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와 일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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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철처히 농락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15금(禁) 등급의 '소프트 코어(softcore)' 까지 등장해 청소년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실정에서 일본의 하드 코어 애니메이션은 서방세계의 포르노 그라피와는 달리 지하속의 문화가 아니라 미래 또는 현재의 하드 코어의 소비자가 될 성인대중을 확보하기 위한 당당하고 치밀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15禁 소프트 포르노의 에로티시즘
저패니메이션은 15세 이상을 위한 청소년층 포르노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있다. 이 기이한 포르노 정신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풍경이다. 명랑만화와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이 마치 하드 코어 포르노로 가기 직전과도 같아 보이는, 청소년/소녀들을 위해 준비한 에로틱 통과제의와도 같은 15금(禁) 아니메 시리즈를 뒤져본다.
미셀 푸코는 검열의 기준이야말로 그 사회가 은폐한 섹슈얼리티를 기술하는 제도적 재현이라고 불렀다. 그럼으로써 섹슈얼리티는 검열이라는 방법으로 자기의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담론을 조직하고, 은폐하고, 표상하고, 재현하고, 물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저패니메이션의 하드 코어를 통해 좀 더 광범위한 전략을 얻게 될 것 같다. 일본 문화 바깥에 있는 우리에게 저패니메이션의 등급제는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그들은 미성년자관람불가인 성인용 아래에 15금(禁)을 두고 있다. 물론 주 고객층은 청소년들이다.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15금(15세 미만 금지)은 우리 나이로 따지면 중학교 2학년만 되면 볼 수 있는 등급이다. 도색필름들이 엄연히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15금은 청소년들이 봐도 좋은 비교적온건한애정 표현만 담고 있느냐 하면 그렇진 않고 사실 국부노출이나 성기삽입만 모자이크 효과로 가리고 있을 뿐이지 다른 모든 행위는 고스란히 보여진다.
가령 성행위를 하는 남녀의 전신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성기의 삽입을 연상할 수 있는 하반신과 하반신의 밀착, 왕복운동, 손가락에 의한 음부자극, 입으로 하는 성기 애무, 체액의 분비 등 온갖 성교의 양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단지 엄격히 지켜지는 원칙은 끝까지 국부 그 자체는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이 충분한 청소년들이 모자이크로 입 주위를 가린다고 해서 화면 속의 여자가 물고 있는 것을 핫도그라고 생각할까? 하반신이 밀착된 채 벌거벗고 율동하는 남녀를 보고 레슬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까?
아마 일본 심의위원의 대답은예스인가 보다. 그 같은 내용의 비디오와 영화에 버젓이 영윤(우리나라의 공윤에 해당) 마크가 찍혀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실제로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크레용 신챵](우리나라에서 짱구는 못말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까지도 그 웃음의 주된 기조가 다섯 살의 어린 아이가 벌이는 나이답지 않은 성적 해프닝(엄마의 팬티를 머리에 쓰거나 어여쁜 아가씨를 보면 유혹하려는)이고 보면 일본인에게 섹스는 정말로 생활이며, 공기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좀 심하게 말하면 거의 모든 저패니메이션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섹슈얼 코드를 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요술공주 새리]을 보면서 왜 그렇게 새리의 팬티가 자주 보이는지, 또는 아무리 만화영화지만 이런 내용을 텔레비전에 방영해도 되는지 의아했지만 나중에 저패니메이션의 실태를 알아본 결과 이 정도의 표현은 그야말로 애교에 불과했던 것이다. 실제로 저패니메이션에 있어서 하드 코어와 소프트 코어를 구분하는 것은 성기의 노출과 마스킹이 있느냐 없느냐일 뿐 성적인 내용의 함의에 있어서는 전혀 강도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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