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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않고 정확하게 복기할 수 있는가? 너무나도 신기했던 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동네 기원에 찾아가 명목상 바둑학원에 등록을 하며,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멋진 대답으로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즉, 바둑기사들은 돌 한수, 한수도 허투루 놓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돌을 놓는다. 다시 말해 한 개의 바둑돌도 의미 없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복기해 낼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이 때 바둑의 묘한 매력을 느꼈고, 바둑이 우리의 인생살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갈 때에도 생각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분 일초라도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수 한 수 깊은 의미를 닮고 있는 바둑판은 자칫 실수로 엎어지더라도 쉽게 복기할 수 있는 것처럼 하루 하루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만이 시련속에서도 우뚝설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저는 바둑을 두며 인생을 생각합니다.
4.자신의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언제였고 그것이 지금의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흔히들 군 생활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합니다. 이등병때 인생의 밑바닥을 몸으로 경험하게 되고, 말년 병장이 되면 사회 최상위 계층이 누리는 것과 같은 절대권력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 짧은 절대권력의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군대말로 일명 ‘꼬인 군번’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내 위로 줄줄이 고참들이 있어, 저의 군 생활은 곤욕 그 자체였습니다. 먼저 2주차이가 나는 고참이 4명 있었고, 한달차이 고참 5명, 두 달 차이 고참 3명, 세 달 차이 고참 4명 등, 동기가 한 명도 없던 저는 막내 생활을 1년 가까이 해야 했고, 병장이 되어서도 졸병 취급을 당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군생활을 통해 저는 사회의 쓴 맛을 실컷 경험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인내심’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내가 언제쯤 고참이 되는지 내 후임병은 언제 들어오는지 계산을 해보며, 핑크빛 미래를 그려봅니다. 하지만 자대를 배치 받고, 내 위치를 계산해 보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꼬인 군번이라 후임병은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왕고참 생활도 2주 밖에 하지 못할 터였습니다. 그렇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너지자 저는 모든 것이 짜증나고, 의욕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임병들의 눈밖에 났고, 탈영까지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극한의 상황까지 치 닫았습니다. 하지만 면회를 오신 아버지의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면 군 생활 금방 끝난다’라는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변화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어짜피 평생할 군대생활이 아니고 언젠가는 끝날 일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짜피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의 군생활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힘든 작업에도 언제나 웃음으로 임했고, 1년여의 막내생활도 성심껏 해냈습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군 생활이 좋은 경험과 약이라는 생각을 하자 견딜 만 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군에서의 경험은 전역하여 사회에 나온 뒤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떠한 일에도 참고 인내하며 끈기있게 도전하니 일이 술술 잘 풀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바로 군시절 이었으며, 그 곳에서의 경험은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미래를 살아가는데 저를 지탱해줄 힘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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