 있습니다. 봄빛은 예전 모습 그대로이거늘 사람 일은 이처럼 바뀌었으니 이곳에 다시 와 지난날을 추억하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유영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들 모두 천상에 계신 분들인가요?”
김진사가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은 본래 천상의 신선으로, 오랫동안 옥황상제를 곁에서 모시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상제께서 태청궁(太淸宮) 태청궁(太淸宮): 도교에서 옥황상제가 산다고 하는 궁궐 이름.
에 납시어 내게 동산의 과실을 따오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나는 반도(蟠桃)와 경실(瓊實)과 금련자(金蓮子) 반도(蟠桃)와 경실(瓊實)과 금련자(金蓮子): ‘반도’는 3천 년에 한 번 열매 맺는다는 신선 세계의 복숭아. ‘경실’과 ‘금련자’ 역시 신선 세계에 나는 과일의 일종.
를 많이 따서 사사로이 운영에게 몇 개를 주었다가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속세로 유배가서 인간 세상의 고통을 두루 겪게 하는 벌을 받았지요. 이제는 옥황상제께서 죄를 용서하셔서 다시 삼청에 올라 상제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때때로 회오리바람 수레를 타고 내려와 속세에서 예전에 노닐던 곳을 찾아다니곤 한답니다.”
이윽고 눈물을 뿌리며 유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바닷물이 마르고 바위가 문드러져도 가슴 속 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요 천지가 다해도 품은 한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밤 그대와 만나 이렇게 회포를 풀었으니 전생의 인연이 없더라면 어찌 이런 일이 있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선생은 저희가 쓴 글을 수습하시어 영원히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경망스런 입에 헛되이 전해져 우스갯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 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김진사가 취하여 운영에게 몸을 기대며 절구 한 편을 읊었다.
궁중에 꽃 지고 제비 나는데花落宮中燕雀飛,
봄빛은 옛과 같되 주인은 간 데 없네.春光依舊主人非.
한밤의 달빛 서늘도 하여中宵月色凉如許,
가녀린 버들가지는 안개로 깃털옷 입었네.細柳輕烟翠羽衣.
운영이 이어서 읊조렸다.
옛 궁궐의 버들에 새봄 깃드는데故宮花柳帶新春,
천 년 호사 헛된 꿈이 되었네.千載豪華入夢頻.
오늘밤 놀러와 옛 자취 찾노니今夕來遊尋舊跡,
금할 길 없이 흐르는 눈물.不禁珠淚自沾巾.
유영이 취하여 깜빡 잠이 들었다. 잠시 뒤 산새 울음소리에 깨어 보니 구름 안개가 땅에 가득하고 새벽빛이 어둑어둑하며 사방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다만 김진사가 기록한 책 한 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유영은 서글프고 하릴없어 책을 소매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자 속에 간직해 두고 때때로 열어 보며 망연자실해 하더니 침식을 모두 폐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 명산을 두루 유람하였는데, 그 뒤로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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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32페이지
  • 등록일2006.07.29
  • 저작시기2005.10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317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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