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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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알고 그것에서 지혜를 캐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주도한다.그런 의미에서 한 나라의 총체적 역량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그 나라의 역사책이다.그런데 21세기 문화선진국 진입을 운운하는 우리의 국정 국사 교과서는아직 선진국 수준이 아니다.사실의 왜곡도 잦다.교사들의 국사 교과서 불신은 새로운 대안 교과서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무엇이 이토록 국사 교과서를 추락시켰을까.현행 국사 교과서의 왜곡 실태와 그 원인,그리고 대안을 생각해 본다.

국정 국사 교과서는 왜곡에서부터 수요자인 학생의 눈높이를 외면한 딱딱하고 관료적인 서술까지 여러 분야에서 중병을 앓고 있다.

일본만 한국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우리의 국정 국사 교과서에도 역사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교육부가 펴내는 국정 국사 교과서(고교) 첫머리에는 역사학습의 목적을 ‘과거의 사실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교과서 안으로 한 번 들어가보면 이것이 얼마나 허구에 가득찬 말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역사 서술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정확한 사실의 기록.그런데 사실과 동떨어진 서술이 많다.대표적인 것이 백제의 담로제(憺魯制).고교 교과서는“백제의 담로는 고구려의 3경,신라의 소경과 같은 특수행정구역”이라고 적었다.그러나 담로는 중국의 군현(郡縣)과 같은 성격으로 지방통치 단위라는것이 학계의 정설.그러므로 담로를 특수행정구역으로 서술한 교과서의 설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삼국의 합좌제도’를 설명한 대목도 그렇다.고구려의 제가 회의,백제의정사암 회의,신라의 화백 회의 같은 귀족의 합의 제도는 국왕권이 성장하기전 시기,귀족의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합좌제의 의미를 ‘국왕중심의 귀족 정치’라고 풀었다.

신라에 대한 용어 설명도 사서(史書)의 기록과 배치된다.‘신라의 발전’을 서술한 단원에서 신라의 국호를 `왕의 업적이 날로 새로워져서 사방을 망라한다는 의미`라고 했다.그러나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국호와 관련,`새신(新)자는 좋은 사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요,벌 라(羅)자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라고 기록하고 있다.그러므로 국사 교과서는 집필자가 삼국사기 본래의 내용과 달리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고구려,백제,신라 할 것 없이 삼국에서 모두 만들었던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그러나 교과서에서는 신라의 유물로 소개,마치 신라에서만 제작한 것으로 왜곡했다.

“여러 조각으로 꿰맨 너덜너덜한 옷이 바로 현행 국사교과서의 자화상이다.” 한 학자는 이렇게 자탄했다.국사 교과서가 학계의 비난을 피하려 무리하게 여러 학설들을 종합,현실세계에선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괴물이 됐음을 비판한 말이다.비난을 피하려다 또 하나의 역사 왜곡을 저지른 셈이다.학계의 여러 설을 타협한 결과물로는 ‘고조선의 세력범위 지도’가 손꼽힌다.고조선의 영역에 대한 학설이 워낙 많다보니 이 설들을 모두 수용,고조선 영역이 무리하게 확장됐다.한 학자는 “어떻게 이런 이상한 지도가 국사 교과서에 버젓이 실릴 수 있었는지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전했다.

논쟁 중인 학설이 버젓이 정설로 둔갑한 예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백제22담로(憺魯)의 경우,교과서는 그 성립시기에 대해 동성왕에서 무령왕 사이로 단정했다.그러나 박현숙 고려대 교수(역사교육학과)는 “22담로의 성립시기는 백제건국 초기설,근초고왕설,무녕왕설 등 여러 학설이 있으므로 동성왕에서 무령왕 사이로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라 미술품으로 소개한 ‘탑의 모양이 새겨진 관을 쓴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국보 78호).그러나 이것은 백제설,고구려설,신라설 등 그 제작국이 분분한 대표적인 불상이다.석굴암 전실을 「」형태로 구부린 모양의 삽도도 싣지 말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아직까지도 논쟁이 첨예하게 진행중인만큼 ‘정설’로 싣기에는 부적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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