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고은의 시세계와 「만인보」 - 고은의 시세계 개관 및 만인보의 창작 동기와 문학사적 의의

소개글

[국어교육]고은의 시세계와 「만인보」 - 고은의 시세계 개관 및 만인보의 창작 동기와 문학사적 의의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1. 고은의 시세계 개관

2. 만인보의 창작 동기와 문학사적 의의

본문내용

만들지 않았다. 만인보에 앞서 발간된 한 시집에서 고은은 다음과 같이 만인보의 의의를 예견하고 있다.
비석 없는 무덤은 거룩하다/ 거룩하다는 것은 왕릉이 아니다/ 용인땅 명당이 아니다/ 비석 없는 무덤은/ 무덤이 아니라/ 우리 모두 다 모였다 헤어진/ 만인의 따뜻한 울음이다/ 밤하늘 기러기 반겨주는 만인의 잠이다/ 비석 없는 무덤은/ 수많은 무덤은/ 만인의 꿈이다 정치이다
― 고은 비석 부분(조국의 별(1984)).
비석이 없는 수많은 무덤에 비석을 세우듯 시 속에 수천의 삶을 담아내는 역할을 고은은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이미 ‘비석’을 가진 이들이 시적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만인보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비석 없는 무덤’과 나란히 놓임으로써 평범하다 못해 때로는 모자라기까지 한 이들을 역사 속 주인공으로 당당히 세우는 시적 장치로 기능한다.
우리 문화에서 ‘만(萬)’이란 숫자는 매우 많음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며 ‘만인(萬人)’이란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인보가 정확히 10,000명의 사람들을 다루지 않았더라도 연작 속의 인물들이 총체성을 띤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작은 규모로 집필을 했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실제로 만인보를 읽어나가다 보면 엇비슷한 일화(episode)들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집단적 역사성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서사시의 일반적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는 백두산에서도 고은은 같은 장르의 다른 서사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을 만들어내고 주인공인 김투만 일가뿐 아니라 수많은 독립군과 투사, 또한 친일세력에게도 각각의 서사를 부여했다. 상이한 인물들이 때로는 화해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정의롭지 않은 세력이 역사의 중심에서 권력을 휘두르면서 선량한 이들의 생존에 대한 소박한 의지마저 위협받는 파국이 빚어지기도 하는 현실을 보다 사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 시인은 양적 규모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양에 대한 부담이 만인보의 개별 시편들이 질적으로 고른 성취를 보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독자 입장에서는 내적인 밀도를 높이기 위해 외적인 규모를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은은 만인보를 통해 시가 역사와 소통하는 방식, 시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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