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서론
Ⅱ. 컴퓨터 게임의 서사재현 방식
Ⅲ. 독자의 서사 구성 방식
Ⅳ. 결론
<참고문헌>
Ⅱ. 컴퓨터 게임의 서사재현 방식
Ⅲ. 독자의 서사 구성 방식
Ⅳ. 결론
<참고문헌>
본문내용
가장 먼저 끝낸 질롯부대가 우리 소대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31번째 탄창을 갈아끼우고 세 시간째 당겨온 방아쇠를 다시 당기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적들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벌리기 위해서 우리는 뒤로 물러서며 사격했다. 그러나 현란한 적들의 발놀림은 거리를 용납하지 않았다. 높이 4m나 되는 적들의 그림자가 우리 발등을 덮었을 때, 마지막 남은 스팀팩을 주사했다. 미친 듯이 빨라진 손가락의 움직임과 발놀림이 적들의 그림자를 발등 바깥으로 밀어냈고, 적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미처 잡지 못한 적군 하나가 나에게 달라붙었다. 큰 키만큼이나 거센 손놀림으로 나의 전투복을 뚫기 시작했고 동료들은 녀석에게 집중사격을 가했지만 내 살가죽을 찢고 들어오는 사이언검의 차가운 느낌은 막지 못했다.
) 권호섭, 「머린의 꿈」, 『PC POWER ZINE』, 1999.10., 226-227쪽.
위의 글은 컴퓨터 게임잡지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 중 일부분이다. 비록 잡지에 연재할 만큼 전문적이기는 하나 작가가 전문적인 소설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소설은 <스타크래프트>를 머린의 입장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독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유닛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며 독자는 관찰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게임의 경험을 서사화할 때 다시 유닛 중의 하나인 머린의 시점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전환은 게임의 경험을 성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로써 게임 상에서 표현되지 않은 구체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게임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경험을 전혀 다른 서사체에 빗대어 서술하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패러디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게임경험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예문은 <스타크래프트>의 경험을 <허생전>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글이다.
옛날 남산 자락에 허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집안을 돌보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공부만 한지 어언 7년째 되던 날, 근근히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 오던 허생의 아내가 불만을 터뜨렸다.
"당신은 어떻게 된 게 허구헌날 집구석에 앉아서 컴퓨터만 부여잡고 있는거요? 하다못해 나가서 겜방 알바라도 못하시나요?"
"내가 워낙 밤샘에 약한 체질이라 어떻게 하겠소"
"그러면 용산 가서 백업씨디 장사라도 못 하시나요?"
"내가 워낙 장삿술이 없는지라 어떻게 하겠소"
"7년간 앉아서 공부한 게 겨우 '어떻게 하겠소' 소리란 말이오?"
아내의 불평을 듣던 허생이 탄식하며 일어섰다.
"내가 스타크를 10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으나 7년째 공부로 그치는구나"
하고는 집을 떠나 도시로 내려왔다.
막상 도심으로 나온 허생은 그러나 막막했다. 그냥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장안 제일의 부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이보시오, 장안 제일의 부자가 누구요?"
"아마 게임방을 하는 변씨일 겁니다."
) 천리안 시뮬레이션 동호회 42번 전략시뮬레이션방 798번 글.
위의 예문은 <허생전>을 서술자의 <스타크래프트>경험에 빗대어 패러디한 글이다. 이러한 패러디에서 주목되는 것은 서술자가 게임의 경험을 나름대로 서사화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며 이러한 다양성은 주로 시점의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게임의 경험을 자신의 입장에서 전달하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게임의 한 행위자나 다른 서사물의 시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Ⅳ. 결론
지금까지 게임 서사의 특성과 게임서사를 수용하는 독자들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게임은 서사체이긴 하나 일종의 종합예술에 속하는 서사이다. 음악, 시나리오, 컴퓨터 기술, 그래픽 등이 어우러져 이루어진 서사이다. 이런 점에서 게임 서사는 영화서사와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서사가 독자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게임 서사는 독자가 참여함으로써 서사로서 성립될 수 있다. 즉 게임은 서사적 가능성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며 이 서사적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은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하여 게임의 서사를 완성하고 있는 반면 게임서사경험을 다시 언어서사물로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서사경험을 성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게임서사의 향유는 서사향유의 보편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게임서사는 서사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런 점은 서사교육의 기초적인 수준에서 컴퓨터 게임이 효율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의 서사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한계 역시 지니고 있다. 우선은 그 내용에 대한 접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컴퓨터 게임은 그 장르가 다양하고 동일한 장르에서도 상이한 내용의 게임들이 있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는 형식론적인 서사론을 채택하였으나 게임의 내용적인 측면에 대한 접근 역시 필요하다.
<참고문헌>
권호섭, 「머린의 꿈」, 『PC POWER ZINE』, 1999.10.
박상우, 『게임, 세계를 혁명하는 힘』, 씨엔씨미디어, 2000.
백재완, 「독자들의 대결」, 『PC CHAMP』, 1998.6.
천리안 시뮬레이션 동호회 42번 전략시뮬레이션방 798번 글.
천리안 시뮬레이션동호회 42번 전략시뮬레이션방 678번 글.
최유찬,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 『문학과 의식』여름호, 1999.
노르베르트 볼츠, 윤동석 역,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 문학과지성사, 2000.
미케 발, 한용환·강덕화 역, 『서사란 무엇인가』, 문예출판사, 1999.
시모어 채트먼, 김경수 역, 『영화와 소설의 서사구조』, 민음사, 1990.
제라르 쥬네트, 권택영 역, 『서사담론』, 교보문고, 1992.
제라르 주네트, 「서술이론」, 제라르 주네트 외, 석경징 외 역, 『현대서술이론의 흐름』, 솔출판사, 1997.
질 들뢰즈, 이정우 역, 『의미의 논리』, 한길사, 1999.
Sefton-Green, Julian ed., Digital Diversions, UCL Press.
Stanzel, Franz K., 안삼환 역, 『소설형식의 기본유형』, 탐구당, 1982.
) 권호섭, 「머린의 꿈」, 『PC POWER ZINE』, 1999.10., 226-227쪽.
위의 글은 컴퓨터 게임잡지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 중 일부분이다. 비록 잡지에 연재할 만큼 전문적이기는 하나 작가가 전문적인 소설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소설은 <스타크래프트>를 머린의 입장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독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유닛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며 독자는 관찰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게임의 경험을 서사화할 때 다시 유닛 중의 하나인 머린의 시점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전환은 게임의 경험을 성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로써 게임 상에서 표현되지 않은 구체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게임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경험을 전혀 다른 서사체에 빗대어 서술하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패러디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게임경험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예문은 <스타크래프트>의 경험을 <허생전>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글이다.
옛날 남산 자락에 허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집안을 돌보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공부만 한지 어언 7년째 되던 날, 근근히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 오던 허생의 아내가 불만을 터뜨렸다.
"당신은 어떻게 된 게 허구헌날 집구석에 앉아서 컴퓨터만 부여잡고 있는거요? 하다못해 나가서 겜방 알바라도 못하시나요?"
"내가 워낙 밤샘에 약한 체질이라 어떻게 하겠소"
"그러면 용산 가서 백업씨디 장사라도 못 하시나요?"
"내가 워낙 장삿술이 없는지라 어떻게 하겠소"
"7년간 앉아서 공부한 게 겨우 '어떻게 하겠소' 소리란 말이오?"
아내의 불평을 듣던 허생이 탄식하며 일어섰다.
"내가 스타크를 10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으나 7년째 공부로 그치는구나"
하고는 집을 떠나 도시로 내려왔다.
막상 도심으로 나온 허생은 그러나 막막했다. 그냥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장안 제일의 부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이보시오, 장안 제일의 부자가 누구요?"
"아마 게임방을 하는 변씨일 겁니다."
) 천리안 시뮬레이션 동호회 42번 전략시뮬레이션방 798번 글.
위의 예문은 <허생전>을 서술자의 <스타크래프트>경험에 빗대어 패러디한 글이다. 이러한 패러디에서 주목되는 것은 서술자가 게임의 경험을 나름대로 서사화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며 이러한 다양성은 주로 시점의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게임의 경험을 자신의 입장에서 전달하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게임의 한 행위자나 다른 서사물의 시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Ⅳ. 결론
지금까지 게임 서사의 특성과 게임서사를 수용하는 독자들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게임은 서사체이긴 하나 일종의 종합예술에 속하는 서사이다. 음악, 시나리오, 컴퓨터 기술, 그래픽 등이 어우러져 이루어진 서사이다. 이런 점에서 게임 서사는 영화서사와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서사가 독자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게임 서사는 독자가 참여함으로써 서사로서 성립될 수 있다. 즉 게임은 서사적 가능성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며 이 서사적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은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하여 게임의 서사를 완성하고 있는 반면 게임서사경험을 다시 언어서사물로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서사경험을 성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게임서사의 향유는 서사향유의 보편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게임서사는 서사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런 점은 서사교육의 기초적인 수준에서 컴퓨터 게임이 효율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의 서사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한계 역시 지니고 있다. 우선은 그 내용에 대한 접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컴퓨터 게임은 그 장르가 다양하고 동일한 장르에서도 상이한 내용의 게임들이 있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는 형식론적인 서사론을 채택하였으나 게임의 내용적인 측면에 대한 접근 역시 필요하다.
<참고문헌>
권호섭, 「머린의 꿈」, 『PC POWER ZINE』, 1999.10.
박상우, 『게임, 세계를 혁명하는 힘』, 씨엔씨미디어, 2000.
백재완, 「독자들의 대결」, 『PC CHAMP』, 1998.6.
천리안 시뮬레이션 동호회 42번 전략시뮬레이션방 798번 글.
천리안 시뮬레이션동호회 42번 전략시뮬레이션방 678번 글.
최유찬,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 『문학과 의식』여름호, 1999.
노르베르트 볼츠, 윤동석 역,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 문학과지성사, 2000.
미케 발, 한용환·강덕화 역, 『서사란 무엇인가』, 문예출판사, 1999.
시모어 채트먼, 김경수 역, 『영화와 소설의 서사구조』, 민음사, 1990.
제라르 쥬네트, 권택영 역, 『서사담론』, 교보문고, 1992.
제라르 주네트, 「서술이론」, 제라르 주네트 외, 석경징 외 역, 『현대서술이론의 흐름』, 솔출판사, 1997.
질 들뢰즈, 이정우 역, 『의미의 논리』, 한길사, 1999.
Sefton-Green, Julian ed., Digital Diversions, UCL Press.
Stanzel, Franz K., 안삼환 역, 『소설형식의 기본유형』, 탐구당,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