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 발제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안 움직인다」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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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작가 장정일 발제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안 움직인다」를 중심으로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1. 장정일의 생애

2. 작품세계

1) 전통적인 시 형식 탈피
2) 기독교적인 상상력

3. 작품감상

4. 참고자료

본문내용

까?
우리 있을 데가 없다.
다 썼다. 3연의 시.
나는 그것을 읽어본다. 엉망이구나.
한숨을 쉰다. 이렇게 어려운 시.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며, 한평생
사는 것이 내 꿈이었다니! 나는
방금 쓴 3연의 시를 찢는다. 커피를 한
잔 끓여 마신다. 생각이 이어졌다. 유년시절에
계집애들이 하던 고무줄 놀이가 아닐까, 시 같은
것은. 점점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것. 자꾸
고무줄 높이를 높이면서 고통을 즐기는 것,
고통을 즐기는 것! 이 밤 기어이,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쓰고야 말겠다. 나는 무섭도록 새하얀
종이를 끼운다. 다시 쓴다.
풀이 우거진 자리에
한 무전여행가가 검은 슈트케이스를 든 채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늬엿늬엿 해가 지고 있었지만
택시는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여행가가 쉽게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았다.
여기까지 쓰자 아침이 밝고, 나는 세수를 하러 일어선다.
하룻밤 꿈을 꾼 듯. 밤샘한 어제가
어릿하다. 더운물에 찬물을 알맞게
섞는다. 생각이 떠올랐다.
물과 물이 섞인 자리같이
꿈과 삶이 섞인 자리는, 표시도 없구나!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길안 - 안동 근교의 면 소재지
*
A4 다섯 페이지에 달하는 시이지만 읽으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작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시였기 때문에 창작을 하는 학생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를 쓰다 드는 잡생각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는 화자의 꾸밈없는 사고를 따라가다보니 누군가의 시 쓰기를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 즐거웠다. 무엇보다 시를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형식이 신선했다. 화자는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더 매끄럽게, 구체적인 풍경묘사가 들어가게, 비약이 심하지 않게, 테크놀러지와 자연에 관한 갈등이 드러나도록 시를 쓰고자 하는데, 이 시가 수정과정에서 더욱 세련되어짐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흡입력있고도 독특한 연 배치 덕분에 독자가 더 작품에 참여할 여지가 생기는 것 같다. 토막토막 끊어진 행도 의문스러웠다. 장정일 교수님이 전통적인 시의 형식을 탈피한 작품을 많이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시 역시 그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시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시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시작과정이 그대로 시가 된다는 점에서 오규원의 ‘안락의자’가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오규원의 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더 솔직하고 쉽게 쓰여진 느낌이랄까. 화자는 테크놀러지와 자연의 갈등을 주제로 한 시를 쓰다 밤을 새고 계속 쓸 것이라 다짐하지만 나는 화자의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미 성공적으로 전해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안 움직인다
길을 걷다가 돌이 된 아주머니를 본다
팔월은 태양보다 뜨거운데
풍경이 지루하고 짜증스레 멈춘 것을 본다
불그락 푸르락 한 영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은 대구시 지정 벽보판 앞에
꼼짝 않고 멈추어 선 아주머니
물컹한 보따리를 가슴에 안은 모습과
초록색 포대기에 고개 처박고 늘어지게 자는 아이가
거칠고도 사실적인 빈곤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모든 것이 불려 왔다
가로수와 부서진 벽돌담, 담배꽁초
그리고 멀리 보이는 앞산마저
이 벽보판이 호명해 온 것 같다
한번 불리어 온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
태양도 벽보판 앞에 불려 와 움직이지 못한다
날카로운 바늘이 모든 이름의 등을 찌르고
채집 상자 속의 곤충처럼
이 앞에 모아놓았다. 여기서는 냄새가
난다 세계가 썩는 냄새가
끈질기고 집요하게 벽보판은 보여준다
엎드리고
벌려대고
나신으로 말을 탄 채 달리는
여배우를 그리고
배신, 고독, 욕정, 비련 같은 단어가
비스듬히 보인다 어쩌면 그런 비루한 낱말들이
우리를 이 지상에 묶어두는지도 알 수 없이
변두리 버스 정류소 앞에
낙타같이 서 있는 아주머니
등짝이 불룩하게 아이를 짊어진 아주머니
포대기에 묻힌 아이의 번질한 대머리는 주욱
뒤로 늘어지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사막인가?
넓고 환하고 전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우유에서 지방분을 뺀 이 풍경은
생에서 공포가 제거된 다음의 짜증스런 세월을
보여준다 짧은 목을 세우고
수면의 껍질에 쌓인 아이가 깨어나 칭얼거릴 때
멀리 버스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버스 소리에
태아가 놀란 것도 같이, 아무것도 아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일순간, 그러나
아주머니의 어깨가 흔들리고 휙
벽보로부터 등을 돌린 후 물찬 제비같이
버스에 올라버린다. 아지런거리는 먼지 맛이
텁텁하다 나는 훅 숨을
들여 마셨다 먼지가 가라앉을 때
그리고 어질해졌다.
움직인 것이 없다 모두에게
한순간 멈추고 움직이는 일이 당연한 것
풍경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벽보는 안 움직인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짜증스레 나는
살아 있다
*
화자는 거칠고도 사실적인 빈곤을 보며 연민이 아닌 짜증을 느낀다. 움직이지 않는 빈곤의 냄새, 그 변함없음은 ‘썩는 냄새’를 풍기고 그것은 화자로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화자는 말한다. 배신, 고독, 욕정, 비련 같은 비루한 낱말들이 우리를 지상에 묶어두는 거라고. 결국은 그 비루한 것들이 ‘채집 상자 속에 곤충’처럼 우리를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일까. 모든 것은 움직여야 정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공포스럽다. 시 속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주머니가 텁텁한 먼지를 내고 사라졌지만 화자는 모두 움직인 것이 없다고 말한다. 풍경도, 벽보도. 화자에게 중요한 건 짜증스레 자신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화자의 자기모멸은 움직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모멸도 내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화자가 살아있음으로 인한 짜증은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들에 대한 짜증인 것이다. ‘우유에서 지방분을 뺀 이 풍경이 생에서 공포가 제거된 다음의 짜증스런 세월을 보여준다’고 했듯, 유동성 없는 화자와 타인, 그리고 세계는 공포스럽지만, 그 공포가 제거된 후 남는 것은 짜증뿐이다.
4. 참고자료
김준오,「타락한 글쓰기, 시인의 모순 - 장정일의 시세계」,『작가세계』, 1997. 봄.
전재형,『장정일 시 연구』, 한남대학교 일반대학원, 2008.
이명찬,『길안에서의 낙원 찾기』아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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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1.06.19
  • 저작시기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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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68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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