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의 세계 - 김용택, 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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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1세기의 농민시

●김용택

●고재종

본문내용

그배꽃이거나
새보얀 꽃그늘 강물에 어룽대던가
섬진강 상류 압록물에
달빛은 욜랑욜랑, 바람은 살랑살랑
너와 난 마냥 설레었던가
그랬던가, 어느 순간
강물은 마냥 은빛으로 술렁이던가
그것이 물너울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은어 떼 돌아오는
은어 떼 돌아와선 짝짓기하는
그 번뜩이는 번뜩이는 뒤설렘이었다니!
아, 아득해져서
너와 나 고개 들어 바라보는 산은
반야봉이던가 왕시루봉 줄기던가
이것들이 죄 말해질 수 없는 것이어서
너와 난, 너도 아니게 나도 아니게
무량무량 젖어들던 것만 확실한 뿐,
그날 밤 그렇게 그렇게
밤꿩 소리까지 뒤흔드는 한숨결 속에
그처럼 시리게 시리게
은어 떼는 돌아오긴 돌아온 것인가
고재종, 「은어 떼가 돌아올 때」전문,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 시학사, 2001, 14~15쪽
시간이 지나자 고재종의 시에도 변화가 생긴다. 시인은 시집『새벽 들』에서는 농업에 직접 참여해 맨손으로 투쟁하는 ‘젊은 농민 후계자’의 모습을 띄고 있었는데, 어느새 ‘남겨진 자’ 중의 한 명이 되어 있었다. 이는 물론 시인의 연륜이 더해져서이기도 하지만, 더욱더 심각해진 농촌의 해체를 엿볼 수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이 외적 현실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중시 계열의 농촌시나 생태시를 써오면서 사라진 줄 알았던 청년기의 실존 의식이 되살아났다 2004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라는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시세계는 계속적인 진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깬 소주병을 긋고 싶은 밤들이었다 겁도 없이
돋는 별들의 벌판을 그는 혼자 걸었다 밤이 지나면
더 이상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은 날들이었다
풀잎 끝마다 맺히는 새벽 이슬은 불면이 짜낸 진액
같았다 해도 해도 또다시 안달하는 성기능항진증
환자처럼 대책 없는 생의 과잉은 끝이 없었다
견딜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 어쩌다 만난
수수모감처럼 그에겐 고개 숙이고 싶은 푸른 하늘이
없었다 아무도 몰래 끌려가서 아무도 몰래
들짐승들이 유린한 꽃의 비명을 들을 수도 없었다
죄의 눈물이 굳어서 벌판의 돌이 되고 그 돌들이
그를 처음 보고 놀라서 산맥이 될지라도
오직 해석만이 있고 원문은 알 수 없는 생을 읽고자
운명을 유기해도 좋았다 운명에겐 모욕이었겠지만
미물 짐승에게라도 밥그릇을 주었다가 빼앗지는 말아야
했다 빼앗은 그릇에 모래를 채우는 세상이거나
애인을 만나러 갔다가 때마침 도둑을 맞은
애인 집에서 되레 도둑으로 몰린 사랑의 경우처럼
도대체 아니 되는 그 고통의 독재를 안고 넘으며
그에겐 인간만 남았다 자신의 불행을 춤으로 추었던
조르바처럼 한 번이라도 춤을 추지 않는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도 되는 것 같아 춤을 멈추지 않는
사람처럼, 벌판의 황량경이 삭풍에 쓸리는 나날을 불러
그는 홀로움의 신전에 향촉을 피웠다 그처럼
무장무장 단순한 인간만 남아 보리수 아래서 울었다
고재종, 「독학자」전문, 『2005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문예중앙, 2005, 28~29쪽
고재종의 최근 작품은 그의 초기작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근래 시인은 지속적인 내면의 감상을 표현한 산문시를 주로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고재종이 농민시를 완전히 ‘졸업’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실험만을 계속한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오히려 고재종의 시가 젊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 근작에서 나타나는 젊은 감각에 연륜 있는 성찰이 더해진 모습이 지속된다면 그의 시는 현재의 독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나는 고재종이야말로 21세기의 농민시에 부합하는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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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8.12.29
  • 저작시기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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