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시속의 삶과 의식<<책속의 신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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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신위(申緯)의 시와 문인적(文人的) 자부(自負)

1) 삶과 의식

2) 시에 나타난 문인적 자부

가. ‘유소입두(由蘇入杜)’

나. 시서화(詩書畵)와 교유

다. 실증적 태도와 문화적 자존심

라. 선적(禪的) 깨우침과 담담한 흥취

본문내용

해서
점점이 물들인 붉고 누렇고 푸른 가을 풍경이구나.
천리 가야 할 길이 이제부터 험해지려고 하는데
서쪽 나루 다리 아래에서 가는 배를 찾는구나.
征路悠悠。歷遍東來六七州。山近金剛皆佛氣。天橫鐵嶺始邊愁。依水墨丹靑畵。點染紅黃紫綠秋。千里修程方試險。西津橋下行舟
(申緯全集4, 1796쪽)
이 시는 그가 70살(1838) 가을에 고희를 맞아 여섯 달의 말미를 얻어 둘째 아들 명연(命衍)이 수령으로 있는 함경도 홍원으로 유람을 떠나 강원도 회양을 지나면서 지은 칠언율시로 <북유소초(北遊小草)>에 실려 있다. 여행하며 보고 느낀 바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산천의 아름다움을 회화적 안목으로 잔잔하게 재현해 놓고 있다. 수련은 서울에서 회양까지 수레 타고 온 여정을 사실대로 서술한 것이고, 함련은 금강산에 가까워질수록 기묘해지는 산세와 철령을 넘어 변방으로 가는 긴장된 분위기를 주관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경련에는 산천의 풍경을 수묵에 채색을 곁들인 그림으로 그려보였는데, 시 속에다 그림을 그리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로써도 그가 시서화의 삼절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련에는 철령을 넘어 함경도로 가려면 길은 험해지는데 각질이 있는 늙은이에게 수레를 타고 간다지만 어려운 길이다. 그래서 다리 아래에서 배를 찾아보지만 회양에서 함경도로 가는 물길은 없다. 이렇게 자신의 우활한 현실감각을 그대로 드러내 놓았다. 이 시는 기행한 사실과 산천의 풍경을 그려놓았는데, 사물을 조용히 관찰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거기에 담담한 흥취를 담았다고 하겠다.
墨農 李裕元의 ‘달밤’에 차운한 절구 다섯 수
(次韻墨農月夕 五絶句)
비 그친 하늘에 달이 떴고 은하수는 書樓에 떨어질 듯하다.
가을밤은 물처럼 서늘하여 잠 못 들어도 愁心은 아니네.
임술년 칠월 적벽에서 논 東坡는 만고의 풍류를 다했지만
해마다 碧蘆舫의 나는 타향의 赤壁舟를 부러워하지 않네.
좋은 밤에 좋은 손만 오랴, 달에게 술잔 들고 마음 터놓네.
내 늙어 시상 없더니 한 잔 술로 순식간에 시를 이루네.
고요한 밤 빈 서재에 누우니 조각달이 찾아와 비추고
달빛은 땅에 가득 물처럼 맑고 이따금 반딧불이 흐르네.
발 늘인 방에 서늘한 밤, 눈 같은 갈꽃, 서리 같은 달빛
내가 仙界에 이르렀는가, 누운 자리 때때로 桂子香이 나네.
素月當空過雨收。明河欲墮入書樓。新秋夜色凉如水。人自無眠不是愁。
壬戌之遊七月秋。仙萬古劇風流。年年我有碧蘆舫。不羈鄕赤壁舟。
豈必良宵好客來。停盃與月對襟開。吾衰甚矣無詩思。驀地詩成酒是媒。
舫齋遙夜空。片月尋人自放輝。滿地澄明如積水。碧蘆時見一螢流。
舫閤鉤簾夜色凉。蘆花如雪月如霜。是身自訝天階近。處時聞桂子香。
(申緯全集4, 1883-5쪽)
그가 72살(1840) 경자년 7월에 장방(長坊) 집 서재인 벽로방(碧蘆舫)에서 시서(詩書)의 제자인 묵농(墨農) 이유원(李裕元)의 시에 차운한 작품이다. 가을 달밤의 서늘하고 맑은 정취와 소동파의 풍류에다 자신을 대비하면서 맑고 잔잔한 감흥을 표현하고 있다. 첫 수에서 벽로방 서재에서 느끼는 맑고 서늘한 가을 달밤의 정취를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하였다. 둘째 수에서는 소동파가 송나라 원풍(元豊) 임술년(1082) 7월에 적벽에서 노닌 일을 생각하고 자신이 지금 느끼는 정취가 그에 못지않다고 했다. 셋째 수에는 이런 좋은 밤에 어울리는 좋은 손님이 없어도 달에게 한 잔 술을 권하면서 시를 짓는 풍류를 즐긴다고 했는데, 이는 계절은 다르나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李白, 李太白詩集 冊二, 卷23, 臺北 中華書局, 1970, 3쪽.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凌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처음 네 구의 풍류와 유사하다. 넷째 수는 맑은 가을 달밤의 침잠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다섯째 수는 서재의 갈꽃과 달을 눈과 서리에 비유하여 한층 맑고 서늘한 운치를 돋우어서 마치 자신이 신선의 세계에 이른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가을 달밤에 느끼는 담담한 흥취를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이상에서 살핀 대로 그는 일생 동안 동파를 사모하여 불교적 취향을 지녀서 선적인 깨우침을 드러내는 작품이 더러 있다. 그리고 송시의 영향과 사실성을 중시하던 당대의 풍조를 반영하여 그의 시에도 사실성과 회화적 기교를 보여주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또한 그가 지향했던 ‘유소입두(由蘇入杜)’ 곧 송시를 거쳐서 도달한 당시의 경지라고 할 만한, 담담하면서도 은은한 흥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그의 시가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위는 4천여수의 많은 시를 남긴 조선후기 순조-헌종 때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는 일생동안 송시를 연마하여 당시의 경지에 올라서려 하였고, 시서화에서 각각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고증학적 태도와 문화적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으며, 불교를 애호하여 그의 시에는 선적 깨우침과 담담한 흥취가 드러나고 있다. 그는 순탄치 않은 벼슬길보다는 시에 정진하여 당대는 물론 조선 500년을 대표할 만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앞에서 논의한 바를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옹방강의 감화를 입어 ‘유소입두(由蘇入杜)’를 표방하고 소동파의 시를 배움으로써 당시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소동파의 시를 일생토록 연마하였다.
둘째, 그는 시서화를 통하여 당대의 국내외 명사들과 교유하여 당대 최고의 예술적 경지에 올랐으며 그들과 돈독한 정의를 쌓았다.
셋째, 그는 시를 통하여 실증적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시도 중국시의 정수를 소화하여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문화적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넷째, 그의 시에는 선적인 깨우침과,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경향, 그리고 담담하면서도 은은한 흥취를 드러내는 작품들이 있고, 이는 그의 시가 이룬 성과라 할 만하다.
끝으로 송시풍의 시와 당시풍의 시를 아우름으로써 사실적이고 이지적인 경향으로 나아가던 조선 후기의 시적 경향을 변화시키려고 한 점에 그의 한국 한시사적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체득한 경지가 송시였고, 그가 추구한 변화의 지향점이 조선시의 창조적 개성보다는 두시를 중심으로 한 당시였다는 점이 그 한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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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0.12.18
  • 저작시기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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